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B손해보험(002550)이 글로벌 투자은행(IB)인 나티시스(Natixis)와 손잡고 해외 투자에 나선다. 저금리 장기화 등의 영향으로 보험 업계의 운용자산 수익률이 계속 떨어지고 있는 데 대한 대응 전략으로 KB손보는 이 같은 글로벌 파트너십 전략을 통해 향후 3년간 약 4,600억원 정도를 해외 인프라·항공 금융 분야 등에 투자한다는 계획이다. 운용자산 수익률 제고는 보험 업계 전체의 당면 과제인 만큼 KB손보처럼 해외에서 새로운 투자처를 찾으려는 보험사들이 더 늘어날 것으로 전망된다.
28일 금융계에 따르면 KB손보는 이달 중순 프랑스 투자은행 나티시스와 공동 투자를 위한 파트너십 협약을 체결했다. 나티시스는 프랑스 2대 은행그룹인 방크포퓰레어케스데파르뉴(BPCE)의 핵심 계열사로 특히 인프라와 항공 금융 분야에 강점이 있다. 현재 전세계 36개국에 1만6,000여명의 임직원을 거느리고 있으며 프랑스 최대 자산운용사를 자회사로 두고 있다. 나티시스 관계자는 “아시아태평양 지역에서 인프라·항공 등 대체 투자처를 찾으려는 기관투자가들이 점점 늘고 있다”며 “이번에 공동 투자 파트너십을 맺은 KB손보는 앞으로 나티시스를 통해 3년 동안 4억달러 정도를 투자할 것으로 예상된다”고 말했다.
양사의 투자는 중개 및 수수료 지급 방식으로 진행된다. KB손보 관계자는 “나티시스가 글로벌 네트워크를 통해 찾아낸 괜찮은 투자 대상을 KB손보에 제안하면 KB손보가 투자 적정성 등을 검토한 후 투자 여부를 최종적으로 결정하고 중개 수수료를 주는 방식”이라며 “자산운용에 신중함을 기해야 하는 보험사의 기업 성향에 적합한 해외 투자 방식이라고 판단했다”고 설명했다. 실제로 해외에서도 스위스생명이 독일 풍력발전 사업에 유사한 방식으로 뛰어드는 등 투자 위험도를 낮출 수 있다는 점에서 이 같은 중개 투자를 보험사들이 선호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한편 저금리 추세 장기화 및 전통적인 투자 대상들의 불안정성 확대에 따라 KB손보뿐 아니라 다른 보험사들도 대체 투자처를 찾아 해외로 점점 더 많이 눈을 돌릴 것으로 전망된다. 동부화재가 지난해 1월 북미의 맨유라이프·메트라이프 등과 공동 투자펀드를 조성해 해외 투자에 뛰어들었고 교보생명·한화생명·흥국생명 등이 일본 태양광발전소에 투자하기도 했지만 여전히 보험 업계의 투자는 보수적인 면이 강하다. 글로벌 신용평가사 무디스에 따르면 한국 보험사들의 전체 투자 자산에서 해외 부문이 차지하는 비중은 최근 들어 다소 늘기는 했지만 여전히 한 자릿수인 8% 정도다.
하지만 지난해 말 기준 생보사 평균 운용자산 수익률이 통계 작성 이래 최저치인 4.0%까지 떨어졌고 손보 업계는 평균 운용자산 수익률이 생보 업계보다 더 낮은 3.79%를 기록했다. 보험료 적립금에 해당하는 보험부채 적립이율이 4%대 중반이라는 점을 고려하면 운용자산 수익률에 빨간불이 켜진 셈이다. 보험 업계 관계자는 “최근 금융 당국이 외화투자 등을 비롯해 자산운용 규제를 조금씩 풀어주고 있는데 보험 업계가 직면한 수익률 개선의 절박함이 반영된 것으로 보인다”며 “채권 등 기존 투자 방식으로는 더 이상 수익률을 올리기 힘들어진 만큼 해외에서 새로운 투자 대상을 물색하려는 움직임이 커질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