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임금협상을 앞두고 일본 금융회사 노동조합들은 자진해서 기본급 인상을 포기했다. 일본은행이 마이너스 금리정책을 도입하면서 수익구조가 나빠지고 나아가 회사 경영 환경이 어려워질 수 있다는 우려 탓이다. 현지 언론에 따르면 2만5,000여명이 가입한 미즈호금융그룹 노조도 경영에 지속적으로 영향을 주는 기본급 인상 요구는 포기하는 대신에 성과급인 일시금은 전년 대비 단 1% 인상해달라고 요구했다.
일본 노조의 ‘상생 의지’와 달리 비행기로 고작 2시간밖에 떨어지지 않은 우리나라에서는 회사 사정은 고려하지 않은 채 성과급을 요구하고 나선 볼썽사나운 일들이 벌어지고 있다.
25일 자동차 업계에 따르면 지난해 1조원의 손실을 입은 한국GM 노조는 올해 임단협에서 성과급 400%를 달라고 사측에 요구하겠다는 입장을 최근 확정했다. 대형 세단 임팔라의 국내 공장 생산이 무산되면서 이번 임단협에서 강력한 투쟁을 예고한 바 있는 한국GM 노조는 사측이 수용하기 어려운 요구안을 확정해 또다시 험난한 협상을 암시했다.
매각작업을 앞둔 금호타이어도 노조의 후진적 행보에 골머리를 앓았다. 적자 상황임에도 역대 최장기간인 39일간의 파업으로 노사관계는 더욱 얼어붙었다. 노사 간 릴레이 협상이 연이어 이어졌지만 “420만원 이상을 일시금으로 지급하라”는 뜻을 굽히지 않은 노조 탓에 지난해 5월27일 상견례를 시작으로 최종 타결인 조인식까지 약 9개월(총 275일)이 걸렸다.
업계에서는 녹록지 않은 대내외 환경에도 뒤로 가는 국내 노조의 모습에 해외시장에서 경쟁력을 잃어가고 있다고 보고 있다. 산업 연구원의 한 관계자는 “높은 노동 비용, 근로시간 단축, 노동 유연성 부족, 법 제도의 불안정성, 낮은 생산성 등이 수출 감소의 주된 원인”이라며 “불합리한 노사관계가 위기의 핵심 원인”이라고 밝혔다.
같은 업종이지만 해외 사례는 크게 다르다. 도요타 노조는 이미 1950년대 투쟁을 통해 얻을 수 있는 것은 없고 대량 해고라는 나쁜 결과만 유발한다는 것을 경험으로 체득했다. 노사 간 믿음이 두터워지자 도요타는 지난 2008년 리먼 사태 발생 당시에도 고용안정을 위해 일본 국내생산 물량을 300만대로 유지하겠다고 약속했다. 일본을 비롯해 독일·프랑스·미국 등에 본사를 두고 있는 자동차 업체들은 위기를 통해 협조적 노사관계, 효율적 생산체제 등을 통해 경쟁력을 높이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선진국이 수차례 위기를 겪으면서도 경쟁력 기반을 강화할 수 있었던 것은 노사관계의 기본철학을 갖고 있기 때문”이라며 “노사가 미래 불확실성을 제거하고 경쟁력을 강화하려는 움직임 없이는 지금보다 더 큰 위기가 찾아올 것”이라고 조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