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경제가 저성장·저물가·저수익률이 장기 고착화하는 뉴노멀로 갈 것이라는 우려가 깊어지고 있다. 2차대전 후 70여년의 고속성장으로 장기 휴식기간이 필요하다는 의견에서부터 자본주의 심화로 한계효용이 극히 낮은 수준으로 떨어져 공유경제의 시대가 올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특히 대량생산의 20세기 산업사회가 무경계, 상시급변, 예측 불가능의 창조사회로 100여년 만에 격변하면서 초대형 기업들도 새 게임의 규칙에 적응 못하면 순식간에 몰락할 것이라는 우려도 제기된다.
초경쟁 뉴노멀 시대를 집중 연구해온 신동엽 연세대 경영대학 교수(한국인사조직학회장)로부터 뉴노멀 시대 경영에 영감을 줄 수 있는 두 권의 책을 추천받았다. 정치학·문학·사회학을 폭넓게 공부하고 연세대 사회학과 교수로 재직하다 명예교수로 물러난 송복 교수가 지은 ‘류성룡, 나라를 다시 만들 때가 되었나이다’와 KBS기자로 베이징 특파원을 역임했던 장한식 기자의 ‘오랑캐 홍타이지 천하를 얻다’이다.
독서량이 많은 경영자로, 침체기에도 고속성장하고 있는 아모레퍼시픽 서경배 회장으로부터 받은 책이기도 했는데 장기 저성장의 뉴노멀 환경에서 오는 엄청난 생존위기에 대한 대처법에 혜안을 제시한다고 신 교수는 추천 사유를 e메일로 보내왔다.
그는 “뉴노멀 환경에서는 기존 성장 모델이 한계에 부딪히기 때문에 반드시 한계를 돌파하는 패러다임의 전환이 필요하다”며 “기업경영의 패러다임 전환을 위해서는 새로운 환경에 맞게 완전히 바꾸든지, 아예 새로운 시대에 맞는 새 DNA를 가진 기업을 창업하는 두 방법이 있는데 이 두 권의 책이 두 방법에 대해 시사점을 던져준다”고 했다.
‘류성룡, 나라를 다시 만들 때가 되었나이다’는 임진왜란을 전후 조선의 상황을 솔직하고 적나라하게 파헤치면서 당시 조선이 그 체제 그대로는 결코 지속 가능하지 않았고 근본적 변혁이 절실히 필요했었다고 주장한다. 그러나 국가를 지배하던 주류 제도권의 힘이 아닌 류성룡과 이순신·의병 등 소수 비주류의 희생으로 절체절명의 위기를 넘기고도 여전히 정신 못 차리고 낡은 질서를 유지하는 데 급급하다 결국 패망의 길로 접어들었다고 분석한다. 신 교수는 “기업이나 국가를 막론하고 기존 틀 안에서 문제를 해결하고 점진적 발전을 할 수 있는 때도 있지만 가끔 근본적으로 재설계해야 할 때가 있고 그 재설계의 타이밍을 읽어내는 것이 지도자가 해야 할 가장 중요한 역할”이라고 강조했다.
‘오랑캐 홍타이지 천하를 얻다’는 변방의 소수민족에 불과했던 만주족이 거대한 중국 대륙을 얻고 나아가 중국 역사상 최강의 전성기를 이룩한 기틀을 마련한 청태종 홍타이지의 전략적 리더십과 비전을 담았다. 신 교수는 이 책에 대해 “새로운 기업이나 국가의 창업을 통해 기존 체제의 한계를 돌파할 때 난관을 극복하고 대업을 이뤄내는 전략을 가르쳐준다”고 설명했다. 특히 심각한 청년실업 상황에서 자의 혹은 타의로 창업의 길로 나선 젊은이들이 반드시 일독해야 할 책이라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