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 기업

[이슈 & 워치] 디젤차 전성시대 끝나나

잇단 조작에 '클린디젤' 무색

대기오염 주범으로도 꼽혀

국내 판매비중 감소세 전환





폭스바겐에 이어 한국닛산도 배기가스 불법조작 파문에 휩싸이며 국내 자동차 시장에서 경유차 전성시대가 임계점에 이르렀다는 진단이 나오고 있다. 지난해 폭스바겐의 배기가스 불법조작 사태에도 국내 시장에서 경유차 판매가 줄기는커녕 오히려 늘었지만 이번 환경부 발표로 경유차의 배기가스 배출 실태가 적나라하게 공개되면서 ‘클린디젤’ 이미지가 산산조각이 난 것은 물론 소비자들의 연료별 차량구매 패턴에도 영향을 미칠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하다.


과거 고유가 시대에 경유차 판매 증가를 방임했던 정부가 대기오염의 주범으로 꼽히는 디젤차에 대한 규제강화와 함께 친환경차 보급확대 정책을 서둘러 보완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비등하고 있다.

17일 한국자동차산업협회에 따르면 ‘디젤공화국’으로 불릴 만큼 경유차가 득세하던 국내 자동차 시장에 최근 들어 변화의 조짐이 나타나고 있다.

올 들어 지난달까지 국내 신규 등록 차량 중 경유차 비중은 51%로 전년 동기보다 0.2%포인트 줄었다. 특히 국내 시장에서 경유차 판매 증가를 주도했던 수입차는 디젤 모델이 지난 1월부터 4월까지 4만9,753대 팔려 지난해 같은 기간에 비해 5.7% 감소했다.

같은 기간 수입차 전체 판매량이 4.3% 줄어든 데 비해 감소폭이 더 크다.

이는 디젤게이트 이후 완성차 업체들이 앞다퉈 하이브리드차량(HEV)과 플러그인하이브리드차량(PHEV), 전기차 등 친환경차 모델을 늘렸기 때문으로 분석된다. 실제로 같은 기간 하이브리드차 판매량은 32.9% 증가했다.


이처럼 경유차의 판매 증가세가 지난해 말을 기점으로 꺾인 데 이어 이번 환경부의 디젤승용차 도로주행시험 결과 발표를 계기로 감소세가 이어질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하다. 뛰어난 연비 효율과 가속력 등 장점에도 불구하고 경유차에 대한 국내 소비자들의 부정적 인식이 점증하면서 판매가 위축될 수밖에 없을 것이라는 진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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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필수 대림대 자동차학과 교수는 “그동안 국내 소비자들이 연비를 고려해 디젤차를 많이 구입했지만 이번 조사에서 배출가스 허용 기준을 충족한 차량이 20개 차종 중 단 1개뿐이라는 사실에 많이 놀랐을 것”이라며 “경유차 판매가 줄어드는 대신 HEV나 PHEV를 구입하는 소비자들이 늘어날 것으로 예상된다”고 말했다.

지난해 국내에 신규 등록된 자동차 중 경유차의 비중이 처음으로 50%를 넘어섰다. 지난해 국내에서 팔린 자동차 183만3,786대 중 경유차는 96만2,127대로 전체의 52.5%를 차지했다. 승용차의 경우 68만4,383대(44.7%)의 경유차가 팔려 사상 처음으로 가솔린차량(68만1,462대)을 앞질렀다. 전 세계에서 경유차가 차지하는 비중이 50%를 넘는 국가는 유럽과 한국뿐이다. 미국은 디젤차 비중이 2%대에 그친다.

이 같은 경유차 판매 증가는 수입차가 주도했다. 2010년 9만대 수준이던 수입차 판매량은 지난해 24만3,900대로 2.7배가량 늘었다. 같은 기간 수입 경유차 판매량은 2만3,006대에서 16만7,925대로 7배 정도 폭증했다. 지난해 9월에 터진 폭스바겐 디젤게이트에도 업체들의 할인판매 공세 속에 수입 경유차 판매량은 역대 최고치를 경신했다. 전광민 연세대 기계공학과 교수는 “수입차 업체들이 가격 정책 등에서 전략을 잘 구사한 측면이 크지만 디젤차의 인기는 하나의 유행이었다”면서 “소비자들이 경제성을 따져 디젤차를 구입하는 것을 비난할 수는 없지만 환경 문제에 다소 둔감한 측면이 있다”고 지적했다.

경유차 판매 증가에는 정부의 암묵적인 방조도 한몫했다. 2014년까지 유가가 고공행진을 하면서 정부가 휘발유에 비해 상대적으로 저렴한 경유를 쓰는 차량 판매를 장려했기 때문이다. 여기에 수입 경유차가 잘 팔리자 국내 완성차 업체들이 이에 편승해 디젤 모델을 크게 늘린 것도 디젤 전성시대에 일조했다는 지적이다.

업계 전문가들은 이번 환경부 발표를 계기로 경유차에 대한 소비자의 신뢰가 무너진 만큼 국산차는 물론 수입차 업체들도 경유차의 배기가스 배출 저감을 위한 특단의 대책을 내놓아야 한다고 지적한다. 전 교수는 “경유차의 질소산화물(NOx) 배출을 줄이려면 후처리를 잘해야 하는데 업체들은 기술이 없어서가 아니라 차량 가격을 낮추려고 인증기준을 맞추는 데만 급급하다”면서 “실제 도로주행에서도 허용기준을 충족할 수 있도록 기술향상에 힘써야 한다”고 강조했다.

정부도 디젤차가 대기오염의 주범으로 지목되는 상황에서 환경규제 강화와 함께 친환경차량 보급 확대를 위한 정책보완을 서둘러야 한다는 지적이다. 김 교수는 “전기차에 보조금을 주는 식으로는 친환경차 보급을 획기적으로 늘리기 어렵고 출퇴근 이외의 시간에 버스전용차선을 이용할 수 있도록 하는 등 운행에서도 확실한 인센티브를 줘야 전기차와 HEV·PHEV 보급이 늘어날 것”이라며 “소비자들도 연비효율이라는 ‘나무’만 보지 말고 환경문제가 다음 세대에 미칠 영향을 생각하는 등 ‘숲’을 보면서 차량을 구입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성행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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