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스포츠 라이프

<한국어 전파 글로벌현장을 가다>문학 번역가...사업가...해외 한국어 수강생들 코리안드림 꿈꾼다

<상> 한국어 배우며 성공기회 찾아요

英 대학원생 "황석영·한강 등 소설 번역일하고 싶어"

中 회사원 "한국과 사업하는 회사 설립해 성공했으면.."

한국어 사용자 독일어·프랑스어 보다 많은 세계 12위

외국인 학습 기회 더 늘리려면 세종학당 지원 확대해야

주중국 한국문화원 세종학당 학생들이 한국어 수업을 받고 있다. 새로운 도전에 대한 희망으로 표정이 밝다.주중국 한국문화원 세종학당 학생들이 한국어 수업을 받고 있다. 새로운 도전에 대한 희망으로 표정이 밝다.




주중국 한국문화원 세종학당 학생들이 한국어 수업을 받고 있다. 낯선 문자를 적는 것이 어려워도 표정은 밝다.주중국 한국문화원 세종학당 학생들이 한국어 수업을 받고 있다. 낯선 문자를 적는 것이 어려워도 표정은 밝다.



# “사전이 서점에 있습니다. 학생이 도서관에 있습니다. 컴퓨터가 책상 위에 없습니다.” 카랑카랑한 목소리가 중국 베이징 차오양구 한국문화원의 세종학당에서 울려 퍼졌다. 한국문화원이 운영하는 세종학당에서 만난 중국항일전쟁기념관 직원 양옌쯔는 “한국인들에게 보다 항일전쟁의 정확한 내용을 알려주기 위해 한국어를 시작했다”고 말했다.

# 베트남 호찌민사범대 세종학당에서는 ‘신부반’ 학생들을 대상으로 한국어 수업이 이뤄지고 있었다. 학생들은 세종학당 교육 프로그램을 이수하면 한국어능력시험(토픽) 1급에 준하는 실력을 얻었다고 인정돼 별도의 절차 없이 비자를 받을 수 있다. “결혼한 지 1년 정도 됐다”는 신부반 학생 즈엉티후옌니으는 “한국어 문법은 정말 쉽지 않다”며 멋쩍게 웃었다.

# 영국 런던의 소아스대 한국문학 석사과정에 있는 록산 에드문트는 한국문학 번역가를 희망한다. 한국 작가 중에서 황석영·한강을 특히 좋아한다는 그는 “한국만의 특이한 정서가 좋다”면서 “한국문학을 번역해 영국에 소개하고 싶다”고 했다.



◇한국어를 배우는 이유는 각양각색=서울경제신문 특별취팀재팀은 4~5월 두 달에 걸쳐 중국과 베트남·영국·독일을 돌면서 세종학당 학생들을 만났다. 한국어 학습 이유는 각양각색이었지만 결론은 같았다. 한국문화를 좋아해서 한국어를 배우기 시작했고 이제는 한국을 통해 자신만의 성공 스토리를 꿈꾸고 있다는 것이다. 한국어가 이것을 가능하게 했다.

15일 문화체육관광부에 따르면 세종학당은 전 세계 54개국에서 138곳이 운영되고 있다. 한국과 가깝고 한류의 영향이 강한 아시아가 21개국 86곳(62%)으로 가장 많았다. 이외에 유럽 16개국 26곳(19%), 미주 10개국 18곳(13%), 아프리카 5개국 5곳(4%), 오세아니아 2개국 3곳(2%) 등이다. 지난해 세종학당에서 공부한 학생은 모두 5만2,000명으로 지난 2012년 2만9,000명에서 3년 만에 두 배 가까이 늘어났다.


베트남의 세종학당 학생들은 한국 기업 취업이나 결혼비자를 얻기 위해 한국어를 필요로 했다. 반면 중국에서는 한국과의 사업을 위해서거나 한류가 좋아서였다. 영국이나 독일에서는 새로운 문화에 대한 기대로 한국어에 대한 관심이 높았다. 용호성 영국 주재 한국문화원장은 “다른 비즈니스 기회를 찾기 위해 한국어를 배우는 사람이 많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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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공을 꿈꾸고 공동운명체가 되다=한류가 좋아 한국어를 배우다 한국과 공동운명체가 된 이들도 많다. 항저우 KOTRA 무역관에서 만난 쩡졘융(33)은 중국 내 대학 한국어과에서 한국어를 배웠고 한국에 유학도 했으며 한국 회사에 이어 항저우 KOTRA에 근무한다고 한다. 쩡졘융은 “한국과 사업하는 회사를 운영하고 싶다”고 말했다.

한류가 유행이고 문화라는 것도 잊힐 수 있지만 한국어를 배운 사람들은 결국 한국과 엮이게 된다. 언어를 익힌다는 것이 그만큼 어렵기 때문에 배운 사람은 사용하려는 욕구를 가지기 때문일 것이다. 이런 관점에서 친한파를 적극적으로 늘려나갈 필요가 있다. 한국에서의 새로운 일자리에 대한 이들의 희망은 한국의 국가적 위상은 물론 국가경쟁력을 강화시키는 데 유익할 것임에 틀림없다. 주중국 한국문화원의 한재혁 원장은 “단순히 한류를 좋아하는 사람보다 한국어 학습자가 한국과 한국문화에 대한 호감도도 높다”며 “이런 분위기를 오래 유지하고 확산시킬 수 있게 해야 한다”고 말했다.

게다가 한국어는 이미 소수민족의 언어가 아니다. 글로벌 언어정보 제공 사이트인 ‘에스놀로그’는 올해 통계에서 전 세계 한국어 사용자가 7,730만명으로 세계 12위라고 집계했다. 중국어나 스페인어·영어보다는 적지만 독일어(7,690만명)나 프랑스어(7,590만명)보다는 많다. 한류와 결합한 한국어의 영향력은 이미 세계적이라는 해석이 가능하다.



◇‘한류의 뿌리’ 한국어 전파에 투자 늘려야=한국어는 한류의 뿌리라고 할 수 있다. 전 세계적으로 한류가 인기를 끌고 있지만 중국에서 한국어를 배우기란 쉬운 일이 아니다. 한국어를 배울 학원은 고사하고 대형 서점에서조차 한국어 학습교재를 찾기 어렵기 때문이다. 중국 항저우 대학생들의 한국문화 동아리인 ‘한우사’ 대표 황페이페이(20)는 “한국 드라마를 보면서 한국어를 배웠다”고 말했다. 이런 형편은 동남아나 유럽이라고 다르지 않다.

한국어를 배우려는 세계 곳곳의 외국인의 열망을 조금이나마 충족시키기 위해서라도 세종학당을 적극적으로 키워야 한다. 한국어를 배우기 원하는 현지인이라면 누구에게나 한국어 학습의 기회를 제공하는 공공기능을 가장 효율적으로 발휘할 수 있는 기관이 바로 세종학당이기 때문이다. 베이징 세종학당에서 만난 양옌쯔도 “한국어를 배우고 싶었는데 인터넷에서 세종학당을 발견하고 신청하게 됐다”고 말했다.

그러나 전 세계 54개국 138곳의 세종학당 지원에 들어가는 예산이 141억원에 불과할 정도로 정부의 뒷받침은 턱없이 모자란 것이 현실이다. 항저우 세종학당의 이관식 학당장(호남대 교수)은 “올해 세종학당재단에서 받는 예산은 4,100만원”이라며 “현지 대학(저장관광대)과 한국 연계대학(호남대)이 함께 부담하고 있지만 정부가 지원을 늘릴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특별취재팀: 중국 베이징·항저우=최수문기자(팀장), 영국 런던·독일 본=연승기자, 베트남 하노이·호찌민=박성규기자 chsm@seddaily.com ■후원:한국언론진흥재단

최수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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