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빠’를 연신 외치는 젊은 여성부터 아이돌의 안무를 능숙하게 따라 하는 중·장년층, 가족 팬까지 다양했다. ‘한류는 이제 한물 갔다’며 냉소를 보이던 일본인지 의심이 갈 정도의 폭발적인 반응이었다. 어머니와 동생까지 세 모녀가 함께 공연장을 찾은 유우카 다나카(22)씨는 “평소에도 K-팝 공연이 있으면 자주 찾는다”며 “주변에 한국 가수와 음악을 좋아하는 친구들이 많다”고 소개했다. 9일과 10일 이틀 일정으로 열린 이번 공연은 표 2만석이 모두 사전 매진됐고 콘서트 전에 열린 K-팝 전시회에 온 인원까지 합치면 이틀 동안 총 3만 명이 다녀갔다.
‘원조 한류 시장’ 일본에서 한류 불씨가 되살아나고 있다. 한국 대중문화에 대한 관심이 예전만 못하고, 독도·강제종군위안부 문제 등으로 한·일간 외교 갈등이 이어지며 일부 혐한(嫌韓) 분위기까지 나타났던 일본에서 ‘제2의 한류’ 가능성이 발견되고 있는 것이다.
M카운트다운은 CJ가 중소기업청과 대한무역투자진흥공사(KOTRA), 동반성장위원회, 대중소기업협력재단과 협력해 외국에서 개최하는 한류 페스티벌 ‘케이콘(KCON)’ 행사 중 하나다. 2012년 미국을 시작으로 일본과 중동 아부다비까지 5년째 치러졌던 케이콘은 K-팝 콘서트 외에도 국내 중소기업과 현지 기업 또는 소비자와 연결해주는 수출 상담회, 전시회가 같이 열린다. 한류 바람을 타고 중기의 수출길을 열겠다는 취지다. 이번 일본 케이콘 역시 뷰티와 생활용품, 액세서리 등 한국 중기 50개사가 현지 업체 127개와 총 338건의 사업상담을 했다. 행사 하룻만에 중기 7개가 12억 원 규모의 계약을 위한 협의에 들어갔다. 이는 2015년 일본에서 열렸던 케이콘 당시 중기 34개가 참여해 상담 216건, 최종 중기 3개가 10억 원 규모의 현장계약을 체결한 것보다 증가한 수치다. CJ 관계자는 “한류가 회복되면 국내 중기에 대한 관심 역시 되살아나게 된다”며 “대·중소기업 상생을 위한 CJ의 꾸준한 의지가 원조 한류 시장에서 성과를 볼 것”이라고 말했다.
다만 제2의 한류 지속을 위해서는 세밀한 현지화 전략을 추구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K-팝의 경우 국내에서는 잘 알려지지 않았지만 일본에서 큰 인기를 끄는 아이돌 그룹이 나타나고 있다. 중견 연예 기획사인 큐브엔터테인먼트의 일본 지사를 이끌고 있는 이정숙 대표는 “한국에서 인기가 있다고 일본에서도 바로 유명해지는 시대는 지났다”며 “현지화한 그룹을 키워내야 한다”고 강조했다. 중기 수출 상담회에서 만난 일본 화장품사 오야마의 우에다 와타루 상품기획팀장은 “웬만큼 큰 한국 화장품 브랜드라도 곧바로 일본에서 통하진 않는다”며 “일본식 상품을 만들어야 한다”고 지적했다. /지바(일본)=조양준기자 mryesandno@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