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경제·금융일반

JC페니를 재창조하고 있는 사나이

텍사스 주 프리스코의 JC페니 매장에서 포즈를 취한 마빈 엘리슨. 이 매장은 판매상품, 매장 설계 같은 변화를 테스트하는 페니의 ‘실험실’ 역할을 하고 있다텍사스 주 프리스코의 JC페니 매장에서 포즈를 취한 마빈 엘리슨. 이 매장은 판매상품, 매장 설계 같은 변화를 테스트하는 페니의 ‘실험실’ 역할을 하고 있다




마빈 엘리슨 Marvin Ellison은 소매업의 ‘섬세함’을 통달한 덕분에 타깃 Target의 보안요원에서 JC페니 J.C. Penney CEO까지 오를 수 있었다. 그러나 앞선 2명의 CEO가 힘들게 교훈을 얻은 것처럼, 그도 과거의 영광을 회복하기 위해 직접 발로 뛰며 뛰어난 경영능력을 발휘해야 한다.


질문: 백화점에서 남성 신발을 구매하려 한다면, 남성 의류와 여성 신발 코너 중 어느 코너 옆을 보겠는가?
[A] 남성의류
[B] 여성신발


대다수 쇼핑객들은 남성 의류라고 답할 것이다. 그러나 114년 역사를 자랑하는 소매기업 JC페니는 아주 최근까지도 여성 신발 옆이 정답이라고 생각했다. 페니 관리자들은 고객층의 80%가 여성이기 때문에 케네디 Kennedy 정부 시절이나 지금이나 대개 여성들이 남편과 애인의 신발을 살 거라고 믿고 있었다.

마빈 엘리슨은 이를 두고 “끔찍한 아이디어였다”며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었다. 그는 기자와 함께 텍사스 주 프리스코 Frisco 지점에 들어가면서 “(그 방식은) 여성 신발 코너 공간을 잠식했을 뿐만 아니라 남성이 신발을 구매하기도 매우 어렵게 만들었다”고 말했다.

페니의 신임 CEO 엘리슨(51)은 더 나은 방안이 없을까 고민했다. 남성 신발을 남성 정장 옆에 진열할 경우 매출이 증가할지 시험해 보았다. 데이터 분석 결과 판매량이 늘었고, 엘리슨은 지난 여름 미국 내 1,000개 이상 지점으로 이를 확대 시행했다. 남성들이 직접 정장 구두와 부츠를 구매한다는 가정을 매장에 도입해 페니의 신발 매출은 두 자릿수 성장을 기록할 수 있었다. 엘리슨은 “우리가 내린 결정 중 가장 똑똑한 결정 중 하나였다”고 평가했다.

프리스코 지점은 댈러스 북쪽 플레이노 Plano에 자리잡은 페니 본사에서 멀지 않은 매장으로, 소매업의 ‘실험실’ 같은 역할을 하고 있다. 매장 안내를 하면서 엘리슨은 다른 유사한 변화도 자랑스럽게 소개했다. 패션 주얼리는 이제 의류 브랜드 리즈 클레이본 Liz Claiborne 옆에 진열되어 있어 여성 쇼핑객들은 구입할 드레스와 어울리는 액세서리를 손쉽게 착용해 볼 수 있게 됐다. 이 밖에도 JC페니는 고객을 유인하는 백화점 내 미용실 실내 장식과 핸드백 코너도 새단장했다. 최근 핸드백 호황에 편승하는 데 실패한 페니 경영진이 시장을 심층 분석해 내린 결론이었다. 엘리슨은 “우리 핸드백은 최악이었다. 당연히 바꿔야 했다”고 말했다(중저음의 부드러운 테네시 억양을 지닌 그의 말은 덜 억세게 들렸다).

흔히들 ‘소매업은 섬세함(Retail is detail)이 생명’이라고 말한다. 그리고 엘리슨이 강조하는 ’섬세함‘이 너무나 확연하게 보인다면, 그건 JC페니가 과거 경쟁기업들에 상당히 뒤처졌었다는 것을 의미한다. 엘리슨은 이를 분명 느끼고 있다. 작년 8월 CEO에 임명됐을 때, 그는 영업과 전략, 기술상의 수 많은 허점을 채울 임무를 부여 받았다. 그건 4년 전 기업을 완전히 탈바꿈하려던 시도가 낳은 치명적인 상흔이었다. 엘리슨과 페니 이사진은 작지만 의미 있는 이런 변화들이 회사를 완전히 회복시킬 것으로 믿고 있다.

대형 브랜드들: 페니의 주요 매출은 리즈 클레이본(자사 소유), 리바이스, 최근 새롭게 단장한 미용실 등 인기 브랜드에서 나오고 있다.대형 브랜드들: 페니의 주요 매출은 리즈 클레이본(자사 소유), 리바이스, 최근 새롭게 단장한 미용실 등 인기 브랜드에서 나오고 있다.


당시 CEO였던 애플 출신 소매업 거물 론 존슨 Ron Johnson의 개혁 노력은 현재 완전한 실패로 판명난 상황이다. 그는 페니를 고급 제품을 판매하는 화려한 소매기업으로 탈바꿈시키려고 했다. 그러나 그런 시도는 역효과를 냈다. 기존 고객이 떠나고 매출이 3분의 1 가까이 급감하면서 페니는 자금난에 빠졌다. 경영진은 3년 전 ’페니 호‘의 침몰을 막기 위해 전임자 마이크 울먼 Mike Ullman-존슨을 영입할 때 인정사정 없이 다시 몰아냈다-을 복귀시키기로 결정했다. 그리고 울먼은 작년 여름, 화려함과는 거리가 먼 엘리슨에게 또 다시 CEO직을 넘겼다.

평생 전자 베이스기타를 연주해 온 엘리슨은 이 자리의 적임자처럼 보인다. 화려하게 솔로를 연주할 일은 드물지만, 베이스기타 없이는 밴드 연주가 조화를 이룰 수 없다.

엘리슨은 홈데포 Home Depot의 기업회생 과정에 참여하면서 소매업 부문에서 인지도를 쌓았다. 홈데포는 공급망 개선과 온라인 · 오프라인 지점 통합 등 기본적이지만 중요한 작업에 초점을 맞췄다. 엘리슨은 데이터 신봉자로, 모든 결정-직감적으로 보이는 신발 코너 배치도 포함된다-을 정보에 기반해 내리고 있다. 그는 “데이터 없는 직감만으론 문제가 발생한다”고 설명했다. 또 존슨의 CEO 재임 기간을 언급하며 “페니는 이미 18개월 동안 그런 시간을 보냈다. 전철을 밟지는 않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엘리슨이 보여준 초기 성과는 고무적이다. 지난해 휴일 기간 동일점포매출이 3.9% 증가했다. 같은 기간의 소매기업 성장 중 가장 높은 수준이었다(경쟁기업 메이시 Macy’s의 동일점포매출은 5.2% 감소했다). 그리고 최근 8분기 가운데 7분기 동안 매출 성장을 기록했다. 2010년 이후 영업이익은 발표하고 있지 않지만-향후 발표 계획도 밝힌 바 없다-2017회계연도 에비타(EBITDA · 이자 · 법인세 · 감가상각비용 차감 전 영업이익)목표를 2015회계연도의 두 배 수준인 12억 달러로 잡고 있다.

세부적인 계획은 낙관적으로 보인다. 하지만 전반적인 전망은 어두운 편이다. 2015회계연도 매출은 126억 달러로 추산되는데, 여전히 2006년 고점 대비 37%나 낮은 수준이다. 2000년 이후 이뤄진 네 번째 기업구조 개선 노력으로 회복세를 보였음에도 월가는 반응을 하지 않았다. 현재 페니 주가는 35년 내 최저 수준이다. 장기적인 문제는 페니의 잘못된 운영방식뿐만 아니라, 백화점 사업 모델 자체가 사면초가에 몰렸다는 것이다. 핵심 사업인 의류 및 가정용품 분야에 경쟁자가 넘쳐나고 있다. 백화점 기업 콜스 Kohl’s와 메이시부터 타깃 Target, 월마트 Walmart, 할인점 TJ맥스 T.J. Maxx는 물론, 아마존 Amazon에 이르기 까지 경쟁기업에 둘러싸여 있다. 그리고 젊은 소비자들이 쇼핑몰을 돌아다니는 것에 흥미를 잃어가고 있다. 컬럼비아 경영대학원 유통학과 학장 마크 코언 Mark Cohen은 “문제는 여기서 끝나지 않는다. 떠난 쇼핑객들은 결코 쇼핑몰로 돌아오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엘리슨은 고객 충성도를 높이고 1인당 소비액을 높이기 위해 페니를 더 똑똑하고 효율적으로 쇄신해왔다. 그러기 위해선 페니가 ‘쇼핑몰’이라는 점을 인정하고, 중간 규모의 백화점 입지가 소매업 지형에 여전히 존재한다고 믿어야 한다. 거창하고 대담한 변화를 시행하기 전 수 년 동안 ‘따라잡기’에 매진해야 한다면, 그런 믿음정도는 있어야 한다. 엘리슨은 “우리는 기본에서 시작할 것이다. 그 누구도 우리다운 우리를 이길 수 없다”고 강조했다.

페니는 기업구조 개선에 익숙한 기업이다. 1902년 와이오밍 주에서 공산품 가게로 출범, 20세기 최대 백화점 · 카탈로그 소매기업 중 하나가 된 페니는 미국 중소 도시와 교외 쇼핑몰을 장악하고 있었다. 하지만 2000년대 후반부터 매출이 감소하기 시작했다. 페니는 금융위기 이후 대침체 상황에서 경쟁기업들보다 더딘 회복세를 보였고, 의류 사업의 이익마진 감소로 고전을 면치 못했다.

이런 상황에서 기업 회생을 위해 론 존슨이 투입됐다. 2012년 존슨은 페니의 고리타분한 이미지를 개선하기 위해 대대적인 개혁을 시행했다. 할인쿠폰 프로그램을 없애고, 기업 로고에서 결제 과정까지 모든 것을 바꿨다. 가장 대표적인 변화는 페니를 ‘트렌디’하게 만드는 것이었다. 존슨은 수익성 좋던 일부 자체 의류 · 가정용품 라인을 중단하거나 축소하는 한편, 마이클 그레이브스 Michael Graves, 보덤 Bodum 같은 고가 브랜드들의 저렴한 버전을 출시했다.

그 결과 포춘을 포함한 여러 매체가 페니의 변신을 기사화하기 시직했다. 그러나 개혁은 완전히 실패했다. 매출이 급락했고 4만 명 가량이 일자리를 잃었다(존슨은 본 기사에 대한 인터뷰를 거부했다). 2013년 봄 이사진은 존슨을 내보내고 울먼을 다시 고용했지만, 이미 기업은 최악의 타격을 입은 상황이었다. 재고관리와 전자상거래 영업 부문은 혼돈 상태였고, 기업의 장기부채는 50억 달러 수준으로 불어나 있었다. 훗날 존슨에 대한 평가는 페니의 핵심 고객층-교외지역 중산층 주부들-을 잃어버렸으며, 최신 유행을 좇을 의사도 없었고, 그럴만한 예산도 부족했다는 것이었다.

베이스 연주: 1979년 JC페니에서 구입한 의상을 입고 성가 공연을 한 엘리슨 일가. 베이스기타를 든 마빈이 오른쪽 끝에 서 있다.베이스 연주: 1979년 JC페니에서 구입한 의상을 입고 성가 공연을 한 엘리슨 일가. 베이스기타를 든 마빈이 오른쪽 끝에 서 있다.


이런 고객층과 공감할 수 있는 최적임자가 바로 마빈 엘리슨이었다. 포춘 500대 기업 CEO 중 5명에 불과한 아프리카계 미국인인 엘리슨은, 멤피스와 내슈빌 사이에 위치해 있어 1980년대까지도 인종 분리(segregation) 분위기가 만연했던 테네시 주 브라운즈빌 Brownsville에서 유년기를 보냈다. 7자녀를 둔 엘리슨의 가족은 빈곤했다. 자존심 때문에 정부 지원을 거부한 그의 아버지는 한때 세가지 직업을 갖기도 했다. 그럼에도 엘리슨 가족은 매년 두 차례만 JC페니를 방문할 수 있었다. 개학하기 전, 크리스마스에 옷과 선물을 살 때였다. 엘리슨 가족은 성가 공연을 위한 의상도 페니에서 구입했다. 그의 누나 버지니아는 “JC페니에 간다는 건 우리가 항상 고대하던 대단한 일이었다”고 당시를 회상했다.

마빈의 아버지는 성적이 좋았지만, 할아버지가 추수 도중 심장마비로 사망했기 때문에 가족을 부양하기 위해 고등학교를 중퇴해야 했다. 그는 교육이 빈곤 탈출의 길이라고 믿었고, 자녀들도 그런 그의 ‘독서에 대한 열정’을 물려받았다. 마빈은 어린 나이에 큰 야망을 품었다. 가장 좋아했던 책은 대통령 전기였고, 그 중 해리 트루먼 Harry Truman을 제일 좋아했다. 그는 1980년대 학교-현재 멤피스 대학교로 바뀌었다-에서 아내 샤린 Sharyn을 만났다(엘리슨은 그후 2005년 에머리 Emory에서 MBA를 취득했다). 샤린(47)은 마빈이 교내에서 유일하게 배낭 대신 서류가방을 들고 다녀 눈에 띄었다고 당시를 회상했다. 연애 초반 데이트를 할 땐 비즈니스 세계를 다룬 드라마 ‘댈러스 Dallas’를 같이 시청하곤 했다.

엘리슨의 소매업 커리어는 대학 시절 우연히 시작됐다. 그는 교재 비용과 월세를 감당하기 위해 시간당 4.35달러를 받는 타깃의 보안요원 아르바이트를 했다. 이후 도난방지 부문으로 승진해 15년 간 소매업계에서 경력을 쌓았다. 초기 근무 경험을 통해 엘리슨은, 가격 인하를 알리는 억양에서 선반에 상품을 채우는 전략에 이르기까지, 소매업이 매장에서 어떻게 운영되는지를 지근 거리에서 배울 수 있었다. 그의 현재 경영스타일 구축에 기여한 당시 경험에서 얻은 교훈은 ‘관리자들이 최전방 군인과 마찬가지인 매장 점원들의 의견을 무시하고 있다’는 것이었다. 엘리슨은 상당히 많은 아이디어를 떠올렸지만, 관리자들이 묻지 않았기 때문에 보고하지 않았다고 말했다.

홈데포의 공동창업자이자 전 CEO인 버니 마커스 Bernie Marcus는 “대다수 소매업 CEO들은 항상 자신이 가장 똑똑한 사람이고 싶어한다”며 “그러나 마빈은 다르다” 고 평가했다. 엘리슨은 2002년 홈데포에 입사한 직후부터 당시 은퇴한 마커스에게 조언을 구하기 시작했다. 이들은 연 3~4회 매장을 함께 방문하며 전략과 문화에 대해 논의했다. 그리고 오래 지나지 않아 CEO 밥 나델리 Bob Nardelli가 이끄는 홈데포가 매출 부진, 사기 저하 등으로 위기에 빠져들었다. 2007년 나델리를 대체한 프랭크 블레이크 Frank Blake는 엘리슨을 높이 평가했고, 이후 그를 미국 매장 대표에 임명했다.


블레이크는 홈데포가 낮은 고객만족도를 향상시키고, 뒤처졌던 전자상거래 부문을 업계 최고 수준으로 끌어올리는 데 엘리슨이 크게 기여했다고 평가하고 있다. 직원들에게 활력을 불어넣는 그의 능력도 칭송하고 있다. 엘리슨은 매주 홈데포 사내 TV 방송을 통해 성공적인 고객서비스 사례를 소개했다. 블레이크는 이를 ESPN 스포츠센터 Sports Center (*역주: 각 종목 하이라이트와 경기 분석 등을 제공하는 ESPN의 주요 프로그램)의 하이라이트 영상과 비교하며 이렇게 설명했다. “그는 대단하다고 감탄할 만한 사례들을 소개하면서, 자신의 일이 얼마나 큰 영향을 미칠 수 있는지 직원들이 직접 볼 수 있게 했다. 직원들 사이에서 스타가 생기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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블레이크는 “이사진 모두가 결국 마빈이 주요 소매기업을 이끌 것이라 확신했다”고 말했다. 그러나 홈데포는 아니었다. 2014년 홈데포는 블레이크의 후임으로 크레이그 메니어 Craig Menear를 임명했다. 최고 상품기획자(Chief Merchandising Officer)였던 메니어는 엘리슨이 갖지 못한 강점을 지니고 있었다. 그는 상품 판매 전략을 기획하고 바이어와 함께 유망 상품을 선정해 본 경험이 풍부했다. 메니어처럼 ‘상품의 제왕’들이 소매업 경영을 맡는 경우가 많은데, 현재 콜스와 메이시의 CEO 도 모두 최고 상품기획자 출신이다.

그러나 페니 이사진은 구애를 멈추지 않았다. 경력이 부족했음에도 차기 CEO직을 제안하기 위해 엘리슨에 접근했다. 영입 과정에서 핵심적인 역할을 한 마이크 울먼은 엘리슨이 상품기획에 대해 훤히 알지는 못해도, 자신을 잘 알기 때문에 상품기획 전문가들을 주변에 둘 것이라고 주장했다. 그는 “엘리슨은 자신이 누구인지, 무엇을 이루고자 하는지 정확히 알고 있다”고 평가했다.

2014년 10월 페니가 엘리슨을 차기 CEO로 발표한 이후 그는 직원회의를 60회 이상 소집하고 100여 개 지점을 방문했다. 엘리슨의 고용 계약에는 독특한 조건이 달렸는데, CEO직을 수행하기 전 9개월 동안 울먼 밑에서 사장으로 복무하는 것이었다. 울먼과 엘리슨은 전 세계에 포진한 거래처와 협력업체를 함께 방문했다. 엘리슨이 친숙하지 않았던 의류공장, 공급, 상품기획 같은 분야에 대해 울먼이 ‘속성’으로 지도하기 위해서였다. 작년 8월 울먼은 CEO직을 넘겼지만, 엘리슨은 오늘날까지도 울먼의 방안을 따라 현장에 귀를 기울이며 매장을 지켜보고 있다.

엘리슨은 직접 매장을 방문해 직원들과 소통하면서 경영진과 매장 직원들의 간극을 곧바로 깨달을 수 있었다. 그는 초기부터 매장 고위 관리직원들이 일반 직원이나 고객 수준을 훌쩍 뛰어넘는 고가의 옷을 입는다는 사실을 불쾌하게 받아들였다. 평소 깔끔하게 입고 다니는 엘리슨은 경영진도 매장 방문 시 JC페니 옷을 입고 직원들과 같은 명찰을 달도록 했다(프리스코 지점을 안내할 때 엘리슨을 비롯한 경영진은 모두 페니 브랜드 옷-엘리슨을 포함한 남성은 마이클 스트라한 Michael Strahan이나 스태퍼드 Stafford 정장, 여성은 워딩턴 Worthington-을 입고 있었다).

경영진과 직원의 불통은 패션에만 국한되지 않았다. 기업 ‘재창조’ 시도가 수포로 돌아가면서 재고관리도 엉망이 됐다. 고위 관리직원들은 매장에 재고가 충분하다고 느꼈지만, 현장 직원들은 계속 엘리슨에게 재고 부족 문제를 보고했다. 관리직원들의 실수는 2014년 블랙 프라이데이 주말 기간에 극명하게 드러났다. 페니의 판매 실적은 나쁘지 않았지만, 일부 인기상품 주문량이 너무 적어 금세 품절됐다는 점을 고려하면 훨씬 더 높은 실적을 기록할 기회를 놓친 셈이었다(페니는 2014년 추수감사절 주말을 위해 여성 부츠 33만 켤레를 주문했지만 2015년에는 100만 켤레를 주문했다).

엘리슨은 재고관리의 구조적 · 기술적 측면에선 최적임자라 할 수 있다. 홈데포 근무 당시 부하직원 몇 명을 영입한 엘리슨의 기술팀은 페니에 ‘수요기반’ 논리를 도입했다. 예컨대 모든 매장에 매달 핸드백 1,000개를 자동 배송하던 과거와 달리 지금은 실시간 판매 데이터에 기반해 재고를 보충하고 있다(당연하게 들릴 수 있지만, 남성 신발코너 배치 상황을 기억해 보라). 엘리슨은 할인과 프로모션 행사가 수요 변화와 일치하도록 데이터베이스를 구축하는 등 페니의 가격 정책에도 손질을 가하고 있다.

페니는 기술적 측면에서도 개선의 여지가 많은데, 전자상거래 부문이 대표적이다. 콜스와 메이시는 온라인 주문 건에 대해 전 매장에서 이미 당일 픽업서비스를 제공하고 있지만, 페니는 올해 들어서야 시행하기 시작했다. 스마트폰이 디지털 트래픽의 절반을 차지하는 가운데, 페니는 엘리슨이 ’수준 이하‘라고 인정한 쇼핑 앱조차 제대로 활용하지 못하고 있다. 홈데포에서 데려온 직원 중 한 명인 마이크 어멘드 Mike Amend가 앱 개편을 재촉하고 있다. 그가 최우선 순위로 두고 있는 일은 쿠폰 등 혜택을 통합함으로써 앱에서 상품의 최종가격을 확인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다(콜스의 앱이 이미 이 기능을 제공하고 있기 때문에 페니는 서둘러야 한다). 올해 중에는 매장 직원들이 들고 다니는 소형 기기를 통해 계산대가 아닌 매장 어디에서나 계산을 할 수 있게 된다. 이 기기는 홈데포에서 사용하는 것과 동일한 것으로, 일부 쇼핑객들에겐 이미 친숙한 것이다.

엘리슨은 페니의 성장이 기존 고객의 지갑에서 나올 것이라 보고 있다. 현재 페니의 ‘활성 쇼핑고객(active shopper)’은 2011년과 동일한 수준인 8,700만 명이다(페니는 최저 수준이었던 2013년 고객 2,000만 명을 잃었다). 2014년 매장 1제곱피트(약 0.093m2)당 평균 연 매출은 155달러 수준-2006년 고점대비 33% 낮은 수준으로 경쟁기업에 비해 현저히 저조한 상황-이다(차트 참조).

페니는 매장 생산성을 높이기 위해 다수의 인기 소매 프랜차이즈를 활용하려 하고 있다. 850개 매장을 보유한 페니 미용실을 예로 들 수 있다. 아는 사람은 거의 없지만, JC페니의 미용실 사업은 미국 내 미용실 체인 중 최대 규모다. 일부 소도시의 경우 페니 미용실이 시장을 지배하고 있어, 고등학교 졸업 기념 파티나 결혼식이 있는 주말이면 사람들이 줄지어 몰려온다. 미용실 매출만 페니 총 매출의 5%에 달한다. 더욱 중요한 사실은 미용실 고객이 가장 믿을 수 있다는 점이다. 울먼은 “온라인으로 머리 커트를 할 수는 없다”는 말로 이 같은 사실을 강조했다. 실제 미용실 고객의 연 평균 방문횟수는 백화점 고객 방문 횟수의 두 배인 8회이며, 소비 금액도 두 배에 이르고 있다.

대부분의 일반 미용실들은 솔직히 따분해 보인다. 페니는 미용실 브랜드 이미지를 새롭게 개선하기 위해 지난해 잡지 인스타일 InStyle과 계약을 체결했다. 완전한 변신은 올해 완성될 예정이다(인스타일은 포춘과 마찬가지로 타임 사의 소유이다). 프리스코 지점의 미용실은 번드르르한 간판과 노출벽돌, 손님을 유인하기 위해 눈에 띄게 크게 만든 입구 등으로 이미 재정비를 마친 상태다. 페니는 미용실 이미지 개선을 통해 업계 최고의 스타일리스트들을 유치하고, 이들이 다시 고객들을 데려오기를 바라고 있다.

엘리슨은 미용실과 세포라 Sephora (*역주: 고급 화장품 편집매장 브랜드) 매장 내 화장품 부티크를 적절하게 연계해 이용할 계획이다. 세포라 내 부티크는 1제곱피트당 연 매출이 600달러에 달하는 알짜배기 수익원이다. 물론 세포라 고객 다수는 립스틱이나 마스카라를 구매한 뒤 곧바로 매장에서 나간다. 엘리슨은 고급화한 미용실을 세포라 매장 근처에 배치함으로써, 고객들이 매장에 더 오랜 시간 머무르게 하고 아마존으로부터도 떨어뜨려 놓을 수 있을 것이라고 확신하고 있다.

재창조를 꿈꿨던 페니의 전임 CEO들: 론 존슨(왼쪽)은 공격적인 리브랜딩으로 고객을 소외시켰다. 마이크 울먼은 기업을 안정시켰지만, 페니는 여전히 경쟁업체들에 뒤처져 있다.재창조를 꿈꿨던 페니의 전임 CEO들: 론 존슨(왼쪽)은 공격적인 리브랜딩으로 고객을 소외시켰다. 마이크 울먼은 기업을 안정시켰지만, 페니는 여전히 경쟁업체들에 뒤처져 있다.


엘리슨의 또 다른 전략은 자사 의류 브랜드의 확장이다. 애리조나 Arizona, 세인트존스 베이 St. John‘s Bay, 리즈 클레이본 Liz Claiborne 등 페니 전용 브랜드의 합산 매출은 현재 총 매출의 51%를 차지하고 있다. 페니는 이미 플러스사이즈 plus-size (*역주: 일반 기성복 사이즈보다 큰 사이즈의 의류) 전문 남성복에서 두각을 나타내고 있으며, 이제는 플러스사이즈 여성복 분야에서도 유사한 위치를 점유하고자 노력하고 있다. 뿐만 아니라 자체 브랜드들이 젊은 쇼핑객도 유인할 수 있다고 확신하고 있다. 실제로 이건 회사전략의 우선순위이기도 하다. 컨설팅 기업 칸타리테일 Kantar Retail은 페니 고객의 평균 연령을 49세로 추정하고 있다. 2011년 46.6세에서 높아진 페니 고객의 연령대는 타깃이나 메이시보다 다소 높은 편이다.

자체브랜드(PB) 담당자 켄 맨곤 Ken Mangone은 “최근 의류 PB인 a.n.a가 젊은 여성층 사이에서 예상치 못한 인기를 누리고 있다는 점을 깨달았다”고 설명했다. 그에 따라 페니는 곧 젊은 쇼핑객을 타깃으로 하는 벨+스카이 Belle + Sky를 출시하고 500개 매장에 입점시켰다. 엘리슨은 벨+스카이를 통해 또 다른 목표도 이루려 하고 있다. 바로 ’패스트 패션 fast fashion (*역주: 유행에 맞춰 짧은 주기로 대량 생산되는 저가 의류) 브랜드 H&M과 포에버21 Forever 21 등과 경쟁할 수 있도록 제품 순환 주기를 단축하는 것이다. 기존 페니 의류 PB의 경우 구상 단계에서 생산까지 35주가 소요됐는데, 벨+스카이에선 이 순환 주기가 25주로 단축됐다.

페니의 자체브랜드는 모두 공통적으로 가격이 적절하게 책정돼 있다. 칸타리테일에 따르면, 페니 고객의 평균 가계 임금은 6만 3,412달러로 타깃 · 콜스의 6만 9,000달러나 메이시의 7만 5,274달러보다 낮다. 엘리슨은 수입을 늘리기 위해 노력하던 부모를 보면서 자라서인지 “소득 수준이 낮은 고객층에 공감할 수 있다”고 말했다. 학구적이고 열정적인 엘리슨의 아버지는 생계 유지를 위해 한때 라마다호텔(Ramada Inn)에서 테이블을 치우는 일도 겸했다고 한다. 그는 “보타이를 매고 음료를 서빙하던 아버지를 봤다면, 물어보기 전에는 그가 누군지 알지 못했을 것”이라고 말했다. 블루칼라 시장이 투자자들에게 매력적으로 보이진 않겠지만, 엘리슨은 페니의 미래가 여기에 달려 있다고 확신하고 있다. “주요 고객이 좀 더 부유층이라고 우리 스스로 되뇔 수도 있겠지만, 그건 사실이 아니다.”

프리스코 지점의 핸드백 매장을 둘러보던 중, 한 짜증난 고객이 엘리슨과 명찰을 달고 있는 경영진에게 다가왔다. 그녀는 계산해 줄 직원이 주변에 없다고, 휴일에도 같은 문제를 겪었다고 불평을 늘어놓았다. 고객은 “여기 있는 넷이서 계산대라도 가져오지 그래요?”라고 비꼬았다. 매장 매니저 한 명이 곧바로 다가와 도움을 주었다. 한 직원이 고객에게 매장 상황이 너무 분주했다고 설명하자, 엘리슨은 발끈하며 “고객에게 ‘바쁘다’는 건 ‘나쁘다’와 같은 의미”라고 지적했다.

‘바쁘다’는 건 전반적인 긴축 상황을 시사한다. 매출이 감소세를 보이면서 백화점들은 지점을 줄이고 감원을 단행했다. 이는 서비스 수준을 악화시켜 고객 감소의 악순환으로 이어졌다. 이런 업계 추세 탓에 페니 전망에 대한 회의적인 시각이 강화됐다. 유통 전문가들은 엘리슨을 높이 평가하면서도, 그가 할 수 있는 일이 제한될 수도 있다고 지적하고 있다. 로빈 리포트 Robin Report CEO이자 골드먼삭스 소매부문 대표 출신 컨설턴트인 로빈 루이스 Robin Lewis는 “메이시와 JC페니가 현재 줄어드는 시장점유율을 놓고 각축을 벌이고 있다”고 설명했다. 컨설팅 기업 코터 인터내셔널 Kotter International을 설립한 캐시 게르슈 Kathy Gersch는 “JC페니가 주요 문제를 해결하고 있지만, 젊은 고객층을 사로잡지는 못할 것”이라며 “결국에는 한계에 부딪힐 것”이라고 전망했다.

미국 쇼핑몰의 쇠락은 엘리슨의 임무를 더욱 어렵게 만들고 있다. 부동산 컨설팅 업체 그린 스트리트 어드바이저스 Green Street Advisors에 따르면, 1,020개 페니 지점 중 635개가 쇼핑몰에 위치해 있다. 그 중 3분의 1 정도는 C급이나 D급 쇼핑몰-빈 점포가 많아 결과적으로 다른 매장방문객 수에도 악영향을 미친다-이다(페니는 2012년 이후 약 80개 지점을 폐쇄했지만, 엘리슨은 추가 감축에 반대하고 있다). 현재까지 엘리슨의 가장 큰 목표는 식어가는 쇼핑몰 시장을 되살리는 것이다. 올해부터 페니는 1983년 이후 처음으로 22개 지점에서 시험적으로 가전제품 판매를 시작했다. 이는 데이터에 기반을 두고 내린 결정이다. 고객 다수가 JC페니 홈페이지에서 가전제품을 검색한다는 사실을 파악했기 때문이다. 다른 백화점 브랜드 시어스 Sears가 급속도로 무너지면서 냉장고 등을 구매하려는 쇼핑객을 페니로 유인할 수 있는 기회가 생겼다는 판단도 작용했다.

페니가 거창하고 이목을 끄는 조치를 취하길 기다리는 시장관찰자들이라면 한동안은 기다려야 할 것이다. 부채에 대한 연 이자비용만 4억 달러에 달하는 페니는 현재 중대한 변화를 감당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자본지출 예산도 연 3억 달러로, 타깃, 메이시, 콜스와 비교하면 미미한 수준이다. 메이시는 해외 진출을 노리고 있으며, 콜스는 가상현실과 로봇을 매장에 도입할 계획이다. 반면 엘리슨은 단조로운 업무에 매여 있다. 그는 지난 2월 “회사가 일부 부채 감축을 위해 플레이노 본사를 매각 · 임대할 방안을 모색하고 있다”고 발표하기도 했다.

페니가 매출 200억 달러를 기록하던 2006년 전성기로 회귀할 수 있을지 부심하고 있는 엘리슨은 “총 매출보단 이익을 내고, 지속 가능한 사업을 만드는 데 더 초점을 두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그저 손 놓고 앉아 과거와 같은 전략을 반복하지는 않을 것”이라며 “페니는 현대적인 소매기업이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하지만 불꽃놀이처럼 화려하게 소매업 ‘스타’가 탄생하지는 않을 것으로 보인다. 엘리슨은 언젠가 회사가 다시 옛 영화를 되찾을 수 있는 안정적 기반을 마련하기 위해 엘리슨이 홀로 현재 베이스를 연주하고 있을 뿐이다.


재도약을 위한 마빈 엘리슨의 전략
1인당 평균 소비액 증대: JC페니의 활성 고객은 8,700만 명에 달하지만, 고객 대다수의 평균 소비액은 예전보다 줄어들었다. 엘리슨은 재고 관리의 효율성을 높여 수요가 많은 제품을 상시 보유하고, 고객이 매장에서 더 오랜 시간을 보내도록 만들 계획이다.

자체 브랜드 확대: 세인트존스 베이, 리즈 클레이본 등 자체브랜드가 페니 매출의 절반 이상을 차지하고 있다. 페니는 플러스사이즈 의류 등을 추가하고 유행하는 스타일을 빠르게 판매하기 위해 생산 주기를 단축하는 등 자체 의류 라인을 확대하고 있다.

스마트한 쇼핑 기술: 페니는 온라인 주문에 대해 당일 매장 픽업서비스를 제공하고 웹사이트도 새단장했다. 매장 방문 고객이 할인·행사 정보를 쉽게 찾을 수 있도록 쇼핑 앱을 정비하는 등 다른 소매기업들을 따라잡고 있다.

서울경제 포춘코리아 편집부/By Phil Wahba

By Phil Wahba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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