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금융가

[서울경제TV] “옛 명성·화합 담자” 길어지는 ‘M&A 금융사’ 이름

SC은행, 4년만에 ‘SC제일은행’으로 사명 회귀

‘미래에셋대우증권’, ‘대우’출신 고려한 통합명

‘KEB하나은행’, 통합명에 피인수기업 앞세워

[앵커]

인수·합병 과정에서는 다양한 사연들이 생기기 마련인데요. 그래서 일까요, 최근 인수·합병을 거친 금융사들은 사연만큼이나 긴 이름을 택하고 있습니다.


미래에셋대우증권과 KEB하나은행 등이 대표적인데요. 길어진 이름들의 이유를 정훈규기자가 알아봤습니다.

[기자]

SC은행이 4년만에 다시 ‘SC제일은행’이라는 긴 이름을 사용하기로 했습니다.

영국계 금융그룹인 스탠다드차타드는 2005년 제일은행 인수 이후 브랜드명을 ‘SC제일은행’으로 했습니다. 그러다 2011년 말 글로벌 금융사 이미지를 강화하기 위해 ’제일’이란 명칭을 떼고, ‘SC은행’으로 바꿨습니다.


하지만 고객들과 멀어지는 결과만 낳았고, SC은행은 지난해 2,858억원의 순손실을 기록했습니다. 2014년 753억원 순손실에 이은 2년 연속 적자입니다. 결국 브랜드 인지도를 높이기 위해 다시 ‘제일’이라는 토종 브랜드를 부활시키기로 한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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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기업을 인수해 내수시장을 공략하는 외국계 기업들에게 토종 브랜드 명은 버릴 수 없는 자산입니다. 르노-닛산그룹은 2000년 삼성자동차를 인수한 후 여전히 ‘삼성’ 브랜드를 활용하고 있습니다.

르노삼성자동차는 삼성 브랜드 사용 대가로 매년 국내에서 판매된 완성차 매출의 0.8%를 삼성그룹에 지불합니다. 이 금액은 100억원 가량 되는데, 한국 소비자들의 인지도를 생각하면 손해가 아니라는 판단입니다.

국내 기업간의 합병에서는 브랜드 명에 양사 직원간 화합이 고려됩니다. 미래에셋증권은 대우증권과 합병 사명을 ‘미래에셋대우증권’으로 확정했습니다. 다소 긴 이름이지만, 대우증권 직원들의 구조조정에 대한 불안을 불식시키고, 자긍심을 챙겨주기 위한 결정입니다. 박현주 미래에셋그룹 회장이 인수 확정 뒤 줄곧 대우증권 직원들을 치켜세우고 있는 것도 이 같은 배경입니다.

[녹취] 박현주 회장/ 미래에셋그룹

“대우증권 후배들은 모두 저의 후배들이고 한국 최고의 엘리트 집단입니다.”

지난해 하나은행과 외환은행 통합으로 탄생한 ‘KEB하나은행’의 긴 이름에도 피인수기업 직원들에 대한 배려가 담겨 있습니다. ‘KEB’는 한국외환은행을 뜻하는 영어 이니셜입니다. 하나금융이 외환은행을 인수했지만, 통합명에 피인수기업을 앞세워 준 셈입니다. /서울경제TV 정훈규입니다.

[영상편집 김지현]





정훈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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