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종인 더불어민주당 비상대책위원회 대표가 “삼성의 미래차 산업을 광주에 유치해 5년간 2만개의 일자리를 창출하겠다”고 공언한 날 삼성 임직원들은 어리둥절해했다. 스마트카 부분과 관련해서는 “따로 협의한 적이 없다”는 내용의 보도자료를 이례적으로 배포하기도 했다. 공장을 짓든 투자를 하든 그 주체는 삼성이어야 하는데 삼성과의 말도 없이 일자리를 만들겠다고 하니 무슨 일인가 싶은 것이다.
삼성의 미래차 산업을 유치하겠다는 바람을 표현하는 것은 자유다.
실제 광주광역시는 지난 2월 청년실업률이 11.1%로 외환위기 직후인 1999년 7월 이후 최고다. 삼성전자의 가전 사업을 비롯한 주요 기업들이 해외로 생산라인을 옮기고 있는 것도 사실이다.
하지만 김 대표에게 아쉬운 게 있다. 기업에 대한 배려가 너무 부족하다는 것이다. “양향자 후보 혼자 힘으로 실현(삼성 미래차 유치)이 어려울 것이라고 생각한다. 중앙당 차원에서 앞으로 적극 추진하겠다는 의지를 표명하기 위해 회견을 열었다”는 그의 말처럼 기업의 신규투자는 도깨비 방망이처럼 하룻밤 만에 뚝딱 만들어지는 게 아니다. 투자시기와 장소, 경쟁기업의 상황, 다른 사업과의 시너지를 충분히 검토한 후에나 이뤄진다. 이날 삼성이 해명자료를 내면서 “전장사업(스마트카)은 이제 사업성 여부를 모색하는 단계”라는 말을 집어넣은 것도 이 때문일 것이다.
특히 김 대표의 발언은 4·13 총선을 의식했다고밖에 볼 수 없다. 한 기업의 투자가 특정 정당의 총선용 ‘요릿감’이 돼서는 곤란하다. 정치인 입장에서는 “삼성이 안 된다고 했다”고 하면 그만이지만 지역민들은 삼성만 원망할 수밖에 없다. 삼성이 속으로 끙끙 앓는 데는 이런 이유도 있다.
게다가 야당은 법인세 최고세율을 지금의 22%에서 25%로 올리고 순환출자를 해소하라고 하며, 사내유보금에 대해서는 배당수익 등에 대해 10% 할증 과세하는 방안을 공약으로 내걸고 있다. 기업이 화수분이면 좋겠지만 앞으로는 기업을 옥죄면서 뒤로는 일자리를 만들어내라고 요구하는 것은 앞뒤가 맞지 않는다. 재계 고위관계자가 “기업이 자선단체냐”고 항변한 것도 나름대로 일리는 있다.
물론 삼성은 단순한 글로벌 기업 그 이상이다. 그러나 손뼉도 마주쳐야 소리를 내는 법이다. 당사자의 얘기를 다 듣지 않고 공약을 내거는 것은 배려가 없거나 무책임하거나 둘 중의 하나다. 언제까지 삼성을 ‘표퓰리즘’의 대상으로 삼을 것인가. susopa@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