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스포츠 문화

[한강, 맨부커상 수상] 노벨문학상 아쉬움 풀어…한강, 문학한류 길 열었다

국내 문학계 반응

세계 벽 못넘고 침체 겪던 한국문학 부흥 기대

고전·소설 등 다양한 장르로 해외 저변 넓혀야

소설가 한강이 맨부커상을 수상한 다음날인 17일 서울 광화문 교보문고에서 한 독자가 서가에 전시돼 있는 ‘채식주의자’를 읽고 있다.   /이호재기자소설가 한강이 맨부커상을 수상한 다음날인 17일 서울 광화문 교보문고에서 한 독자가 서가에 전시돼 있는 ‘채식주의자’를 읽고 있다. /이호재기자


한강의 맨부커상 수상 소식에 한국 문학계는 노벨문학상 못지않은 쾌거라는 반응을 보이고 있다. 국내 작가의 작품이 세계 3대 문학상으로 꼽히는 맨부커상 수상작으로 선정되면서 국내 문단 내부에 자리 잡고 있었던 열패감이 어느 정도 해소됐기 때문이다.

그동안 한국 문학은 신경숙 작가가 지난 2012년 장편소설 ‘엄마를 부탁해’로 ‘2011 맨 아시아 문학상(Man Asian Literary Prize)’을 수상한 것 말고는 국내 문학 작품이 해외에서 인정받은 경우가 거의 없었다. 고은 시인의 경우 2002년부터 해마다 노벨문학상 후보로 거론되기는 했지만 세계의 벽을 넘지 못하고 번번이 고배를 마셔야 했다.

문학계에서는 이번 한강의 수상으로 지난 아쉬움이 일거에 해소됐다며 기쁨을 나타내고 있다. 구효서 작가는 “노벨문학상 후보로 매년 거론만 되면서 문단 내부에 패배주의 같은 것이 있었는데 한강 작가가 이번에 상을 받게 되면서 그간 위축됐던 생각들을 없애주는 계기가 된 것 같아 같은 작가로서 너무나 기쁘다”고 말했다. 수상작인 ‘채식주의자’를 펴낸 창비의 염종선 편집이사는 “노벨문학상과 단순히 비교할 수는 없지만 맨부커상은 국제적으로 상당히 권위 있는 상”이라며 “한국 문학의 저력을 국제사회에서 인정해주기 시작했다는 방증이라고 볼 수 있다”고 밝혔다.


더 나아가 문단 내부에서는 이번 수상이 단순히 잠재돼 있던 열등감을 해소시키는 데 그치지 말고 오랜 침체기를 겪어왔던 국내 문학 중흥의 계기가 되는 한편 전 세계에 ‘문학 한류’를 확산시키는 발판이 돼줬으면 하는 바람이 담긴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염 이사는 “그간 한국 독자들이 국내 문학에 대해 제대로 된 평가를 하지 않았던 부분이 있었는데 맨부커상 수상으로 한국 문학의 저력을 확인할 수 있게 됐다”며 “한강 작가의 수상은 국내 문학 시장이 다시 한 번 도약하는 데 발판으로 작용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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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제 한강 작가의 맨부커상 수상 소식에 ‘채식주의자’는 하루새 1만3,500권 이상 팔렸다. 일부 온라인 서점에서는 ‘채식주의자’가 분당 약 9.6권씩 팔려 최근 15년간 가장 빠르게 팔린 도서인 ‘안철수의 생각’의 분당 판매권 수 9.4권을 앞섰다. ‘안철수의 생각‘은 2012년 7월 19일 정오부터 정식 판매를 시작해 당일 자정 기준 6,782권이 판매됐다.

한국문학번역원은 이번 한강 작가의 맨부커상 수상이 한국 문학 해외진출 전반에 큰 힘이 될 것으로 기대했다. 번역원 관계자는 “맨부커상을 수상한 작가의 지명도가 높아지는 것은 물론 한강의 작품을 먼저 접하게 된 영미권 독자들이 다른 한국 문학 작품에도 흥미를 갖고 찾아 읽게 되면서 문학 한류까지 이어질 수 있을 것으로 판단하고 있다”고 밝혔다.

그동안 한국문학번역원은 한강의 저작권을 보유한 에이전시 KL매니지먼트 등 민간기구와 적극 협력해 한국 문학 전반의 해외 인프라와 네트워크를 구축하는 데 주력하고 국내 에이전시나 출판사가 한국 문학을 보다 효과적으로 출간하고 홍보하는 데 지원을 아끼지 않았으며 앞으로 현지 출판시장을 리드하는 번역가 및 출판사와 지속적으로 협력해 세계시장에서 통할 수 있는 한국 문학 작품 발굴에 앞장설 계획이다. 번역원 관계자는 “올해 말부터는 배수아 작가의 미국 연속 출간이 시작되고 내년 초에는 미국 저명 출판사인 하코트에서 김영하의 ‘너의 목소리가 들려’, 그레이울프 출판사에서 한유주의 ‘불가능한 동화’의 출간이 예정돼 있다”며 “고전·SF·추리소설 등 해외 독자들이 접할 수 있는 한국 문학 작품 장르의 저변을 확대해나갈 계획”이라고 말했다.

박성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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