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 경제·마켓

싱어, 아이칸 등 거물급 행동주의 투자자들, 로비단체 결성

"주주행동주의는 미 경제에 득" 설파 위해 '서카' 설립

‘기업사냥꾼’으로 악명높은 폴 싱어 엘리엇매니지먼트 회장과 칼 아이칸 아이칸엔터브라이즈 회장 등 월가의 행동주의 투자자들이 워싱턴 정가에 로비 단체를 설립한다. 자신들을 겨냥한 정치권과 여론의 공세에 대항하고, 자신들의 투자 전략이 기업 가치와 미국 경제에 도움이 된다는 점을 알리겠다는 의도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칼 아이칸, 폴 싱어 외에 배리 로젠스타인 야나 파트너스 최고경영자(CEO), 윌리엄 애크먼 퍼싱스퀘어캐피탈 CEO, 다니엘 롭 서드포인트 CEO 등 총 900억달러(약 107조원)의 자산을 관리하는 월가의 거물 투자자들이 공동으로 ‘투자자 권리와 기업 책임 위원회’, 일명 ‘서카(Circa)’라는 로비 그룹을 만들기로 했다고 18일(현지시간) 보도했다. 행동주의 투자자들이 의회와 여론을 의식한 조직을 결성하기는 이번이 처음이다.


WSJ에 따르면 이들 투자자는 정치권과 여론의 견제에 보다 조직적으로 대응하기 위해 지난 수년간 논의를 이어 왔으나, 서로 다른 정치 성향과 투자 이해관계의 상충으로 인해 합의에 도달하지 못했다. 정치적으로 우파인 싱어와 달리 로젠스타인은 좌파 성향이 강하며, 아이칸과 애크먼은 건강보조제품 판매회사인 허벌라이프를 놓고 수년간 공개적인 싸움을 벌인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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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SJ에 따르면 서카는 미국 대선이나 다른 선거에서 목소리를 내거나 특정 후보를 지지하는 등의 정치적 행동에 나서지는 않을 방침이다. 대신 이들은 미 국민과 의회를 상대로 주주행동주의가 타깃 기업의 주가를 끌어올리고 기업의 낭비요소를 없앰으로써 연금수령자와 일반 투자자들에 도움을 주고 있다는 점을 적극적으로 알릴 계획이라고 신문은 전했다. 애플, 제록스 등의 기업을 타깃으로 삼아 온 아이칸은 “행동주의 투자자의 감시는 경영진을 견제하는 평형추 역할을 한다”며 “이것이 미국 경제가 지금 필요로 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때로 기업 경영권에 대한 심각한 위협이 되기도 하는 주주행동주의는 미 대선 경선에서도 논란이 되고 있다. 민주당의 유력 후보인 힐러리 클린턴 전 국무부 장관은 단기차익을 노리는 투자자들을 단속하기 위해 세법을 바꾸겠다고 밝힌 바 있으며, 민주당의 2위 후보인 버니 샌더스 상원의원은 지난 3월 행동주의 투자자를 견제하기 위한 법안에 서명하기도 했다.

신경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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