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011년 고려대 의대생 집단 성추행 사건 가해자 3명 중 1명인 박모(28)씨는 술에 취해 잠든 동기 여학생을 집단으로 성추행하고 이 장면을 카메라로 찍은 혐의(성폭력처벌법상 특수준강제추행 및 카메라 등 이용 촬영)로 기소돼 2012년 6월 대법원에서 실형이 확정됐다. 특히 박씨는 피해자가 깨어 있는지 확인하고, 자리를 옮긴 피해자를 쫓아가 지속적으로 추행하는 등 죄질이 나빠 가장 무거운 2년 6개월 형을 받았다.
박씨는 2014년 성균관대 의대 정시모집에 합격한 뒤 조용히 학교 생활을 하고 있었지만 지난달 31일 한 동급생이 ‘성범죄자 알림e’ 사이트에서 박씨의 이름을 조회한 뒤 사실이 알려져 논란에 휩싸였다. 박씨의 과거가 드러나면서 성대 의대생 사이에서는 ‘여학생들이 박 씨와 함께 공부하는 것을 꺼리고, 의사가 되기에 성범죄 전과는 윤리적으로 결격 사유가 된다’는 주장이 나오는 등 논란이 됐다. 이에 의대 학생회는 지난 6일 의대생 전체 230명을 대상으로 학생총회를 소집했다.
회의에 참석한 165명의 학생들은 “의과대학은 의료인을 양성하는 기관으로서 의대 학생에게도 엄격한 윤리적 기준이 적용되어야 한다는 데에 의견을 모았다”며 “의대 교육과정상 환자를 마주하는 실습 과정이 반드시 포함되어 있는데 이때 환자나 보호자에게 성범죄 전과가 정확히 고지될 수 있는지 의문이 든다”는 내용의 성명서를 채택했다. 이어 “앞으로 의대생 선발에 있어 최소한의 윤리적 기준에 대한 엄격한 절차를 마련하여 재발을 방지해야 할 필요성을 느낀다”고 밝혔다.
박씨는 지난 주말 일부 학생들을 만나 “물의를 일으켜 미안하고 이에 대한 동기들의 반응은 감수하겠다”며 “하지만 학교를 계속 다닐 생각이고, 조별 실습 등에서 다른 학생들과 마주치는 일은 최대한 피하도록 노력하겠다”고 말한 것으로 전해졌다.
/김나은 인턴기자 babyeun@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