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 기업

[핫이슈-국적선사가 살아야하는 2가지 이유]①40년 쌓은 운용노하우 세계 최고..."시황 회복땐 빛 발할것"

②조선업 기술력과 결합하면 상생효과도 커





“국내 컨테이너선사들이 규모 면에서는 뒤처질지 모르겠지만 운용 능력이나 서비스는 세계 최고수준입니다.” “해운사의 노하우와 조선사의 기술력이 모이면 큰 시너지를 낼 수 있습니다.”


경영난으로 생존의 기로에 놓인 한진해운과 현대상선이 역사 속으로 사라질 경우 40년 가까이 쌓아온 글로벌 해운사로서의 운영 노하우와 네트워크가 물거품이 되고 한국 제조업 중심축인 조선업과의 시너지 기회까지 날릴 수 있다는 우려가 업계 안팎에서 나오고 있다.

9일 해운업계에 따르면 한진해운과 현대상선은 선복량(화물 적재량)에서는 각각 세계 8위, 18위지만 ‘아시아~북미’ ‘아시아~유럽’ 등 주요 노선 점유율은 각각 5위, 10위권으로 훌쩍 뛰어오르고 운영이나 정시 도착 같은 서비스면에서는 세계 선두권으로 평가받는다.

최근 과중한 용선료(선박 임대료) 부담과 자금난으로 채권단 공동관리(자율협약)에 들어가며 존립이 위태로운 상황이지만 세계 모든 해운사가 겪고 있는 저운임의 늪에서 빠져나간다면 새로운 기회가 열린다고 전문가들은 보고 있다.


한진해운은 수송실적으로는 미주노선 세계 4위(점유율 7.4%), 유럽노선 세계 5위(4.6%)에 오를 정도로 주요노선의 강자다. 현대상선도 유럽노선은 세계 10위(2.2%)고 동아시아~미서안 노선 점유율은 4.8%로 글로벌 선사들(6~7%)에 버금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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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 주요 항구에 직영 터미널을 다수 확보하고 있는 점도 국내 선사의 장점이다. 한진해운의 경우 세계 주요 항만 11곳을 보유하고 있으며 현대상선은 최근까지 4곳을 운영했지만 지분 매각으로 2곳이 남았다. 전용 터미널을 보유한 선사들은 화물을 보다 신속하고 안정적으로 처리할 수 있으며 수익성도 높일 수 있다. 한진해운의 한 관계자는 “세계 곳곳에 터미널을 확보한 해운사는 머스크와 한국 회사 등 한 손에 꼽을 정도”라며 “한진해운이 시황이 그나마 괜찮았던 지난해 1~3분기 컨테이너 영업이익률 부문 세계 3위(4.4%)에 오른 것도 터미널 경쟁력이 뒷받침됐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주요 노선에서 가장 빠른 운송 서비스를 제공하는 것도 한국 선사들이다. 이달 말 한진해운은 중국 상하이에서 미국 롱비치까지 직기항으로 연결해 기존(13~14일)보다 빠른 11일 만에 운송하는 서비스를 개시한다. 부산에서 네덜란드 로테르담까지 28일 걸리는 북구주력노선이나 아시아~지중해 노선 등 국내 선사들이 40년 노하우를 결집해 만든 쾌속 노선들은 고객들의 호응을 얻고 있다.

화물을 정해진 시간에 운송하는 ‘정시율’ 부문에서도 국내 선사들은 2~3년 전까지 선두권을 지켰다. 다만 최근에는 해운사들이 경영난으로 연비에 집중하면서 정시율 개념이 희박해졌다.

김우호 한국해양수산개발원 해운해사연구본부장은 “국내 해운사의 운영 능력과 서비스는 머스크(세계 1위) 저리 가라 할 정도로 세계 최고수준”이라며 “시황이 개선되고 유동성 위기에서 빠져나가면 충분히 재기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위기에 빠진 조선업의 돌파구를 한국 해운사들이 찾아줄 수 있다는 주장도 꾸준히 제기된다. 가까운 예로 올해 들어 국내 조선사들이 최악의 수주 가뭄을 겪는 가운데 중국과 일본 조선사들은 자국 해운사들의 발주로 근근이 일감을 확보하고 있다. 국적선사들의 선박 발주 능력이 복원되면 국내 조선업에도 생기를 불어넣는 한편 해운사의 노하우와 조선사의 기술력을 결합한 새로운 선박을 탄생시켜 조선업계에 활력을 불어넣어 줄 수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실제 친환경·고연비의 초대형컨테이너선 시대를 연 1만8,000TEU(TEU는 6m 컨테이너 1개)급 선박은 세계 1위 해운사 머스크의 아이디어에서 비롯됐다. 2010년 초 당시 세계 최대 규모는 1만5,000TEU급이었지만 규모의 경제를 노리고 슈퍼 선단을 꾸리려던 머스크가 1만8,000TEU급 선박을 건조할 조선사를 찾아 나서던 중 대우조선에 20척(4조원 규모)을 발주하면서 본격적인 초대형 컨테이너선 시대를 열었고 국내 조선사에 주문이 밀려들며 함께 수혜를 봤다. 해운업계의 한 관계자는 “조선·해운 불황으로 초대형 컨테이너선 가격이 지난 2007년의 3분의2 수준에 불과하다”며 “국적선사가 살아남아 친환경 고효율 에코십을 발주하면 경쟁력도 확보하고 조선사에도 큰 힘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임진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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