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사회일반

공시생, 출입증 훔치고 청사 드나들고...세계 톱 '전자정부'는요?

PC 잠금장치도 손쉽게 해제

"보안 총체적 난국" 비판 일어

정부서울청사에 무단 침입해 공무원 시험 합격자 명단을 조작한 송모(26)씨는 청사출입증 3개를 훔쳐 문제 유출 등을 위해 다섯 차례나 청사에 드나들었던 것으로 나타났다. 겹겹이 막혀 있어야 할 정부 보안이 ‘공시생’ 1명에게 무참히 뚫려 정부의 보안관리 체계가 총체적인 난국이라는 비판이 제기되고 있다.

경찰청 특수수사과는 지난달 26일 오후9시께 정부서울청사의 인사혁신처 채용관리과 사무실에 몰래 들어가 공무원 시험 합격자 명단에 자신의 이름을 넣은 혐의로 수사한 송씨의 노트북 PC에서 비밀번호 해제 프로그램을 여러 종류 발견했다고 6일 밝혔다. 송씨는 이들 프로그램 중 일부를 이용해 비밀번호를 해제했다고 경찰은 설명했다.


경찰은 또 송씨가 서울청사 내 체력단련실에서 훔친 출입증 3개도 압수했다. 송씨는 이 출입증으로 범행 당일인 지난 3월26일뿐만 아니라 필기시험일 이전을 포함해 총 5차례 서울청사에 침입했다고 진술했다. 인사혁신처에 따르면 담당 주무관의 PC에는 24일 밤에 23분간 한차례 외부자가 접속한 흔적이 있었고 주말인 26일 오후9시2분부터 이튿날 새벽 5시35분까지 무려 8시간 반 이상 2차 접속이 있었다. 피의자는 해당 PC를 통해 본인의 점수를 합격선으로 조작하고 합격자 명단에 자신의 이름을 넣은 것으로 알려졌다. 또 담당 사무관의 PC에도 27일 오전2시부터 3시간가량 접속해 두 PC의 자료를 일치시킨 것으로 전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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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아직 어떻게 청사에 최초 출입할 수 있었는지에 대해서는 밝혀내지 못한 상태다. 송 씨는 자신의 범행에 대해 “공무원 시험을 2∼3년 집중적으로 준비했는데 많이 지쳤다”면서 “이번에 반드시 합격해야 했다”고 털어놓은 것으로 알려졌다.

이번 사건으로 정부청사 방호 관리 체계와 전자정부 보안 관리 방식이 심각하게 허술하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우선 출입허가를 받지 못한 사람이 정부청사에 수차례 제집 드나들 듯했지만 아무도 눈치채지 못했다는 점이다. 이와 함께 출입증을 분실한 공무원 중 일부는 분실 신고조차 하지 않았다. 특히 20대 공시생이 정부 PC 보안을 손쉽게 해제했다는 점도 ‘3년 연속 세계 최고 전자정부’라는 정부의 자랑을 무색하게 만들었다. 한편 이날 김성렬 행자부 차관은 재발방지를 약속하면서 청사보안강화 태스크포스(TF)를 구성하고 청사보안 전반을 원점에서 검토하기로 했다. 황서종 인사혁신처 차장도 이날 긴급 기자간담회를 열고 “내부자가 연루됐을 가능성도 있고 수사에 혼선을 주지 않기 위해 경찰에 비공개 수사를 의뢰했다”며 “경찰 수사 결과가 나오면 철저하게 보완 조치를 하겠다”고 밝혔다.

/이완기·노희영기자 kingear@sedaily.com

이완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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