퇴직 관료가 해당 부처 관련 민간기관에 재취업해 부적절한 유착관계를 형성하는 ‘관피아문제’가 건설 현장에서 근로자들의 안전을 위협하고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감사원은 지난해 2015년 1~8월 5건의 임시구조물 붕괴사고로 35명의 사상자가 발생하는 등 임시구조물 관련 안전문제가 심각하다는 판단에 따라 지난해 10~11월 진행한 ‘건설자재 품질관리 실태’ 감사 결과를 3일 공개했다.
감사원이 한국토지주택공사(LH공사),한국도로공사 등 9개 기관이 발주한 18개 건설 현장에서 사용되는 가설기자재 6종, 116개 표본을 조사한 결과 54.3%에 달하는 63개 표본이 불량으로 확인됐다. 가설기자재는 공사현장에서 근로자의 통로 확보 등을 위해 임시로 만들었다가 공사가 완료되면 철거하는 임시구조물에 사용된다. 강철로 만든 관(강관)을 연결하는 강관조인트는 표본 19개 모두 정상인증품 두께의 60%에 불과한 불량품으로 판명됐다. 거푸집을 지탱하는 파이프서포트 역시 14개 표본 전체가 적정 성능기준에 못미쳐 건물의 천정·지붕 등 콘크리트 타설 작업 시 붕괴 우려가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러한 불량품이 사용된 이유는 담당 부처인 고용노동부의 부실 감독, 자격을 갖추지 못한 한국가설협회의 ‘엉터리 인증’ 때문이었다. 고용부는 한국제품인정기구(KAS) 인정을 받지 못한 한국가설협회를 가설기자재 안전성을 검증하는 위탁안전인증기관으로 지정했다. 한국가설협회는 고용부 퇴직자들이 회장, 임원 등을 맡으면서 이들의 재취업에 활용됐다. 협회는 2014년 8월~2015년 11월 협회 부회장이 대표이사를 맡은 건설업체의 기자재 16건에 대한 안전인증 등 57건의 부적절한 인증을 했다. 고용부는 2009년 1월 안전인증제도 도입 이후 감사 진행 시점까지 유통 중인 가설기자재에 대한 성능시험을 하지 않았다. 또 한국가설협회에 중고 가설기자재를 등록하면 불량품이라도 근로감독관의 단속 없이 재사용할 수 있는 ‘재사용등록제’를 운영해 불법 제품의 유통을 초래했다는 게 감사원의 지적이다.
감사원은 고용부에 한국가설협회에 대한 위탁안전인증기관 지정 취소, 재사용등록제 폐지, 담당자 2명 징계를 요구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