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 경제·마켓

글로벌IB 유가 전망 9개월만에 올랐지만...

사우디·이란등 산유량 동결 이견

합의 불발땐 시장 혼란 지속될듯

오는 17일 카타르 도하에서 열리는 산유국회의를 앞두고 주요 투자은행(IB)들이 9개월 만에 처음으로 국제유가 상승 전망을 내놓았다. 하지만 각국의 이해관계가 엇갈리면서 회동이 빈손으로 끝날 가능성도 여전해 시장의 혼란은 당분간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

4일(현지시간) 블룸버그 집계에 따르면 지난 3월 말 기준 주요 IB의 올해 서부텍사스산원유(WTI) 연평균 가격 중간값은 배럴당 39.5달러를 기록했다. 지난해 6월 말 67.8달러를 기록한 뒤 올 2월 말 39달러까지 내리 떨어지기만 했던 전망치가 소폭이나마 반등에 성공한 것이다.


유가 전망치 상승은 17일 도하에서 열릴 석유수출국기구(OPEC) 회원국과 비회원국 간 회동에 맞춰 ‘유가 바닥론’이 힘을 얻은 데 따른 것이다. 또 최근 콘티넨털리소시스·데번에너지·매러선오일 등 미 셰일가스 업체들이 올해 생산량을 10% 가까이 줄이겠다는 계획을 내놓은 것도 유가 상승 전망에 힘을 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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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사우디아라비아·이란·러시아 등 주요 산유국들이 산유량을 놓고 저마다 다른 소리를 해 17일 회의에서 합의가 불발로 끝날 가능성도 있다. 지난 1일 사우디 왕위계승 서열 2위인 무함마드 빈 살만 왕자는 “모든 나라가 산유량 동결에 합의한다면 우리도 그렇게 할 준비가 돼 있다”면서도 “만일 누군가 생산량을 늘린다면 우리도 문을 박차고 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이는 1월16일 서방의 경제제재가 해제된 후 원유 생산량을 늘리고 있는 이란을 겨냥한 발언으로 해석된다. 실제로 비잔 남다르 장게네 이란 석유장관은 자국의 3월 원유 수출량이 지난달보다 25만배럴가량 늘어 일일 200만배럴을 넘어섰다고 석유부 산하 사나통신을 통해 밝혔다. 지난달에는 이란이 산유국회의에 나서기 전까지 원유 생산량을 일일 400만배럴로 늘릴 것이라는 계획도 밝혔다.

러시아의 산유량이 3월 소비에트 체제 붕괴 이후 사상 최대치를 경신한 것으로 나타나면서 합의 자체의 실효성에 대한 의문도 커졌다. 앞서 러시아는 2월 사우디·카타르·베네수엘라와 함께 원유 생산량을 1월 수준으로 동결하기로 했지만 한달 만에 이 합의를 깨버렸다. 소시에테제네랄의 마이크 위트너 원유시장부문장은 블룸버그통신에 “사우디 왕자의 발언이 나오기 전부터 동결 합의에 대한 의구심이 커지고 있었다”며 “이란의 동참 없이 동결 합의에 이른다 해도 큰 의미가 없을 것이라는 관측이 늘고 있다”고 말했다.

연유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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