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기자가 찾은 서울 이태원 경리단길. 비가 한두 방울씩 계속 내린데다 평일 낮에 찾아간 탓인지 지나는 사람들은 많지 않아 보였다. 길을 따라 쭉 자리한 가게들도 손님들은 많아야 한두 테이블이 있을 정도로 한산한 모습이었다. 이곳에는 최근 새로운 임차인을 구하는 상가 매물이 급증하고 있다. 임대료가 치솟으면서 정상적인 상가 운영이 어려워지자 계약기간이 종료되기 전 권리금이라도 확보하려는 상인들이 늘어났기 때문으로 보인다.
21일 부동산 업계에 따르면 최근 이태원 경리단길에는 임차인을 구하는 상가 매물이 계속 늘어나는 것으로 알려졌다. 현지 부동산 업계 관계자는 “상가 매물이 50여건가량 나온 상태”라며 “몇 년 동안 급격하게 상권이 성장하면서 함께 치솟은 임대료를 감당하지 못하는 상인들이 많아졌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실제 부동산114에 따르면 올해 1·4분기 이태원 상가 임대료는 3.3㎡당 4만7,000원으로 지난해 같은 시기(4만700원)보다 15.5% 올랐다. 2년 전인 지난 2014년 1·4분기의 임대료(3.3㎡당 2만8,500원)보다는 64.9%나 상승한 수치다.
이처럼 이태원의 상가 임대료가 치솟은 데는 경리단길의 영향이 크다고 전문가들은 분석한다.
김민영 부동산114 연구원은 “경리단길 상권의 임대료는 최근 2년 새 2~3배가량 오른 것으로 판단된다”며 “중심거리의 1층 상가 임대료는 전용 33㎡를 기준으로 보증금 3,000만원에 월세 200만~250만원 수준”이라고 설명했다.
경리단길의 상가 임대료 급등은 상인들의 정상적인 상가 운영을 어렵게 만들고 있다. 주말이면 여전히 많은 인파가 몰리는 곳이지만 임대료가 상가 매출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계속 높아지고 있는데다 골목마다 상가들이 많아지면서 경쟁까지 심해지는 탓이다.
경리단길에서 상가를 운영하는 A씨는 “이곳 상권이 뜨면서 특히 젊은 상인들이 많이 몰려들었다”며 “경쟁력에서 밀린 이들이 운영에 어려움을 겪는 사례가 늘어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결국 경쟁에서 밀린 상인들은 임대차 계약기간이 종료되기 전에 가게를 다른 임차인에게 넘기고 권리금이라도 확보하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현재 이태원 경리단길 중심거리 1층 상가(전용 33㎡)의 권리금은 7,000만~1억원에 달한다.
정호진 빌딩경영플래너 대표는 “경리단길은 대부분의 상권이 확장할 때 겪는 내홍을 경험하고 있는 것”이라며 “상인들이 한 번 빠져나가면서 권리금 조정도 이뤄지고 상권의 변화도 자연스레 가져올 수 있을 것”이라고 분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