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 정치·사회

'지진' 대형악재 만난 아베...정국운영 시나리오 뒤엉켜

"구마모토 재해 복구에 최선"

7월 중·참의원 동시선거 물거품

TPP 승인도 하반기로 늦춰져



구마모토 지진의 여파로 아베 신조 일본 총리가 구상한 ‘정국운영 시나리오’가 뒤틀리고 있다. 자민당 내에서도 반대 여론이 큰 7월 중·참의원 동시 선거는 정권이 재해복구에 총력을 기울여야 하는 상황이 벌어지면서 결국 물 건너간 것으로 보인다. 지진 대응이 우선시되면서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TPP)의 의회 승인도 하반기 이후로 미뤄졌다. 올 선거 이후 자신의 숙원인 개헌에 본격 착수하려던 아베 총리의 야심은 지진이라는 뜻밖의 변수를 만나 수정이 불가피하게 됐다.

21일 니혼게이자이신문에 따르면 아베 총리는 오는 7월 참의원 선거와 동시에 총선을 치르려던 당초 구상을 접기로 방침을 굳혔다. 지난 14일부터 구마모토현 일대를 강타한 연쇄 지진의 피해복구가 정권의 최우선 과제가 됐기 때문이다. 수많은 인명 피해가 발생하고 9만여명이 삶의 터전을 잃은 마당에 정치적 목적으로 중의원을 해산하고 총선을 강행한다면 비난이 쏟아지는 것은 불 보듯 뻔하다.

일본 정계에서는 지난 수개월 사이 경기둔화가 가시화하자 아베 총리가 내년 4월로 예정된 소비세율 2차 인상 시기를 늦추고 총선을 통해 다시 한번 국민 신임을 물을 것이라는 관측이 팽배했다. 아베 총리가 이참에 중·참 양원에서 각각 헌법 개정 발의에 필요한 의석 수(3분의2)를 한꺼번에 확보하고 본격적으로 개헌을 추진하려 한다는 점도 동시 선거 가능성에 힘을 실었다.


하지만 구마모토 지진이라는 재앙이 일본을 덮치면서 아베 총리는 선거나 개헌 이슈에 직접 발을 담그기 난처한 상황이 됐다. 아베 총리는 이번주 말 홋카이도에서 치러질 보궐선거의 자민당 후보 응원차 이 지역을 방문할 예정이었으나 지진 대응에 전념해야 한다는 이유로 계획을 취소하기도 했다. 니혼게이자이신문에 따르면 정부의 한 고위관계자는 전날 연립 공명당 간부에게 “동시 선거는 없을 것”이라는 방침을 전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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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음달 주요7개국(G7) 정상회의 전에 TPP 승인안과 관련 법안의 의회 통과를 매듭지으려던 계획도 유보됐다. 당초 아베 총리는 다음달 중순까지 TPP 이슈를 마무리하고 G7 정상회의에서 미국·일본 간 경제협력을 강화해 7월 선거에서 아베노믹스 성과를 선전하려고 했다. 하지만 지진 대응에 밀려 TPP 승인안은 결국 선거 이후 소집될 임시국회로 넘어간 상황이다. 가뜩이나 경기가 위축된 상황에서 아베노믹스 성장전략의 대표 격인 TPP마저 표류하는 듯한 인상을 주면서 ‘아베노믹스’는 실패한 경제정책으로 야당의 집중 포화에 직면하게 될 것으로 보인다.

이런 상황에서 주목되는 것은 24일 치러질 홋카이도 5선거구의 보궐선거다. 참의원 선거의 전초전으로 여겨지는 이번 선거전에서는 현재 자민당 측 후보에 맞서 야당 연합이 추천한 무소속 후보가 팽팽하게 맞서고 있다. 파이낸셜타임스(FT)는 이 보궐선거에서 자민당이 패배할 경우 정국운영에 관한 아베의 계산은 모두 뒤엉키게 될 것이라고 예측했다.



신경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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