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 정치·사회

"힐러리보단 낫잖아"…美공화당 인사들 속속 트럼프 휘하로

(서울=연합뉴스) 황철환 기자 = “미친 사람” “사기꾼” “보수 진영의 암 덩어리”


지난해 6월 미국 공화당 경선에 뛰어든 이래 기행과 막말을 일삼은 도널드 트럼프에게 경쟁후보와 당내 유력인사들이 쏟아낸 비난들이다.

그러나 트럼프가 이달 초 공화당 대선후보로 사실상 확정되면서 그에게 이런 비난을 퍼붓던 인사들 중 다수는 언제 그랬냐는 듯 신속히 꼬리를 내리고 점차 ‘트럼프 대세론’에 편승하는 듯한 분위기로 돌아서고 있다고 뉴욕타임스(NYT)가 13일(현지시간) 보도했다.

가장 눈에 띄는 사례로는 린지 그레이엄 미 연방 상원의원이 꼽힌다.

트럼프는 지난해 7월 사우스캐롤라이나 주 유세에서 “바보 같은 린지 그레이엄”이라고 말하며 그의 개인 휴대전화 번호를 공개하는 기행을 보인 적이 있다.

그레이엄 의원은 트럼프가 “내가 만난 인물 중 대통령이 될 준비가 가장 안 된 인물”이라고 거듭 지칭해 왔다.

하지만 이번 주 두 사람은 전화상으로 15분에 걸쳐 국가안보 정책을 논의했다.

그레이엄 의원은 “화기애애한” 분위기로 대화를 나눴다면서 트럼프가 “뛰어난 유머 센스를 갖고 있다”고 칭찬했다.


아직 지지를 선언하지는 않았지만, 그는 트럼프에 대해 “분명히 한 방을 날릴 수 있는 인물”이라고 평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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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7월 워싱턴의 한 포럼에서 “도널드 트럼프의 출마는 보수 진영의 암이다. 명쾌하게 진단하고 절제한 뒤 버려져야 한다”고 말했던 릭 페리 전 텍사스 주지사는 트럼프 지지를 선언했을 뿐 아니라 러닝메이트까지 자청했다.

그는 CNN과의 인터뷰에서 “트럼프는 완벽한 사람이 아니다. 하지만 나는 그가 이 나라를 사랑하며, 능력 있고 경험 있는 사람들로 주변을 채운 뒤 그들의 말에 귀 기울일 것이라고 믿는다”고 말했다.

트럼프를 “원칙이 없는 자아도취자” “반드시 저지해야 할 미친 사람”이라고 했던 보비 진달 전 루이지애나 주지사는 월스트리트저널(WSJ) 기고문을 통해 “도널드 트럼프가 우리에게 절실히 필요한 ‘레이건’적 지도자인 척하지는 않겠다. 하지만 그는 (힐러리와 트럼프라는) 두 가지 나쁜 선택 중 나은 쪽이 분명하다”고 강조했다.

다른 당내 주요 인사들도 일각의 예상과 달리 신속하게 트럼프 지지로 돌아서고 있다.

오린 해치 상원의원은 12일 워싱턴에서 트럼프와 회동한 뒤 주저 없이 그를 지지한다고 밝혔고, 골수 공화당 지지자인 ‘카지노 재벌’ 셸던 아델슨 역시 13일 지지를 선언하며 공화당원들이 트럼프를 중심으로 결집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밋 롬니 전 매사추세츠 주지사는 여전히 트럼프 지지 불가 입장을 고수하고 있지만 “트럼프는 절대 안 된다”는 기류는 상당 부분 사라진 모양새다.

4년 전 공화당 대선후보였던 롬니의 대변인이었던 라이언 윌리엄스는 “공화당의 가장 큰 결집력은 힐러리 클린턴의 대통령 당선 전망에서 나온다”면서 “이것이 트럼프의 가장 가혹한 비판자 중 일부조차 달래는 동기가 되고 있다”고 분석했다.

다만 트럼프와 경선에서 막판까지 접전을 벌인 테드 크루즈 상원의원은 끝까지 화해하지 못할 가능성이 제기된다.

미 라이스대 역사학자 더글러스 브링크리 교수는 몇 달씩 인신공격을 주고받으면서 감정이 상할 대로 상한 두 사람의 관계가 이미 돌이킬 수 없는 단계에 접어들었다고 평가했다.

브링크리 교수는 “누군가에게 ‘거짓말쟁이 테드’ 같은 별명을 열심히 붙이다가 갑작스레 미소 지으며 부둥켜안는다면 아주 난감한 장면이 연출될 것”이라고 꼬집었다.

이상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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