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스포츠

[재미있는 말이야기]페가수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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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스 신화에 등장하는 날개 달린 말, ‘페가수스(Pegasus)’는 얼굴만 봐도 화석이 돼 버린다는 무서운 괴물인 메두사의 목을 페르세우스가 베어 죽였을 때 흘러나온 피에서 생겨났다고 합니다. 아버지는 바다의 왕이자 말의 수호신인 포세이돈으로 신마(神馬)가 물에서 나왔다는 고대 동서양 신화의 공통점을 발견하게 됩니다. 페가수스가 대지를 걷어차면 그곳에 샘이 솟아나와 ‘히포크레네(말의 샘)’가 생긴다거나 사람들의 눈에 잘 띄지 않지만 물을 마시러 샘에 종종 모습을 드러낸다는 것도 말이 물과 깊은 연관이 있다는 것을 말해줍니다.

오직 영웅만을 태우는 위대한 말들의 공통점은 페가수스에게도 해당 됐습니다. 페가수스는 아름다운 모습과 달리 성격이 난폭해서 아무도 접근할 수 없었는데 샘에 물을 마시러 왔다가 잠시 방심한 사이에 코린토스의 젊은이 벨레로폰이 아테나의 황금 고삐로 길들이면서 마침내 그의 말이 됩니다. 이야기 속에서 전쟁의 여신인 아테나가 벨레로폰에게 고대의 주요 무력이었던 말을 관장할 수 있는 황금 고삐를 주었다는 대목은 예사롭지 않게 들립니다.


이후로 벨레로폰은 페가수스를 타고 여러 가지 모험을 하며 영웅 대접을 받았습니다. 한번은 아르고스에서 왕의 환대를 받았는데 ‘의리’ 때문에 왕비의 유혹을 거절했다가 오뉴월 ‘서리’ 같은 커다란 시험에 들게 됩니다. 왕비의 아버지, 리키아왕이 벨레로폰에게 나라의 골칫거리라며 사자 머리에 용의 꼬리가 달린 괴물인 키마이라를 없애달라고 부탁한 것입니다. 그러나 하늘을 나는 페가수스에 올라탄 벨레로폰에게 그리 어려운 일도 아니었습니다. 보란 듯이 키마이라를 처치한 벨레로폰은 기세가 등등해져 심지어 신들과 경쟁하기 위해 하늘 높이 날아오르기까지 합니다. 이때 오만함에 화가 난 제우스가 말파리를 보내 페가수스를 쏘게 했고 놀란 페가수스가 몸부림치다가 벨레로폰을 땅으로 떨어뜨리고 맙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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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마의 힘으로 얻은 것들이 자신의 능력이라고 착각한 것이 화근이 돼 벨레로폰은 다리를 절게 됐고 페가수스는 하늘에 올라가 제우스의 마구간에서 지냈습니다. 그리고 죽은 후에 밤하늘의 별자리가 됐다고 합니다.

가끔은 지금의 내가 있도록 해준 가족·친구·스승·동료 등 주변의 도움을 잊어버리는 경우가 있습니다. 마음에 자만이 차오를 때 페가수스와 벨레로폰의 이야기를 떠올리면 정신이 번쩍 들지 않을까요

/김정희(말박물관 학예사)

박민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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