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상선의 제3해운동맹 참여 불발로 현대상선 정상화를 위한 셈법이 복잡해진 가운데 채권단이 해외 선사들을 한국에 초청해 직접 설득전을 벌인다는 강수를 들고 나왔다. 정상화의 핵심과제인 해운동맹 참여가 일단 유보된 상황에서 용선료 협상까지 성공하지 못할 경우 현대상선의 법정관리행이 우려되는 상황이기 때문이다.
15일 금융당국 등에 따르면 채권단은 이번주 안에 용선료 협상을 진행 중인 외국 주요 선사들을 서울로 초청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채권단은 채무 재조정 등 모든 지원의 전제가 되는 용선료 협상 성공을 위해 가능한 모든 카드를 동원할 계획이다.
채권단이 용선료 협상에 총력전을 벌이는 것은 이번주 용선료 협상이 성공적으로 마무리되지 않으면 법정관리행을 피할 수 없다는 공감대 때문이다. 임종룡 금융위원장은 현대상선 용선료 인하 협상 마감 시한을 오는 20일로 못 박은 상태다. 이제까지는 현대상선 및 법률회사가 20여개 해외 선사들을 돌면서 개별 논의를 진행해왔다. 이 과정에서 논의가 긍정적으로 진행된 곳도 있지만 일부 선사들은 여전히 치열한 눈치작전을 벌여 협상이 난항을 겪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런 상황에서 그동안 용선료 협상을 지원하기 위해 지원계획 등을 담은 ‘컴퍼트 레터’를 발송해 협상을 후선에서 도왔던 채권단이 해외 선주 초청이라는 적극적인 자세로 돌아선 것이다. 금융당국 역시 해외 선주들이 정부 의지 등을 궁금해 한다면 별도의 자리를 마련할 계획이다.
채권단은 현대상선과 지난달 29일 자율협약을 맺었지만 이는 말 그대로 ‘조건부’ 자율협약이다. 용선료 협상이 해결되지 않으면 출자전환 등 채권단의 지원, 협약채권 3개월 만기 연장 등의 지원책도 모두 수포로 돌아간다. 채권단은 지금껏 용선료 협상에 희망을 걸면서 실사 절차를 앞당겨 용선료 협상이 마무리되면 바로 채무 재조정에 들어갈 수 있는 장치를 마련해왔다. 하지만 이번주 용선료 협상이 마무리되지 않으면 최악의 경우 법정관리 수순을 밟을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는 상황이다.
채권단은 이번주 채무 재조정 작업과 용선료 협상 지원 등을 ‘투트랙’으로 진행할 계획이다. 먼저 17일 산업은행은 채권단에 7,000억원 규모의 출자전환을 골자로 하는 안건을 부의한다. 결의 시한은 24일이다. 용선료 협상이 데드라인인 20일까지 마무리되지 않으면 출자전환도 불가능하다.
현대상선이 총력전 끝에 이번주 용선료 협상을 마무리한다고 해도 정상화를 위한 과정은 산 넘어 산이다. 현대상선은 31일과 다음달 1일 올해와 내년에 만기가 돌아오는 모든 공모사채권자를 대상으로 사채권자집회를 열어 회사채 8,043억원의 채무 재조정을 설득해야 한다. 앞서 현대상선은 지난달 17일 사채권자집회를 열고 회사채 1,200억원의 만기 연장을 추진했으나 투자자들의 반대로 실패한 바 있다.
사채권자집회가 순조롭게 끝난다 해도 해운동맹체 진입이라는 숙제가 또 남아 있다. 글로벌 해운동맹체에서 제외된 채 독자적인 운영으로는 생존을 보장받을 수 없다. 현대상선과 채권단은 6월 말까지 해운동맹 재진입에 사활을 건다는 방안이다. 채권단은 “올해 초부터 현대상선의 법정관리 가능성이 언급되면서 참여 여부가 ‘유보’된 것뿐”이라며 “현대상선의 경영 정상화 작업이 완료되면 부채비율이 200% 수준으로 대폭 개선되고 재무 안정화가 이뤄지면 동맹 편입활동이 본격적으로 진행될 것”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