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내칼럼

[만파식적] 엘리트 탈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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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장엽 전 북한 노동당 비서는 탈북 인사 가운데 가장 고위급이다. 43세의 나이로 김일성종합대학 총장에 임명됐고 11년간 최고인민회의 의장직을 수행하는 등 망명 직전까지 최고위층으로 있었던 인물이다. 그런 그가 김일성 사후 김정일과 갈등하다 1997년 베이징 주재 한국총영사관을 통해 한국으로 망명했다. 그는 이후 북한 체제와 권력을 정면으로 비판해 북한 권력층 입장에서는 그야말로 ‘눈엣가시’였다.


황 전 비서의 망명이 북한 정권 입장에서 충격이 컸던 것은 그가 김일성·김정일 정권의 통치 이데올로기인 ‘주체사상’을 만들었을 뿐 아니라 그에 관한 최고 이론가이기 때문이다. 그 탓인지 북한은 여러 채널을 통해 황장엽을 ‘배신자’라고 강하게 비난해왔으며 그를 제거하기 위한 시도를 계속했다. 실제 그가 심장마비로 타계하기 6개월 전인 2010년 4월에는 그를 암살하기 위해 북한 정찰총국 소속 공작원 2명이 탈북자 행렬에 묻혀 남파됐다가 체포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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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중국 내 북한 식당 종업원 13명이 집단 탈북한 사실이 알려지면서 여러 파장이 일고 있다. 탈북자들은 이번 탈북이 황 전 비서의 망명과 버금과는 ‘탈북역사의 사변(事變)’이라고 평가할 정도다. 이른바 출신성분이 좋지 않고는 해외로 나가는 것이 원천적으로 불가능한 북한 체제 특성상 북한의 중산층 이상 집안들이 한꺼번에 연루된 이번 집단 탈북이 충격적이라는 반응이다. 여기에 11일에는 정찰총국 출신 북한군 대좌(우리 군의 대령에 해당)가 망명한 사실까지 확인됐다. 정찰총국이 북한 내 차지하는 위상을 감안할 경우 북한군 출신 탈북 인사 중 최고위직이다.

핵 실험과 장거리 미사일 발사 이후 북한체제에 대한 국제사회의 제제와 압박이 강화되면서 북한 체제가 상층부터 흔들리고 있다. 어느 체제든 사회를 이끄는 엘리트들이 등지면 오래가기 힘든 법이다. 북한 엘리트들의 잇단 탈북을 보면서 북한체제가 예상외로 급속히 붕괴되지 않을까라는 우려 아닌 우려가 든다. /온종훈 논설위원

온종훈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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