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보험

[보험산업 성공의 조건] 보험시장 포화로 외국계도 발빼...변화·혁신으로 새 수익 찾아야

<5·끝> 새로운 성장동력을 위하여

성장성 떨어지자 알리안츠·PCA 속속 철수 채비

2020년 새 회계 'IFRS4 2단계' 시행 땐 더 부담

업계, 빅데이터 활용·모바일 원스톱 서비스 나서

헬스케어 진출 규제 완화 등 제도적 지원도 필요



캐나다계 글로벌 보험사인 선라이프는 지난달 23일 인도네시아 최대 은행인 CIMB와 합작 설립했던 보험사인 CIMB선라이프의 파트너사 지분을 전량 인수하고 본격적인 현지영업에 들어갔다. 선라이프의 딘 코너 최고경영자(CEO)는 “인도네시아 인구 2억5,000만명 중 8,000만명은 보험가입 여력이 있지만 아직 보험을 든 인구는 1,500만명밖에 되지 않는다”며 “시장의 유기적 성장을 위해 지속적으로 투자하는 한편 아시아 시장에서 또 다른 매물을 노릴 것”이라고 말했다. 선라이프는 지난 3년 동안 말레이시아·인도·베트남·인도네시아에서 인수합병(M&A)을 성사시켰고 현재 중국·필리핀 등 중산층이 빠르게 증가하는 나라에서 영업을 확대하고 있다. 하지만 코너 CEO는 한국과 일본 보험시장에는 관심이 없음을 분명히 했다. 그는 “한국은 성숙된 시장”이라며 “그보다는 인도네시아처럼 성장률이 높은 시장에 집중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알리안츠생명·PCA생명 등 그간 한국에서 오랫동안 영업해온 외국계 보험사들은 시장 발 빼기 작업에 들어갔고 미진출 보험사들은 한국 시장에 대해 확실히 선을 긋는 데서 드러나듯이 국내 보험시장의 매력이 과거에 비해 크게 떨어진 게 사실이다. 세계 최저 수준의 출산율, 청년층 취업난, 일본식 장기불황 등 보험업을 둘러싼 외부 요인이 나날이 악화되고 있기 때문이다. 보험침투율 역시 매년 높아지면서 올해는 13.52%에 달할 것으로 예상된다. 보험침투율이 높을수록 시장 포화도가 높다는 의미로 우리나라의 보험침투율은 지난 2013년 기준 세계 5위로 세계 평균은 물론 미국(14위)보다도 높은 수준에 도달했다. 이수창 생명보험협회장은 “국내 보험산업의 경우 시장이 포화 되고 성장동력이 소진되는 등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지속적인 수익성 악화에 직면해 있다”며 “최근에는 인터넷전문은행과 복합점포 시행, 개인종합자산관리계좌(ISA)까지 도입돼 금융 융복합 제도에 대한 선제 대응도 시급하다”고 지적했다.


더 큰 문제는 여기에 더해 새 국제회계기준 IFRS4 2단계라는 더 높은 산이 기다리고 있다는 점이다. IFRS4 2단계는 오는 2020년 도입 예정인 새로운 회계규칙으로 보험부채를 공정하게 가치 평가하는 게 핵심이다. 다시 말해 원가로 평가하던 보험부채를 시가로 평가하게 돼 금리가 떨어지면 보험사의 부채가 그만큼 늘어난다.

일각에서는 미국이나 중국 등이 보험 국제회계기준을 거부한 것과 달리 우리나라가 글로벌스탠더드를 100% 따르기로 결정한 데 대해 “너무 전향적인 결정이었다”라며 장기 금리 하락 추세까지 겹치면서 보험사들이 짊어져야 할 부담이 너무 크다고 지적하기도 한다. 금융당국과 유관기관·업계 모두 기준서가 확정돼 불확실성이 걷히는 대로 준비하자는 입장이기는 하나 적극적으로 대응해도 5년은 너무 짧다는 게 업계 관계자들의 하소연이다.


생보업계의 한 관계자는 “지난 수십년 동안 팔았던 보유계약이 워낙 많기 때문에 남은 준비기간에 새 시스템을 개발하고 새 회계기준에 맞는 상품을 개발한다 해도 상황이 크게 긍정적으로 변하지는 않는다”며 “하지만 도입을 피할 수 없는 만큼 여러 차례 진행한 컨설팅 결과를 토대로 올해부터 경영의 틀을 바꿔나가려고 한다”고 말했다.

관련기사



또 다른 업계 관계자는 “자본 여력이 약한 보험사들은 도태될 것이고 버텨내는 보험사들은 기존과 다른 상품을 찾아 수익을 개선해나가야 할 것”이라며 “이에 더해 과거처럼 자산운용으로 돈을 벌기도 쉽지 않게 된 만큼 새로운 수익사업을 찾아야 한다”고 조언했다.

실제로 보험사들은 최근 들어 과거보다 움직임이 크게 빨라졌다. 경쟁사 간 인력유치전을 벌이고 빅데이터를 활용한 상품을 내놓거나 대고객 업무를 모바일에서 원스톱으로 처리하는 노력 등이 전자나 유통·미디어 등 다른 산업의 시각에서는 주목할 만한 일이 아닐 수도 있지만 보험은 전통적으로 보수적인 문화가 지배적이고 변화에 무딘 산업이라는 점을 고려하면 괄목할 만한 변화라는 게 업계 관계자들의 설명이다.

변화와 혁신으로 새 수익 발굴에 나서기는 했지만 국내 보험산업은 여전히 외국에 비해 제한된 부분이 많다는 지적이다. 대표적인 사례가 보험사의 헬스케어 산업 진출 문제다. 현행법상 보험사가 헬스케어 서비스를 부수 업무로 영위할 수는 있지만 의료계가 강력히 반발하고 법적으로 보험사에 허용되는 사업의 범위가 명확하게 규정돼 있지 않아 신사업으로 적극 검토하지 못하는 실정이다. 손보업계 관계자는 “보험사가 의료행위를 하겠다는 게 아니라 사전 예방적 성격의 건강관리나 교육 등을 상품에 연계하고 싶다는 것”이라며 “미국이나 독일 보험사들은 헬스케어 자회사를 두고 계약자들에게 다양한 건강 관련 프로그램을 제공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이 밖에 다른 나라에 비해 처벌 수위가 낮아 손해율 상승의 주범으로 꼽히는 도로교통법도 업계에서는 보험산업 성장의 측면에서 하루빨리 개선돼야 할 과제로 꼽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규제완화로 보험산업이 고공비행의 날개라도 얻었다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있지만 성장동력이 바닥나기 전에 미리 이뤄져야 했던 것으로 시기적으로 많이 아쉽다”며 “보험업계가 틈새 수익원을 찾아내려면 보험업법뿐 아니라 도로교통법·의료법 등 여러 분야의 법 개정 등 지원이 이뤄져야 한다”고 말했다.

정영현 기자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더보기
더보기





top버튼
팝업창 닫기
글자크기 설정
팝업창 닫기
공유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