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이낸셜타임스(FT)는 지난해 전 세계에서 에너지 기업들이 새로 발견한 유전의 원유 매장량은 28억배럴 규모로 지난 1954년 이후 가장 적은 규모라고 8일(현지시간) 글로벌 시장조사기관인 IHS의 통계를 활용해 보도했다. 이는 당초 IHS가 지난해 미국 내 원유 등을 시추하는 신규 유전에서 확인된 매장량이 1995년 이후 최저 수준이라고 밝힌 것보다 더욱 나빠진 수치다.
한때 황금알을 낳는 사업으로 불릴 정도로 치열했던 유전 개발사업이 시들해진 것은 장기간 지속돼온 저유가로 급격히 떨어진 채산성 때문이다. 특히 고도의 기술력과 막대한 자본이 필요한 심해원유 발굴사업의 경우 유가가 배럴당 60~80달러 수준이어야 채산성을 맞출 수 있지만 2014년 여름부터 급락한 유가는 아직 배럴당 40달러 수준을 맴돌고 있다.
이에 따라 글로벌 에너지 기업들은 초긴축 모드에 돌입하는 과정에서 투자자본을 단기에 회수할 수 없는 신규 유전 개발 사업을 우선 배제했다. 로열더치셸 등 6개 글로벌 석유업체는 최근 예산을 새로 짜며 올해 투자액을 1,210억달러로 전년 대비 17% 줄였다. 이 과정에서 코노코필립스는 올해 유전 발굴을 위한 해양탐사를 전면 중단했으며 연초 77억달러의 투자계획을 발표했으나 두 차례에 걸쳐 수정해 57억달러만 미래사업에 쓰기로 했다. BP는 연초 187억달러로 잡았던 투자액을 170억달러로, 엑손모빌과 셰브런도 전년 대비 25% 안팎으로 투자액을 줄이며 시추사업 인력을 삭감하거나 프로젝트를 연기하고 있는 실정이다. 영국 에너지컨설팅 회사인 우드매킨지는 주요 에너지 기업들이 2014년 한해 유전 탐사에 들인 비용이 950억달러였지만 올해는 그 절반 수준인 410억달러에 그칠 것으로 전망했다. 또 유가가 반등하지 않는 한 내년 유전탐사 예산은 이보다 쪼그라들 것으로 내다봤다.
유전 발굴이 위축되며 일각에서는 오히려 오는 2020~2025년께는 원유부족사태를 겪을 것이라는 우려도 제기된다. FT는 최근 미국이나 중동지역에서 발견되는 유전은 대개 육지에서 멀리 떨어진 해상에 있어 원유 생산에는 발견부터 평균 7년 이상이 걸린다고 지적했다. 추가로 유전을 발굴하지 않을 경우 10년 후에는 심각한 원유 부족에 직면할 수 있다는 이야기다. 우드매킨지도 지금 같은 상황이 크게 달라지지 않는 한 2035년께 하루 450만배럴 규모의 원유가 부족해 유가가 폭등할 것이라는 분석을 내놓았다. 세계 1위 유전개발 회사인 슐룸베르거의 폴 시브스고르 최고경영자(CEO)는 “자원개발과 탐사에 투자하는 자금 규모가 심각한 수준으로 삭감되고 있다”며 “이는 원유 생산량의 가파른 감소로 이어져 유가 상승을 유발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에너지 업계의 비관적 전망은 일부 현실로 나타나고 있다. 새로 발견된 유전 가운데 원유가 차지하는 비중이 점점 줄어들고 있기 때문이다. 2014년 신규 유전 중 원유생산지는 35%에 달했지만 지난해는 23%로 뒷걸음질쳤다. 또 현재 실질적으로 가동되는 원유생산 시설 역시 332개로 2009년 11월 이후 가장 적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