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 생활

강태선의 뚝심…블랙야크, 유럽·북미 아웃도어 수출길 뚫었다

국내시장 포화 예상하고 5년전부터 해외 '노크'

비용 부담·회의적 시선에도 박람회 수차례 참가

기술력·프리미엄 이미지 쌓아 11개국 진출 쾌거

강태선 블랙야크 회장강태선 블랙야크 회장


지난 2012년 강태선 블랙야크 회장과 임직원들이 세계 최대 스포츠용품 박람회인 이스포(ISPO) 참가를 위해 독일을 찾았다. 한국 토종기업이 아웃도어 본고장인 유럽에서 상품을 선보인다는 것은 감히 상상조차 어려웠던 시기라 설렘과 두려움이 교차했지만 강 회장의 각오는 남달랐다. 강 회장은 “시장 규모가 작은 국내에서 머물다 보면 브랜드 철학을 잃고 가격과 이미지만 신경 쓰다 브랜드가 망가질 수 있다”며 “꾸준한 기술개발로 해외 시장에 도전해 글로벌 브랜드로 인정받아야 오래갈 수 있다”고 임직원들을 격려했다.

그로부터 5년이 채 지나지 않았지만 강 회장의 해외 시장 개척이 드디어 성과를 거두기 시작했다. 올 초 독일 이스포에서 블랙야크의 기술력과 디자인을 인정받으며 총 11개 부문 수상이라는 이스포 70년 역사상 최다 기록을 썼는가 하면 올 가을·겨울 시즌부터 유럽과 미국·캐나다 등 무려 11개국에 수출하는 쾌거를 이뤘다. 아웃도어 본고장인 유럽 진출은 물론 10여개국과 수출을 맺은 것은 토종기업 최초다.


이는 강 회장의 뚝심이 있기에 가능했다는 게 업계의 중론이다. 일찌감치 국내 시장의 포화를 예상하고 비용부담과 회의적 시선 속에서 토종기업도 “할 수 있다”며 5년째 우직하게 해외 시장을 두드린 결과 아웃도어사에 한 획을 그었다는 평가다.

특히 이번 11개국 수출 건은 아웃도어로서는 좀처럼 뚫기 힘든 해외 시장의 문을 열었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 해외 시장의 경우 아웃도어 업체가 점포를 내지 않고 박람회에서 바이어가 찜한 제품을 선택해 각국 편집숍에 납품하는 구조다. 구매한 물량을 모두 팔아야 하는 방식인 만큼 기능성과 디자인에 대한 평가가 유통과정에서 더욱 까다로울 수밖에 없다.


블랙야크가 지난 1월 열린 독일 이스포에서 유럽인 체형과 취향을 반영해 선보인 ‘유럽 컬렉션’의 경우 현재 독일(8개 매장), 스위스(9개 매장), 이탈리아(2개 매장), 체코, 폴란드 등 유럽 9개국과 미국·캐나다까지 수출계약을 맺어 올가을부터 공식 판매된다. 현지 매장의 면면을 봐도 독일 최대 아웃도어 멀티숍 글로브트로터, 오스트리아 스트롤츠, 스위스 배츨리, 이탈리아 아웃핏 등 모두 내로라하는 곳들이다. 2013년 블랙야크가 처음으로 유럽 3개국(스위스·터키·이탈리아)에 극소량의 제품을 선보이며 현지 반응을 살피던 것과는 차원이 다른 수준이다.

관련기사



이 같은 성과는 그야말로 십수 년에 걸친 노력의 산물이라는 평이다. 블랙야크는 2005년 업계 최초로 자체 연구소를 설립해 매년 연매출의 7~8%를 기술개발에 쏟아부었고 뛰어난 기술력으로 화제를 낳으며 프리미엄 이미지를 쌓았다. 2013년 이스포에서는 완벽한 방수기능 및 투습력을 자랑하는 ‘B1XP5다운재킷’으로 ‘올해의아시아제품상’을 받았고 2015년에는 세계 최초 스마트폰으로 다운재킷 온도를 조절하는 ‘야크온H’를 선보여 업계를 놀라게 했다. 5년 연속 이스포에 참가하며 유럽 시장에 최적화된 상품을 개발하고 글로벌 기업의 영업 노하우를 습득한 것도 성공요인 중 하나다. 블랙야크의 한 관계자는 “이스포 첫 참가 시 부스 하나를 확보하기도 어려웠지만 2014년부터 3년째 프리미엄 브랜드만 모아놓은 ‘비전홀’에 당당히 자리 잡았다”며 “이번 수출 건 역시 콧대 높은 유럽·미주 바이어들을 사로잡았다는 점에서 뿌듯한 결과물”이라고 설명했다.

강 회장은 아웃도어 브랜드 다양화를 통해서도 해외 시장 개척에 속도를 내고 있다. 2013년 미국 아웃도어 ‘마모트’와 장기 라이선스 계약을 맺었고 지난해엔 미 포틀랜드에 본사를 둔 ‘나우’를 인수하며 북미 시장 진출의 교두보를 확보했다. 특히 나우를 재정비해 올가을 어반 라이프스타일 브랜드로 국내 론칭, 국내외에서 본격적으로 영향력을 발휘할 계획이다.

아울러 블랙야크는 최근 전 세계적 트렌드인 ‘지속 가능성’을 브랜드 철학으로 삼고 친환경 소재 개발에도 앞장서고 있다. 아웃도어 제품의 방수·발수 기능에 주로 사용되는 과불화 화합물이 아닌 친환경 발수제를 적용한 제품을 선보였고 오는 2020년부터는 전 제품에 친환경 발수제를 사용하기로 했다. 업계의 한 관계자는 “과불화 화합물을 포기하고 친환경 발수제를 사용하는 것은 일부 발수 기능을 포기하더라도 환경을 더 생각하겠다는 점에서 놀라운 선택”이라며 “블랙야크의 해외 시장 개척뿐만 아니라 브랜드 철학까지도 국내 아웃도어 및 패션 기업들에 선도적 모델이 되고 있다”고 말했다.

신희철 기자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더보기
더보기





top버튼
팝업창 닫기
글자크기 설정
팝업창 닫기
공유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