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정책

[단독] 한은, 국책은행 자본확충 펀드 대출형식 10조 지원

중간통로 역할 기업은 유력

산금채 담보로 순차적 지원

한국은행이 ‘국책은행 자본확충펀드’에 10조원을 대출형식으로 지원한다. 자금 통로 역할은 IBK기업은행이 할 것으로 전망된다. 지난 2009년 ‘은행자본확충펀드’ 설정 때 지급보증을 제공했던 신용보증기금은 이번 펀드 조성에서 빠지는 대신 기은이 기존에 보유한 산업금융채권에 추가로 산금채를 매입해 한은에 담보로 제공한다. 정부와 한은은 이르면 이번주 말 협의체 회의를 열고 이 같은 내용의 ‘국책은행 자본확충펀드’ 조성계획을 논의한다.

13일 정부 고위관계자는 “구조조정 규모를 어떻게 보느냐에 따라 국책은행 자본확충펀드 규모가 작게는 5조원부터 크게는 15조원까지 추산된다”며 “이 가운데 정부 안은 10조원 규모로 펀드 한도를 정해놓고 구조조정 과정에 따라 필요한 금액을 순차적으로 지원하겠다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이어 “한은과의 논의과정에서 규모가 다소 조정될 여지는 있다”며 “그러나 이 정도 수준이면 무리가 없을 것으로 판단된다”고 덧붙였다.

국책은행 자본확충펀드는 2009년 정부와 한은이 조성했던 은행자본확충펀드의 변형 모델이다. 당시에는 글로벌 금융위기의 여파로 건전성이 악화된 시중 은행들을 지원하는 목적으로 20조원 규모의 펀드 조성계획을 세웠다. 하지만 은행들의 실제 수요는 여기에 크게 못 미쳐 4조원가량만 집행됐다. 정부가 이번 자본확충펀드 조성액을 10조원으로 설정한 것도 이처럼 실수요가 명확하지 않은 상황을 반영한 것으로 풀이된다. 무작정 펀드 규모를 높게 설정했다가는 가뜩이나 고조된 구조조정의 위기감이 더욱 증폭될 수 있다는 점도 고려했다는 분석이다. 더구나 한은의 발권력을 동원한 펀드 조성과는 별개로 정부가 산은과 수은에 직접 출자하는 방안도 논의되고 있는 상태다.


지원 대상이 시중은행에서 국책은행으로 변경된 만큼 세부구조도 바꾸기로 했다. 2009년 당시에는 산은이 한은의 자금지원 통로 역할을 했던 반면 이번에는 기은이 그 역할을 할 것으로 전망된다. 한은이 기은에 자금을 대고 이 자금을 바탕으로 기은과 자산관리공사가 특수목적회사(SPC)를 설립하는 구조다. SPC는 산은과 수은이 발행하는 신종자본증권(코코본드)이나 후순위채를 매입해 국책은행의 국제결제은행(BIS) 기준 자기자본 비율을 끌어올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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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은이 자본확충펀드 조성을 위한 자금대출의 전제로 내건 담보로는 산업은행이 발행하는 산금채가 유력해 보인다. 기은이 기존에 보유한 산금채에다 추가로 산은이 발행하는 산금채를 매입해 한은에 담보로 제공하는 식이다. 산금채는 한은이 금융기관에 대출해줄 때 받는 담보증권의 범주에 들어가지 않지만 법 개정 없이 금융통화위원회의 의결만으로 담보증권으로 인정받을 수 있다. 실제로 지난해 한은은 ‘안심전환대출’을 위해 주택금융공사가 발행한 주택저당증권(MBS)을 떠안은 시중은행의 부담을 덜기 위해 ‘한시적’으로 MBS를 담보증권으로 인정해준 바 있다. 한은 입장에서도 산금채 직접매입이 아닌 담보증권으로 인정하는 경우 부담을 덜 수 있다. 당초 새누리당이 ‘한국판 양적완화’를 통해 한은이 산금채를 발행시장에서 직접 매입해야 한다고 주장했을 때 한은은 법상 국채와 정부보증채만 매입할 수 있다면 거세게 반발했었다.

신용보증기금은 이번 펀드 조성에 관여하지 않기로 결론 냈다. 2009년 은행자본확충펀드 조성 당시 신보는 보증을 통해 우회지원했었다. 그러나 구조조정 대상인 현대상선과 한진해운 채권을 9,000억원가량 보유한 만큼 추가 지원 여력이 없다는 게 정부의 판단이다.

/조민규·김상훈·이태규기자 cmk25@sedaily.com

조민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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