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스포츠 문화

[아트갤러리]김득신 '야묘도추', 깨진 평화 도둑맞은 병아리

김득신 ‘야묘도추(野猫盜雛)’ 지본담채, 22.4×27.0㎝ /사진제공=간송문화재단김득신 ‘야묘도추(野猫盜雛)’ 지본담채, 22.4×27.0㎝ /사진제공=간송문화재단


봄날에는 소동이 잦다. 풀린 날씨에 덩달아 마음이 풀린 까닭일까. 봄눈 움틀 때 숨어 있던 용기도 따라 싹트는 모양이다. 살구나무에 꽃망울이 맺힌 화창한 봄날 도둑고양이가 병아리를 낚아채 달아난다. 놀란 어미 닭은 새끼를 되찾으려 고양이를 뒤쫓고 나머지 병아리들은 정신없이 흩어진다. 푸드덕거리는 소리에 마루에 있던 주인은 머리에 쓴 탕건이 굴러떨어지는 줄도 모르고 긴 담뱃대를 휘두르며 고양이를 내리치려 한다. 맨발로 방에서 길쌈 중이던 아내도 동동걸음 치며 뒤쫓아 나온다. 그 바람에 남편이 매고 있던 자리틀이 굴러떨어지고 말았다. ‘꼬끼오, 와르르’ 소리까지 들릴 만큼 봄날의 소동을 생생하게 그린 이 작품은 조선 시대 화가 김득신의 작품으로 고양이가 병아리를 훔쳐 달아난다는 뜻의 ‘야묘도추’로 불린다. 주인 부부의 표정이 생생하지만 이 그림에서 가장 절박한 것은 어미 닭이다. 날개와 꼬리 깃을 있는 대로 활짝 펴고 온 깃털을 곤두세운 채 사나운 기세로 땅을 박차는 어미의 모습과 대조적으로 얄미운 고양이는 너무도 여유롭다. 고양이가 훔친 것은 비단 병아리 한 마리뿐은 아니었다. 고양이는 봄날의 따뜻한 평화와 일상의 고요함마저 깨뜨려버렸다. 서울 동대문디자인플라자(DDP)에서 열리고 있는 ‘간송문화전’ 6부 전시 ‘풍속인물화-일상, 꿈 그리고 풍류’에서 직접 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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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상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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