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권 재테크

자투리펀드 정리에...해외 재간접펀드 "우리는 억울"

해외 모펀드 운용규모 수천억 불구 청산 대상 올라

외국 운용사 "우수펀드 투자기회 제한" 불만 커져

정부의 소규모 펀드 정리작업이 속도를 내고 있는 가운데 해외 재간접 펀드를 운용하고 있는 외국계 운용사들의 불만이 커지고 있다. 해외 모펀드의 운용 규모가 수천억원대 수준임에도 불구하고 당국이 국내에 설정된 펀드 운용 규모만 고려해 청산 대상에 포함하고 있기 때문이다. 자산운용 업계에서는 우수한 해외 펀드 투자 기회를 제한할 수 있는 부작용을 고려하지 않은 행정편의주의적 방침이라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13일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지난달 말까지 소규모 펀드 청산 계획을 달성하지 못해 신규 펀드 출시에 제재를 받게 된 운용사 17곳 중 6곳이 외국계 운용사로 나타났다.

금융당국은 지난해 11월 설정 이후 1년이 지난 공모 추가형 펀드 중 원본액이 50억원에 못 미치는 펀드들을 청산하는 소규모 펀드 해소 방안을 발표했다. 작은 덩치 때문에 편입할 수 있는 종목이 제한돼 분산투자 효과가 미약해지고 결국 관리가 소홀해져 투자자가 손해를 입는 문제를 해소하자는 의도다. 이에 따라 지난달 말까지 운용사별 소규모 펀드 비중을 전체 공모 추가형 펀드의 19% 이하로 낮추는 계획을 진행했다. 연말까지 목표 비율은 5% 이내다.


이번에 제재를 받게 된 외국계 운용사들의 소규모 펀드 가운데는 해외 재간접 펀드가 많다. 실제 베어링은 소규모 펀드 11개 중 4개, 슈로더투신은 5개 중 2개가 각각 해외 재간접 펀드다. 재간접 펀드는 기존에 설정된 펀드에 투자하는 펀드다. 국내에 설정된 재간접 펀드 대다수는 베어링이나 슈로더투신처럼 유명 해외 펀드에 투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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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제는 최근 글로벌 주식시장이 출렁이면서 수익률이 악화되자 자금이 빠져나가면서 소규모 펀드로 전락하는 해외 재간접 펀드들이 속출하고 있다는 점이다. 펀드평가사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올 들어 청산된 소규모 펀드 232개 중 재간접 펀드는 51개로 나타났다.

하지만 외국계 운용사들은 재간접 펀드의 성격이 모펀드에 투자하는 펀드인 만큼 일률적인 잣대를 들이대는 것은 부당하다는 입장을 보인다. 비록 국내 설정액은 50억원에 못 미치지만 펀드 자산의 90% 이상을 투자하는 모펀드의 설정액은 수천억원대에 달해 사실상 운용에 큰 문제가 없다는 주장이다.

실제 이스트스프링의 ‘아시아퍼시픽고배당’펀드의 경우 국내 설정액은 22억원에 불과하지만 모펀드의 설정액은 3억1,400만달러(약 3,590억원)에 이른다. 슈로더자산운용의 ‘미국중소형주’펀드도 국내 설정액은 19억원이지만 모펀드의 설정액은 3,735억원 수준이다. 국내 설정액은 1억원, 모펀드 설정액은 3억6,000만달러인 베어링의 ‘아세안프로티어스’펀드의 경우 연초 이후 수익률도 3.19%로 양호한 편이다.

한 외국계 운용사 대표는 “한국에 설정된 재간접 펀드의 원본액이 50억원 미만이라도 해외 모펀드가 수천억원에 달해 사실상 운용에 피해를 주지 않는다”며 “수탁액 규모가 대부분 소규모이다 보니 성과를 내보기도 전에 청산되고 있어 안타깝다”고 말했다.

박민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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