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 정치일반

친박 '백기들라' 압박…정진석 '제2 유승민' 되나

김태흠 "제대로 사과하든 사퇴하든 선택해야"

鄭, 돌연 공주 칩거…"계파 때문에 일 이 지경"

오늘 당무복귀할지 촉각

정진석 새누리당 원내대표와 현기환(오른쪽) 청와대 정무수석이 18일 오전 제36주년 5·18 민주화운동 기념식에 참석하기 위해 광주행 KTX를 타고 가고 있다. 두 사람은 이날 열차에서 마주쳤으나 가는 내내 단 한마디의 인사말도 나누지 않았고 악수조차 하지 않았다.  /연합뉴스정진석 새누리당 원내대표와 현기환(오른쪽) 청와대 정무수석이 18일 오전 제36주년 5·18 민주화운동 기념식에 참석하기 위해 광주행 KTX를 타고 가고 있다. 두 사람은 이날 열차에서 마주쳤으나 가는 내내 단 한마디의 인사말도 나누지 않았고 악수조차 하지 않았다. /연합뉴스


정진석 새누리당 원내대표가 18일 친박들이 ‘사과냐, 사퇴냐’를 택일하라고 압박하자 공주 지역구 사무실에서 칩거로 응수했다. 친박 핵심 중 한 명인 김태흠 의원은 이날 “정 원내대표가 당내 상황조차 제대로 인식하지 못하고 일을 벌였다가 안 된 만큼 정치적 책임을 져야 한다”면서 “제대로 사과를 하고 비상대책위원회 인선을 백지 상태에서 다시 시작하거나, 그게 싫으면 원내대표직을 사퇴하거나 둘 중 하나를 선택해야 할 상황”이라고 말했다.

‘사과냐, 사퇴냐’의 압박에 몰린 정 원내대표는 광주에서 열린 5·18 민주화운동 기념식 참석 후 KTX로 귀경 도중 돌연 지역구인 충남 공주에서 하차해 지역구 사무실로 향했다.

오후3시 넘어 사무실에 도착한 정 원내대표는 “계파 개념을 두고 혁신위원회와 비대위의 인선을 한 적 없다”며 “계파 때문에 일이 이 지경이 된 거 아니냐. 계파정치를 다른 방향으로 돌려보라는 과제가 나에게 주어진 것 아니냐”고 목소리를 높였다. 약 4시간 동안 측근들과 대응 방안을 논의한 정 원내대표는 오후 7시20분께 “오늘은 드릴 말씀이 없다”는 말만 남긴 뒤 사무실을 떠났다.


친박들은 자신들의 지지로 원내대표에 당선돼놓고도 선거 책임을 친박으로 몰아가도록 비대위와 혁신위를 비박 위주로 인선한 것은 결국에는 ‘자기 정치’를 하기 위한 게 아니냐고 주장하고 있다. 한 친박 재선 의원은 “정 원내대표가 비대위와 혁신위 위원장 인선 과정에서 의원총회 등 친박들의 의견을 수렴하는 절차를 하나도 거치지 않고 독자적으로 했다”며 “이는 당청관계를 원만하게 조율하도록 친박들이 지지를 해줬는데 등에 칼을 꽂는 것과 마찬가지”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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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 원내대표와 현기환 청와대 정무수석이 원내수석부대표 인사를 놓고 감정싸움까지 벌였다는 소문이 확산되면서 정 원내대표와 친박 간에 이미 돌아오지 못할 강을 건너버린 게 아니냐는 관측마저 나오고 있다. 실제 두 사람은 이날 오전 5·18 민주화운동 36주년 기념식 참석을 위해 탑승한 광주행 KTX 열차에서 바로 앞뒤 자리에 앉았음에도 단 한마디의 인사말도 나누지 않았고 악수조차 하지 않을 정도로 냉랭한 분위기를 연출했다는 후문이다.

정 원내대표가 자신의 지지기반이 될 수 있었던 친박과 등을 지는 모양새가 되면서 ‘제2의 유승민’이 되는 게 아니냐는 전망도 나온다. 유 의원은 당 정체성 문제로 공천 배제되면서 탈당 후 무소속으로 출마해 당선됐지만 복당을 놓고 현재까지 논란이 되고 있다.

친박들은 사과 또는 사퇴를 압박하고 있지만 두 가지 선택지 모두 정 원내대표가 받아들이기는 쉽지 않을 것으로 분석된다. 이번 사태에 대한 사과를 하게 되면 리더십의 손상이 불가피하고 비대위 인선안 백지화는 비박들의 반발 등 후폭풍과 후유증이 만만치 않아 수용하기가 어렵다. 이 때문에 정 원내대표가 스스로 물러나는 길을 선택하는 것 아니냐는 관측도 나온다. 당 관계자는 “정 원내대표가 올라와 당원에 호소를 하는 길밖에 없지 않느냐”며 선택의 폭이 크지 않음을 시사했다. 정 원내대표는 19일 당무에 복귀할지에 대해서는 “한번 봐야 한다”며 여지를 뒀다.

공주=나윤석기자

정진석 새누리당 원내대표가 18일 충남 공주에 있는 지역구 사무실에서 주먹을 쥔 채 전화를 받고 있다. /공주=연합뉴스정진석 새누리당 원내대표가 18일 충남 공주에 있는 지역구 사무실에서 주먹을 쥔 채 전화를 받고 있다. /공주=연합뉴스


김홍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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