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해가 시작될 즈음 남자프로골프에는 빅3의 치열한 각축에 대한 기대감이 가득했다. 지난해 마스터스와 US 오픈을 연속 제패한 세계랭킹 1위 조던 스피스(미국)와 5승을 챙긴 세계 2위 제이슨 데이(호주)의 라이벌 구도, 3위 로리 매킬로이(북아일랜드)의 거센 추격전이 올해 전망을 지배하고 있었다.
예상은 빗나갔다. 스피스가 1월 우승 이후 조용해지고 매킬로이는 아예 올해 무승에 그치는 사이 데이는 3승을 거뒀다. 지난주 ‘제5의 메이저’ 플레이어스 챔피언십 우승이 결정적이었다. 3월 말 세계 1위를 탈환한 데이는 2위 스피스와의 랭킹포인트를 2.47점 차로 멀찍이 벌리며 독주 채비를 갖췄다. 3위 매킬로이와는 4.5점 이상 차이다.
여유로운 데이가 휴식을 취하는 사이 바빠진 ‘넘버2’와 ‘넘버3’는 반격을 준비한다. 스피스는 19일 밤(한국시간)부터 나흘간 계속되는 미국프로골프(PGA) 투어 AT&T 바이런 넬슨(총상금 730만달러)에 출전하고 매킬로이는 같은 기간 유럽 투어 아이리시 오픈(총상금 400만유로)에 나선다.
AT&T 바이런 넬슨 대회장은 텍사스주 어빙의 TPC포시즌스리조트(파70·7,166야드)다. 텍사스 출신인 스피스는 역시 텍사스에서 열리는 다음주 대회까지 2주 연속 우승까지 도전해보겠다는 각오다. 지난달 마스터스에서 쿼드러플 보기 악몽으로 역전패한 데 이어 플레이어스에서는 컷 탈락했지만 스피스는 “가족과 많은 친구들 앞에서 좋은 모습을 보이겠다. 2개 대회를 모두 우승할 수도 있다”고 말했다. 데이가 지난해 7월부터 17개 대회에서 7승을 쓸어담고 있는데 이에 대해 “데이는 자신의 게임에 누구보다 확신을 갖고 임하는 느낌이다. 그의 무서운 상승세가 자극이 되기도 한다”고 밝혔다. 바이런 넬슨 대회에는 노승열, 김민휘, 제임스 한, 대니 리 등도 출전한다.
매킬로이는 매킬로이재단 공동 주최로 아일랜드 K클럽(파72·7,350야드)에서 열리는 아이리시 오픈을 통해 정상 컨디션을 되찾겠다는 계산이다. 매킬로이는 지난해 5월 이후 PGA 투어 우승이 없다. 올해 톱10에 네 번 들었고 플레이어스 2라운드에서 64타를 치는 등 그리 나쁘지는 않지만 마무리가 아쉽다. 라이더컵 단장을 지낸 폴 맥긴리는 “매킬로이는 비교적 오랫동안 우승하지 못하다 보니 자신감을 잃은 것 같다. 퍼트와 어프로치가 따라주지 않는 것도 그 때문”이라며 “머릿속을 정리할 필요가 있어 보인다”고 말했다.
아이리시 오픈은 왕정훈(21)이 유럽 투어 3주 연속 우승에 도전하는 대회이기도 하다. 왕정훈은 이미 유럽 투어 최연소 연속 우승 기록을 썼다. 3연속에 성공하면 닉 팔도(1983년), 세베 바예스테로스(1986년)에 이은 역대 세 번째다. 이번주는 좀 어렵기는 하다. 지난 2개 대회와는 다르게 매킬로이에 마스터스 우승자 대니 윌렛(잉글랜드) 등 빅네임들이 대거 출전한다. 왕정훈은 “큰 대회라 쉽지 않겠지만 최선을 다해보겠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