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외칼럼

[기고] 對중동 외교 새 지평 연 이란 방문

윤병세 외교부 장관

朴정부 출범 후 최대규모 협정 등

경제·안보·문화분야서 큰 성과

한류열풍 속 긴밀한 유대관계 형성

상생·번영의 '제2 중동붐' 이끌 것





박근혜 대통령의 최근 이란 국빈 방문은 여러 가지 면에서 의미를 부여할 수 있다. 무엇보다 지난 1962년 수교 이래 우리 정상 최초의 국빈 방문이라는 점에서 한-이란 관계에 역사적 이정표가 됐다. 역대 최대 규모이자 명실공히 ‘팀 코리아’를 대표하는 236개사의 경제사절단이 동행해 사상 최대의 경제 외교 성과를 도출했다. 북핵 불용의 안보 외교와 양 국민의 마음을 연결해주는 문화 외교 측면에서도 확실한 메시지를 발신했다. 요컨대 경제·안보·문화의 세 기둥을 확고히 세움으로써 양국 관계의 복원을 넘어 크게 도약시키는 계기가 됐다.


중동의 마지막 블루오션으로 불리는 이란은 국제사회의 제재 해제를 발판으로 8%의 경제성장률을 목표로 하는 국가 발전 전략을 야심 차게 추진하고 있다. 이런 배경에서 하산 로하니 이란 대통령은 단기간에 놀라운 발전을 이룬 역량을 갖춘 한국과 상생의 파트너십을 키워나가겠다는 강력한 의지를 표명했다. 박 대통령도 정상회담과 비즈니스 포럼 참석 등을 통해 이란의 대형 프로젝트에 우리 업체가 참여할 수 있도록 적극적인 경제 외교를 펼치면서 신뢰를 토대로 시야를 길게 보는 협력 파트너임을 강조했다.

그 결과 이번 방문에서 정부 간 조약 및 협정, 공공기관 간 양해각서(MOU) 등 총 52건의 협력문건에 서명했는데 이는 현 정부 출범 후 정상 외교 성과물로는 최대 규모다. 우리 민간 기업이 별도로 서명한 문건을 합치면 66건에 달한다. 또 123개사가 참여한 1대1 기업 상담회도 사상 최대 규모였다. 1975년 이란 진출 때부터 2010년까지 이란에서의 건설 수주 실적 누계가 120억달러였는데 이번 방문을 계기로 3배나 되는 약 371억달러(42조원) 규모의 수주 지원이 이뤄진 것은 실로 커다란 성과다.


또 박 대통령의 이번 방문은 양국 간에 역사적·문화적·정서적 측면에서의 특별한 유대를 재확인하는 좋은 계기였다. 박 대통령은 한식·한방·한지 등을 주제로 한 K컬처 전시를 참관하고 ‘한마음 페스티벌’이라는 제목으로 열린 태권도 시범, 아리랑 협연 등 양국 전통 공연 행사에 참석했는데 1,600석의 공연장을 꽉 채운 이란 국민들의 환호와 갈채는 이란에서 고조되고 있는 한류 열기를 웅변으로 보여줬다. 내년 중동 지역 세 번째로 이란에 한국문화원이 설립되고 한국-이란 문화교류의 해가 시행되면 양국 간 문화·인적 교류가 가속화할 것으로 기대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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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편 이번 이란 방문은 북한의 시대착오적 핵무기 개발 저지와 북한의 변화 유도라는 측면에서도 중요한 의미를 가진다. 북한과도 전통적 우호 관계를 유지해온 이란은 올바른 전략적 선택으로 지난해 핵협상을 타결하고 국제사회와의 협력을 통한 변화의 길을 모색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번에 로하니 대통령은 어떠한 핵무기 개발에도 반대하고 핵무기 개발은 결코 안보를 강화하지 못한다고 하면서 북핵 불용이라는 이란 정부의 입장을 공개적으로 천명했다. 이러한 이란 정부의 입장은 양국 정상 간 최초의 공동성명에도 명시됐다. 또 이란 측은 한반도 통일을 위한 우리의 열망에 대해서도 전폭적인 지지를 보내줬다.

지난주 중국이 의장을 맡고 러시아, 중앙아시아 등 북한과 전통적 우방 관계에 있는 국가들이 주축을 이룬 ‘아시아 교류·신뢰구축회의(CICA)’에서 북한의 도발을 가장 강력한 표현으로 규탄하는 성명이 채택된 바 있는데 이번 박 대통령의 이란 국빈 방문은 북한에 또 다른 충격이 됐을 것이다.

지난해 사우디 등 중동 4개국 순방으로 ‘라피크(동반자)’ 외교를 펼친 데 이어 이번에 중동의 또 하나의 축인 이란 방문을 통해 우리의 대중동 외교는 대이란 제재 해제 후의 제2의 중동 붐을 이끌어나가며 중동 지역의 상생과 번영에도 기여하는 견인차 역할을 할 것으로 기대된다.

윤병세 외교부 장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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