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 정치일반

박원순, 옥바라지 골목 철거 중단 "손해배상 당해도 좋다"

박원순 서울시장이 철거 과정에서 홍역을 앓고 있는 옥바라지골목 공사를 중단하겠다고 전격 선언해 눈길을 끈다.

박 시장은 17일 오전 옥바라지골목을 깜짝 방문해서 “지금 서울시가 할 수 있는 모든 수단을 다 동원해서 이 공사는 없다”고 밝혔다. 이어 “제가 손해배상 당해도 좋다”고 언급했다.


박 시장은 당초 이날 오후 5시 20분 시장실에서 옥바라지골목보존대책위 관계자들과 면담할 예정이었다. 그러나, 오전 옥바라지골목의 상징이었던 ‘구본장여관’을 철거하는 과정에서 철거측과 반대측이 격렬한 몸싸움을 벌이는 등 문제가 불거지자 현장을 전격 방문한 것으로 예측된다.

주민들로부터 오전 상황을 전해들은 박 시장은 굳은 표정으로 김아무개 서울시 주거사업국장에게 “너무 (공사)속도가 많이 나가 상황이 어려운 것은 알고 있다”면서도 “그러나 내가 오늘 (대책위 관계자들을) 만나기로 돼있었는데 아침에 이렇게 (철거)하면 이건 예의도 아니다”고 말했다.

박 시장은 또 “설득과 함께 다른 길이 없는지 알아보자고 했는데 (오늘 오후에 대책위 관계자들을) 만나는 것을 알면서도 이렇게 한 거 아니냐”고 전했다.

박 시장이 공사를 중단하겠다고 선언하자, 주변에 둘러서 이 모습을 지켜보던 대책위 관계자들과 사회단체 회원들은 일제히 “와~”하며 환호성을 내비쳤다.


이들은 서로 손을 맞잡거나 얼싸 안고 “그동안 수고했다”, “고생한 보람이 있다”며 서로 격려하는가 하면 감격에 겨워 기쁨의 눈물을 쏟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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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은아 대책위 총무는 “오후에 있을 만남을 준비하고 있는데 갑자기 박 시장이 방문해 전혀 기대하지 못했던 선물을 주고 갔다”며 “만감이 교차한다”고 소감을 전했다.

수많은 독립운동가와 민주화 운동가들의 가족들이 옥바라지하기 위해 머물렀던 옥바라지골목은 재개발사업에 의해 사라질 위기에 처했으나, 반대주민들은 시민단체, 역사학계 등과 함께 원형 보존을 요구하며 투쟁해온 바 있다.

특히 오늘 오전 6시 반쯤 구본장여관에 대형 크레인 2대와 용역직원들이 들이닥쳐 투숙객과 집기들을 들어내는 과정에서 격렬한 몸싸움이 발생했고, 대책위는 박 시장의 현장방문과 사과를 요구하기도 했다.

이로써 지난해 6월 재개발 인가가 난 이후로 불거졌던 옥바라지골목 보존운동은 새로운 국면을 맞이 하게 된 상황. 그러나 현재 옥바라지골목은 대부분의 건물이 철거됐고 구본장여관 건물과 3-4채의 주택만 남겨져 있다.

박 시장은 지난 3월 옥바라지골목의 철거가 본격화되고 주민들의 민원이 심해지자 “도시재생을 강조해온 내 임기 안에 역사의 흔적을 없애는 일이 발생해 너무 안타깝다”며 시 간부들에게 “공사가 많이 진척돼 상황이 어렵지만 현장을 보존할 수 있는 방법을 강구해보라”고 전한 바 있다.

장주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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