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4분기 성장률은 전 분기 대비 0.4%라는 숫자도 초라하지만 속살을 들여다보면 더 암울하다. 0.4% 성장 중 정부의 재정 지출 기여도가 0.4%포인트나 됐다. 주원 현대경제연구원 경제연구실장은 “1·4분기 우리 경제가 정부 재정을 빼면 제로 성장했다는 의미”라며 “경제는 정부와 민간이 서로 선순환을 이루며 성장해야 하는데 우리 경제는 정부 주도의 외끌이 성장을 했다”고 평가했다.
미래 성장동력인 설비투자가 크게 위축된 것도 문제다. 이근태 LG경제연구원 수석연구위원은 “지난해 3·4분기까지는 저유가에 따른 기업 순이익 개선으로 설비투자가 늘어났지만 4·4분기 이후 계속되는 수출 부진 및 소비 둔화에다 높은 재고, 떨어지는 공장가동률 등으로 설비투자가 크게 감소했다”고 설명했다. 전승철 한국은행 경제통계국장은 “설비투자가 감소했다는 것은 생산능력이 줄어들었다는 의미”라며 “추후 생산에 부정적인 영향이 나타날 수 있다는 게 대체적인 평가”라고 분석했다. 설비투자뿐만 아니라 연구개발(R&D)투자도 둔화했다. R&D 투자 동향을 보여주는 지식재산생산물투자는 1·4분기 0.1% 증가(전 분기 대비)해 지난해 2·4분기(-0.6%) 이후 3분기 만에 가장 낮았다.
정부가 28일 투자 촉진 대책을 내놓을 예정이지만 기대감은 높지 않다. 투자를 꺼리는 것이 국내외 경제주체들의 수요 부진 등 구조적 요인이 크고 정부 대책이 효과를 발휘하기까지는 시차도 있다는 것이다. 이근태 위원은 “경제 전반에 구조조정 바람이 불어 기업이 설비투자를 늘리기 어렵고 수출 감소세도 지속돼 설비투자는 당분간 어려운 국면이 지속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일단 정부는 2·4분기 이후 우리 경기가 개선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이찬우 기획재정부 차관보는 “1·4분기 성장률이 부진한 것은 원자재, 건축 재고가 감소한 영향이 컸다”며 “이 부분을 제외하면 올해 초 예상한 성장 흐름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고 있다”고 평가했다. 재고가 줄어들면 경제성장률은 감소하는 효과가 있다. 1·4분기 재고의 성장률 기여도는 -0.6%포인트를 나타냈다. 이 차관보는 “자동차 개별소비세 인하 정책이 2월 초순 단행돼 1·4분기에 충분히 반영되지 않았다”며 “1·4분기 재정도 계획보다 14조원 이상 초과 집행했기 때문에 2·4분기에 스필오버(파급) 효과를 일으켜 성장률은 어느 정도 (이상은) 가지 않을까 싶다”고 내다봤다.
하지만 전문가의 의견은 다르다. 주 실장은 “구조조정으로 실업자가 늘어날 것이고 이는 소비 축소로 이어질 수 있다”며 “특히 전 국민이 외환위기를 겪으며 구조조정의 무서움을 알고 있어 소비심리에 부정적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우려했다. 그는 “경제성장세도 약한데 구조조정까지 진행되는 안 좋은 국면을 맞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근태 위원도 “구조조정이 확실하게 진행된다면 산업계의 불확실성이 사라지면서 경제 전반에 긍정적일 것”이라면서도 “단기적으로는 금융 시장 내에서 기업 대출 등 신용 창출이 줄어들면서 부정적인 영향이 불가피하다”고 내다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