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 생활

<서울 시내 면세점 4곳 추가 허용> 롯데·SK·현대百 회생 가능성...면세점 13개 무한경쟁 시대로

정부 "1곳 열때마다 2,000명 신규고용·투자촉진 효과"

면세점 의지 업체에 모두 개방..."사실상 허가제→자율제"

국내외 혈투 불가피...시장 포화로 경영악화 우려 목소리 커져



정부가 지난해 서울 시내에 3곳의 신규 면세점을 허가해준 데 이어 이번에 4개의 서울 시내 면세점을 추가로 허용함에 따라 국내 면세점 시장은 무한경쟁 시대에 돌입하게 됐다. 안으로는 국내 굴지의 유통기업끼리 생존을 위한 혈투가 불가피하고, 밖으로는 한국을 견제하려는 중국과 일본 면세점까지 경쟁상대로 마주하는 ‘면세점 빅뱅’ 시대에 접어든 것이다. 무엇보다 이번 면세점 추가 허용으로 지난해 특허권을 박탈당했던 롯데면세점 월드타워점과 SK네트웍스 워커힐면세점, 그리고 1차 입찰전에서 탈락한 현대백화점그룹의 회생 가능성이 열렸다는 점이 눈여겨 볼 대목이다. 이럴 경우 면세점 사업 의지를 밝힌 업체 모두에게 문호를 개방하는 셈이어서 그동안 ‘거꾸로 규제’의 논란을 낳았던 면세점 허가제는 제한적 자율경쟁체제로 대전환을 맞게 됐다는 평가다.

국내 면세점 시장은 지난 15년 동안 다른 플레이어의 진입이 철저히 가로막히며 롯데·신라 양강체제로 지속됐다. 하지만 지난해 한화갤러리아·아이파크백화점·신세계·두산 등이 가세하며 서울 시내 면세점 수가 종전 6개에서 9개로 늘어났고, 이번에 다시 13개로 불어나며 예상을 뛰어넘는 다(多)면세점 경쟁체제로 들어서게 됐다.






자연스럽게 유통공룡 간의 사활을 건 면세점 전쟁이 일어나며 면세산업 파이는 더욱 확대될 전망이다. 업계에서는 국내 면세점 시장 연매출이 지난해 9조2,000억원에 이어 올해 사상 최초로 10조원 고지를 돌파할 것으로 내다본다. 2011년 5조3,700억원의 매출을 기록한 이래 매년 20% 가량 급신장하며 불과 5년 만에 두 배의 성장을 이뤄내는 셈이다.

정부의 논리도 이와 무관치 않다. 면세점 1개를 열 때마다 2,000여 명의 신규 고용과 수천억원대의 투자 등 경제 파급 효과가 큰 만큼 내수 회복과 해외 관광객 유치 등을 고려할 때 추가 허용이 필요하다는 것. 기획재정부는 이날 “2017년 서울 시내 면세점의 예상 외국인 구매고객 수는 693만명으로 모든 사업자가 흑자를 낸 연도 중 외국인 1인당 구매금액이 가장 높았던 2012년의 점당 고객 수(50만명)를 적용할 때 서울에는 14개의 면세점이 운영 가능한 것으로 판단한다”고 추가 허용 이유를 설명했다. 이어 “가장 쾌적한 쇼핑 환경을 제공하고 일본·대만 등 경쟁국과의 유치 경쟁 속에 더 많은 해외 관광객을 확보하기 위해 선도적으로 움직인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명구(오른쪽 두번째) 관세청 통관지원국장이 29일 정부세종청사 기획재정부 공용브리핑룸에서 서울에 4곳의 면세점을 추가 개설한다고 밝히고 있다.  /연합뉴스이명구(오른쪽 두번째) 관세청 통관지원국장이 29일 정부세종청사 기획재정부 공용브리핑룸에서 서울에 4곳의 면세점을 추가 개설한다고 밝히고 있다. /연합뉴스


또 크루즈 해양관광과 겨울 스포츠 관광 활성화를 위해 부산과 강원도에도 시내 면세점을 추가로 설치하기로 해 서울과 제주로 양분된 관광 프로그램의 확대에도 기여할 전망이다. 관세청은 이번 신규 출점으로만 약 1조 원의 신규투자, 5,000명의 직접 고용이 이뤄질 것으로 추산했다.


하지만 일부에서는 관광객 대비 면세점 수가 지나치게 많다며 시장 포화를 우려한다. 지난해 특허권을 딴 한 업체 관계자는 “애초에 이렇게까지 특허권이 주어질 줄 알았다면 사업을 신청했을지 의문”이라며 “투자기간이 지나는 1~2년 이후 경영 악화 등으로 특허권이 매물로 나올 수도 있다”고 걱정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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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울러 치열한 국내 경쟁 구도 속에 동북아 면세점 경쟁도 본격화되면서 국내 면세시장의 판이 새로 짜여질 것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13개 면세점 모두 흑자를 기록하기는 어려워 경영성과에 따라 업체간 명암이 조기에 갈릴 수 있다는 것이다. 현재 시내 면세점을 기준으로 흑자인 업체는 롯데와 신라뿐이다. 이런 상황에서 업체들이 우르르 가세할 경우 바잉 파워와 물류시스템 등이 열악한 신규업체의 여건은 더욱 어려워질 수밖에 없다. 매출을 좌우할 명품 브랜드의 입점 건도 문제다. 샤넬·에르메스·루이비통 등 3대 명품 브랜드를 모두 보유한 면세점은 롯데 소공점과 롯데월드타워점, 신라 장충점, 동화면세점 등 4곳인데, 현재로서 추가 입점은 극소수에 그칠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점쳐진다. 용산 신라아이파크면세점도 3대 명품은 커녕 구찌·프라다·불가리·티파니 등과도 협상이 지지부진한 상태다.

반면 롯데호텔의 상장을 앞두고 월드타워점의 존속 가능성이 열린 롯데면세점은 안도의 한숨을 내쉰다. 123층 초고층 전망대의 개관을 면세점 재오픈과 함께 맞이할 수 있다는 점도 긍정적인 요소다. SK 워커힐면세점은 최근 두산면세점에 정보기술(IT) 운영 시스템과 500여평의 인천 물류창고 사용권을 매각했다. 하지만 국내 유일의 카지노 병행 시내 면세점으로의 부활 의지는 분명하다. SK측은 600~700평 규모의 워커힐 내부 창고공간을 물류센터로 대체하는 한편 기존 개발 인력을 투입하면 한달내로 새 시스템을 완비할 수 있다고 자신한다. 현대백화점은 무역센터점에 면세점을 열어 ‘강남 마이스 관광’ 고객을 위한 메카로 육성하겠다는 구상이다. 도심공항센터와 코엑스 컨벤션센터에 인접한 조건을 기반으로 글로벌 비즈니스 고객을 유치하고 급증하는 강남 관광 수요에도 대응할 계획이다. /김희원·김정곤 기자 heewk@sedaily.com



김희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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