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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투자의 창]인공지능 투자, 투자의 조언자일뿐

남상직 한국투자신탁운용 마케팅전략팀장남상직 한국투자신탁운용 마케팅전략팀장




구글의 인공지능(AI) 컴퓨터 ‘알파고’와 이세돌 9단의 바둑 대결은 전 세계를 깜짝 놀라게 했다. 엄청난 데이터 학습 효과로 창의적인 인간의 영역도 뛰어넘을 수 있다는 것을 보여줬기 때문이다. 이에 발맞춰 국내에서도 로보어드바이저(Robo-advisor)라는 단어를 붙이며 인공지능 투자에 대한 인기몰이가 시작됐다.


로보어드바이저는 투자자들의 자산 배분을 통계와 인공지능을 접목해 저비용으로 안내해주는 서비스다. 투자에 있어 인간의 심리는 장애물이었다. 높은 수익률을 보이는 자산에 몰려가 버블을 형성하는가 하면, 가격이 폭락하는 자산은 가치가 훨씬 싸졌지만 공포감에 내다 팔기 바빴다. 개인 투자자들은 물론이고, 전문가로 불리는 펀드매니저들도 인간의 심리를 이겨내는 게 그리 녹록하진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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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 인공지능 방식의 투자는 새로운 것이 아니다. 이미 해외 다수의 헤지펀드에서는 과거의 패턴을 분석해 향후 추세를 예측하는 투자방법이 많이 행해지고 있다. 대표적인 사례가 국내에서도 한때 유행했던 CTA(Commodity Trading Advisor) 펀드다. CTA펀드는 펀드매니저가 아닌 컴퓨터 프로그래밍된 알고리즘을 통해 컴퓨터가 알아서 투자의사결정을 하도록 하는 상품이다. 이 펀드는 2010년 이전까지 15년간 연평균 15% 내외의 엄청난 수익률을 기록했다. 그러나 2011년 이후 3년간 극심한 부진을 겪으며 마이너스 수익률을 기록하며 인기가 시들해졌다. 이 기간 펀드매니저가 운용한 글로벌 주식펀드나 채권펀드들이 우수한 성과를 거둔 것과 대조적이다.

이 같은 결과는 결국 시장의 패턴이 과거와 달라지면서 과거의 패턴을 분석해 미래를 예측하는 게 한계에 도달했기 때문이다. 앞으로 인공지능을 이용한 투자방식은 지속 발전할 것이다. 펀드매니저를 비롯한 특정한 사람에 의존해야 하고 상대적으로 비싼 비용을 지불 하는 자산관리 서비스를 대신해 고액자산가가 아니더라도 일정수준 이상의 금융서비스를 받을 수 있는 것은 환영할 만한 일이다.

하지만 전 세계 200개가 넘는 로보어드바이저 기업 중 대다수는 아직 자산이 없거나 아주 적은 금액을 펀딩하고 있는 실정이다. 로보어드바이저 발전이 초기단계에 머물러 있기 때문인데 국내의 경우 가야할 길이 더 멀다. 투자자들은 유행인 듯 인공지능 부분을 과신하기보다 본인의 투자의사 결정에 하나의 조언자로서 참고할 필요가 있다. 물론 불완전한 인간의 심리를 이겨내고 데이터에만 기초해 움직이는 로보어드바이저는 분명 또 하나의 기회로 작용할 여지는 충분하다.

박민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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