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권 국내증시

[속도내는 자본시장 빅뱅] 대형화냐 차별화냐...4·5위로 밀린 삼성·한투 행보 '태풍의 눈'

<중>끝나지 않은 M&A

대형 '유니버설뱅크' 등장에 증권업계 선택의 기로

현상유지는 퇴보... 일각선 "삼성-한투 결합이 최선"

중소형사들 속속 매물로... 신영 등은 전문화로 생존





“우리의 경쟁상대는 일본의 노무라나 중국의 대형증권사입니다. 현대증권 이후에도 회사가 클 수 있다면 추가 인수합병은 언제든 가능합니다.”


지난 3월25일 한국금융지주 주주총회, 김남구 한국금융지주 부회장은 현대증권 인수 이후를 말했다. 하지만 한국금융은 KB금융지주에 밀리며 분루를 삼켰다. 그렇다고 증권업계의 인수합병(M&A) 전쟁이 끝난 것일까. 자본시장에서 잔뼈가 굵은 김 부회장은 여전히 배가 고프다. 그가 말한 추가 M&A는 한국 자본시장을 M&A의 격랑 속으로 밀어 넣기에 충분하다.

증권사는 선택의 기로에 섰다. 덩치를 키우거나 스스로 차별화하지 않으면 생존에 위협을 받는다. 종합금융투자업 기준인 자기자본 3조원 이상의 대형 증권사 5곳이 과점했던 시장은 자기자본 6조원 규모의 초대형 증권사(미래에셋대우)와 은행·증권이 결합한 대형 유니버설뱅크(가칭 KB현대투자증권)가 등장하며 변곡점에 섰다.


당장 발등에 불이 떨어진 곳은 삼성증권과 한국금융지주다. 삼성증권(3조5,238억원)은 KB금융의 현대증권 인수로 업계 순위(자기자본 기준)가 3위에서 4위로 한 단계 떨어졌다. 체질개선을 내세우기는 했지만 ‘삼성’이라는 브랜드를 달고 계속된 순위 하락은 견디기 힘들다. 먹든가, 포기하든가 선택해야 한다. 현상유지는 퇴보나 다름없다. 내실을 다진다며 강화한 자산관리(WM)는 유니버설뱅크를 표방한 통합KB투자증권에 한참 밀린다. 새로운 수익원으로 꼽았던 M&A 금융도 자본력에서 앞선 미래에셋대우에 뒤처질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IB 업계 관계자는 “삼성증권이 WM 부문에 주력한다고 하지만 증자나 M&A로 몸집을 키우지 않고서는 경쟁사들과의 격차는 더욱 벌어질 것”이라고 말했다. 회사 측은 부인하고 있지만 삼성그룹의 사업재편과 지배구조 수술 과정에서 언제든 매물로 나올 수 있다는 게 시장의 오래된 관측이다. 앞으로 그룹 내 금융 계열사의 지주사 역할을 맡을 것으로 예상되는 삼성생명이 2014년 삼성자산운용을 완전 자회사로 편입한 데 이어 올해 초 삼성전자의 삼성카드 지분(37.45%)을 전량 인수하며 카드지분율을 71.86%까지 끌어올렸지만 삼성증권 지분율은 여전히 11%대에 머물러 있는 점도 이런 분석에 힘을 실어준다. 반대로 삼성증권이 공격적인 증권사를 M&A할 가능성도 있다. 어느 쪽이든 현실화만 되면 삼성증권은 국내 금융투자업계의 태풍의 눈으로 부각할 것으로 예상한다.

관련기사



대우에 이어 현대증권 인수전에서도 고배를 마신 한국금융지주의 행보도 관심사다. 오는 2020년 아시아 최고 금융투자회사라는 경영 목표를 달성하려면 분루만 삼키고 있을 시간이 없다. 자본 확대를 위해 대형사뿐만 아니라 경쟁력 있는 중소형사나 해외 증권사 M&A에 적극 나설 것으로 전망된다. 자본시장에 정통한 전직관료는 “현실적으로 한투와 삼성의 결합이 가장 경쟁력이 있는 시나리오가 될 수 있다”고 평가했다.

M&A의 격랑을 중소형 증권사라고 피해갈 수 없다. 이미 2014년 메리츠종금증권의 아이엠투자증권 인수로 중형 증권사 간에 자발적 M&A가 시작됐고 리딩투자증권은 매각 절차를 밟고 있다. 이베스트증권과 골든브릿지증권· SK증권 등은 잠재적인 매물로 꼽힌다. 시장 전문가들은 초대형 증권사의 경쟁에서 중소형사가 살아남기 위해서는 차별화·전문화뿐이라고 지적한다. 트레이딩·브로커리지(위탁매매)·온라인 등 어느 한 분야에서라도 확실한 우위를 점할 필요가 있다는 얘기다.

실제 우리보다 앞서 1990년대 증권업 빅뱅을 경험한 일본의 경우 중소형 업체들은 노무라증권과 다이와증권의 양강 구도로 재편된 증권 환경 속에서 지역 밀착형 영업과 비상장 주식 매매 등 틈새시장을 공략해 성공을 거뒀다.

국내에서는 외형성장보다 ‘가치투자’를 캐치프레이즈로 내걸고 고객자산의 보호와 안정적 수익추구의 원칙을 고수하는 신영증권이 대표적으로 꼽힌다. 올해 창립 60주년을 맞은 신영증권은 증권업계에서 유례를 찾기 힘든 40년 이상 연속 흑자를 기록하고 있다. 종합금융 라이선스를 바탕으로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에 강점을 지난 메리츠종금증권, 온라인 자산 관리의 강자인 키움증권도 차별화에 성공한 증권사로 평가 받는다.

서민우 기자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더보기
더보기





top버튼
팝업창 닫기
글자크기 설정
팝업창 닫기
공유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