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주열 "구조조정 적극 역할"...사흘만에 '회군'

이주열 한국은행 총재는 2일 “한은은 기업 구조조정 추진과정에서 필요한 역할을 적극 수행할 것”이라고 말했다. 기업 구조조정에 필요한 돈을 누가 대느냐를 놓고 각을 세우던 정부와 한은이 갈등 봉합에 나서면서 국책은행 자본확충 논의도 속도를 낼 것으로 전망된다.

이 총재는 이날 오전 집행간부회의를 열어 “이제 기업 구조조정 논의가 본격화되고 있으므로 당행의 역할수행 방안에 대해 다시 한번 철저히 점검해달라”고 당부했다. 그는 4일 열리는 ‘국책은행 자본확충협의체’에 대해서도 “관계기관과 추진방안에 대해 충분히 논의해달라”고 했다.

이 총재의 이 같은 발언은 기업 구조조정 추진과정에서 한은이 소극적인 입장을 견지하고 있다는 비판을 의식한 데 따른 것으로 보인다. 앞서 지난달 29일 윤면식 한은 부총재보는 “기업 구조조정 지원을 위해 국책은행에 자본금 확충이 필요하다면 이는 기본적으로 재정의 역할”이라고 말해 한은이 국책은행 자본확충에 부정적이라는 해석이 나왔다.



한은을 일방적으로 밀어붙이던 정부도 갈등설 진화에 나섰다. 최상목 기획재정부 제1차관은 이날 “정부와 한은은 선제적 구조조정 과정에서 발생하는 금융불안에 국책은행의 자본확충이 필요하다는 데 인식을 같이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에 따라 4일 독일 프랑크푸르트에서 열리는 아시아개발은행(ADB) 연차총회에 참석하는 이 총재와 유일호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따로 만나 구조조정 관련 ‘프랑크푸르크 교감’을 이뤄낼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