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설

[사설]폭스바겐서 옥시까지, 정부는 왜 수입업체에 약한가

가습기 살균제로 가장 많은 사망자를 낸 영국 옥시레킷벤키저가 2일 피해자들에게 공식 사과했다. 7월까지 독립기구를 만들어 피해조사와 보상에 최선을 다하겠다고도 했다. 사망사고가 발생한 지 5년이 지나서야 고개를 숙인 것이다. 하지만 소비자 반응은 싸늘하다. 피해자 가족들은 “진정성이 없다”며 사과를 거부했다. 지금까지 옥시의 행태를 보면 그럴 만도 하다.


이번 사과도 검찰의 칼끝이 영국 본사로 향하자 이를 차단하기 위해 부랴부랴 기획했다는 인상이 짙다. 살균제 제조·판매 책임과 연구보고서 조작·증거 은폐 개입 의혹을 받고 있는 본사 보호 차원에서 한국법인이 ‘꼬리 자르기’에 나섰다는 지적이 나온다. 자사 제품으로 죽는 사람까지 생기는데도 책임 회피에만 급급했던 게 그들이다. 무성의로 일관하다 지난달 말 달랑 e메일 사과문을 내놓았을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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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마나 한국 정부와 소비자가 우습게 보였으면 이렇게 고자세였겠는가. 옥시와 폭스바겐 사건에서 드러나고 있듯이 우리 정부는 외국 업체에 유독 약한 모습이다. 부실조사에 늑장대응, 책임 떠넘기기가 단골 메뉴다. 옥시 건은 환경부의 독성물질 유해검사가 부실했고 질병당국의 대처도 늦었다. 연루기업에 대한 처벌은 허위광고 과징금 5,200만원이 전부였다.

폭스바겐 사건도 마찬가지다. 소관부처인 환경부는 일이 벌어진 지 2개월 뒤에야 리콜 명령을 내리고 대표 고발도 한참 뒤에야 했다. 오죽 한국을 물로 봤으면 폭스바겐이 리콜 계획서를 두 번이나 엉터리로 제출했겠는가. 솜방망이 과징금도 빠지지 않았다. 만약 옥시나 폭스바겐이 국내 업체였으면 어땠을까. 이런저런 부처들이 득달같이 달려들어 ‘감놔라 배놔라’ 했을 가능성이 높다. 무역보복이 두려워 외국 기업의 잘못을 들추기 어렵다는 변명은 이제 안 통하는 시대다. 당국이 가장 걱정해야 하는 점은 국내 소비자 보호라는 걸 잊어서는 안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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