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이 6일 오전 평양에서 김정은 시대를 선포하는 제7차 노동당대회를 시작했다. 북한은 36년 만의 당대회를 통해 김정은 노동당 제1비서를 김일성·김정일 부자와 같은 반열로 올려 3대 세습 통치를 대내외에 천명했다.
노동신문·조선중앙TV 등 관영 매체를 통해 김 제1비서 찬양 서사시와 특집물을 보도하며 축제 분위기를 띄우고 우상화에 주력했다. 조선중앙TV는 “영원한 김일성·김정일 동지의 당, 김정은 동지의 당이여”라는 표현이 사용된 서사시를 소개했다. 앞서 노동신문은 지난 4일자에 게재한 정론에서 김 제1비서를 ‘21세기의 위대한 태양’이라고 지칭했다. ‘태양’이라는 표현이 김일성 주석에 대해서만 사용됐던 점을 감안하면 이는 김 제1비서를 김 주석과 같은 급으로 올린 셈이다.
하지만 북한이 철통보안 속에서 ‘깜깜이 대회’로 진행하면서 외신들의 비난은 이어지고 있다. 행사를 알리기 위해 외국 언론들을 초청했지만 정작 외신 기자들의 대회 회의장 출입을 허용하지 않았던 것.
서방 전문가들은 김정은 국방위원회 제1위원장이 과거 김정일 국방위원장과 달리 올해까지 4년째 신년사를 육성 연설하는 등 생중계를 선호하고, 100여개 외신을 평양으로 부른 점을 고려해 북한 측이 김 제1위원장의 개회사를 생중계할 것으로 관측했다. 하지만 북한은 취재진들의 행사장 취재를 엄격히 통제했다. 취재진들은 당대회가 열리는 4·25 문화회관 근처까지 안내했으나 대회장 건물 가까이 가는 것조차 허용하지 않았다고 전했다. 외신들은 행사장에서 200m 떨어진 도로 건너편에서 4.25 문화회관의 외관만 찍어 사진을 전송했다.
CNN과 APTN 등 서방언론이 전한 사진과 영상을 보면 4.25 문화회관 건물 외벽에 김일성·김정일 부자의 대형 초상화가 걸려 있고, 곳곳에 노동당 깃발이 장식돼 있다. 현장 주변에 무장경호원과 사복 경호원들이 곳곳에 배치돼 행사장 주변이 철저하게 통제되고 있음을 짐작하게 했다.
일부 외신들은 북측의 취재 통제가 심각한 수준이라며 비난했다. 일본 교도통신은 “약 120명의 보도진은 농락당했다”며 “(북한 측은) 오후에는 당대회와 직접 관계가 없는 전선(電線) 공장 취재를 설정했다”고 소개했다. 일본 지지통신은 “해외 언론에 직전까지 행선지를 알리지 않는 등 김 제1위원장의 신변 경호에 신경을 곤두세우는 모습도 엿보였다”고 보도했다. 영국 BBC의 스티븐 에번스 기자는 “취재진 4명에게 각자 1명씩 검은 옷의 감시원이 배치됐고, 화장실 안까지 따라붙고 있다”면서 “우리가 찍은 영상 일부를 삭제하라는 이야기도 들었다”고 말했다.
북한은 앞서 수차례 외국 언론들을 초청했지만 정작 취재는 제안해 왔다. 이번 당대회 보도 제한도 전례를 따랐다는 분석이다. 북한이 당대회 보도에 신중을 기하는 이유는 북한의 정책과 노선 등 중요 사항이 결정되는 자리인 만큼 선전 효과를 극대화하기 위한 행보란 관측이 나온다.
중국 정부는 이날 북한을 향해 ‘국제사회 목소리에 귀를 기울이라’는 메시지를 발표했다. 훙레이(洪磊) 중국 외교부 대변인은 정례 브리핑에서 ‘중국은 대표단을 북한에 파견했느냐’는 질문에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은 현재 국가발전에서 하나의 중요한 단계에 있다”며 “우리는 조선이 능히 국가발전과 인민행복을 실현하기를 희망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