경제·금융 경제동향

전세계 ‘리쇼어링’ 투자유치 불붙는데...뒷짐진 한국

신흥국 규제 풀어 공장 모시고

선진국은 자국업체 U턴에 사활

국내기업 해외직접투자 급증

332조 넘어...GDP의 22%

"유턴기업 지원만으론 한계

국내기업 투자에도 혜택줘야"





저성장 탈피를 위해 전 세계적으로 투자유치 경쟁이 치열한 가운데 우리나라는 국내 기업의 해외 탈출에 손을 놓고 있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신흥국이 규제철폐를 통해 선진국 대기업을 끌어들이고, 선진국은 ‘리쇼어링 정책’을 통해 자국 기업을 뺏기지 않으려는 줄다리기가 팽팽하게 전개되고 있는 상황에서 이렇다 할 전략이 보이지 않는 것이다. 기업의 해외투자가 저성장을 고착화하고 있다는 분석이다.

30일 한국은행 자금순환 통계에 따르면 지난해 3·4분기 기준 우리나라 기업의 해외직접투자 누적규모는 332조2,000억원으로 집계됐다. 우리나라 명목 GDP(2014년 기준 1,485조1,000억원)의 22.3%에 달하는 수준이다. 우리 기업의 해외직접투자 누적규모는 글로벌 금융위기 직후인 지난 2008년 4·4분기 123조2,000억원에 불과했다. 그러나 연평균 15%에 달할 만큼 높은 증가세가 계속 이어지더니 6년 9개월 만에 167.9% 늘었다. 민간부문의 국내 투자(총고정자본형성)가 5%대를 밑도는 증가율을 보이고 있는 것과 대조적이다.


기업의 해외투자가 빠르게 느는 것은 글로벌 분업이 심화하고 있기 때문이다. 삼성전자나 현대·기아차 등 글로벌 기업의 경우 생산기지를 주요 시장 인근에 둔다. 경쟁포화 상태의 시장에서 살아남기 위해서는 원가에서부터 생산·마케팅 등이 모두 현지 시장에 최적화돼야 하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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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제는 이 같은 ‘오프쇼어링(Off-shoring·국내 공장의 해외 이전)’으로 국내 부가가치가 빠져나간다는 점이다. 자동차업종은 해외법인이 부품 조달에서 마케팅까지 전 과정을 도맡는 독립채산제 방식으로 운영된다. 국내 브랜드를 달고 팔리지만 실제 우리나라 국내총생산(GDP) 증가에 기여하는 바는 ‘제로(0)’에 가깝다. 전자산업도 해외투자 때문에 부가가치 창출능력이 떨어지는 것은 마찬가지다. 다만 자동차산업과 달리 국내 기업이 위탁 생산하는 방식의 가공·중개무역이라 수출이 느는 데는 그나마 도움이 된다.

국내 기업이 해외에서 받는 배당소득이 급격하게 증가하고 있다는 점도 해외투자가 우리 경제 성장을 갉아먹고 있다는 것을 방증한다. 해외직접투자 배당이 늘어난다는 얘기는 우리나라 GDP에 포함되지 않는 생산이 그만큼 늘고 있다는 뜻이다. 지난해 우리 기업이 해외직접투자로 받은 배당소득은 140억5,000만달러다. 글로벌 금융위기 직후인 2009년(24억9,000만달러)과 비교하면 427.6% 증가했다.

이처럼 기업의 해외투자가 성장률을 갉아먹고 있지만 정작 나가는 기업을 잡는 정책은 전무하다. 2013년 12월 ‘유턴기업지원법’이 제정되기는 했지만 이는 해외 공장을 청산하고 돌아오는 기업만이 대상이라 ‘반쪽짜리’에 불과하다. 리쇼어링을 통해 제조업 ‘르네상스’ 시대를 맞고 있는 미국은 유턴기업뿐만 아니라 국내 기업에도 투자 혜택을 준다. 또 기업의 국외 수익 유보금에 대해 14% 세율로 ‘이행세(transition tax)’를 과세하고 해외 수익에 19%의 세금도 매길 예정이다. 들어오는 문은 활짝 열고 나가는 문은 닫아서 성장률을 높이고 있는 셈이다.

이지선 LG경제연구원 선임연구원은 “자국으로 투자금을 끌어들이려는 경쟁이 전 세계적으로 치열한 가운데 우리나라는 오히려 반대 흐름이 나타난다”며 “외국인 투자유치를 위해 규제철폐를 강조하나 실효성이 크지 않고 유턴 정책도 다른 국가에 비해 제약이 많다”고 지적했다.

김상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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