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유해화학물질로부터 국민 안전을 지키기 위해 제정한 ‘화학물질의 등록 및 평가에 관한 법률(화평법)’이 사실상 무력화됐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당초 입법 취지와 달리 핵심조항이 빠진 화평법이 빈 껍데기로 전락했기 때문이라는 데 전문가들은 입을 모은다. 지난 2013년 전경련 회장단은 화평법으로 인해 투자가 축소되고 기업 경영에 어려움이 예상된다며 화평법을 거세게 반대한 것으로 전해진다.
전문가들과 환경단체들이 가장 큰 문제로 지적하는 부분은 신규 소량 화학물질의 등록기준을 연간 1t으로 잡았다는 점이다. 이 법에 따라 환경부는 연간 1t 미만으로 화학물질을 수입, 제조, 판매하는 경우 신청자정보, 식별정보, 용도 등 간단한 정보만 제출하도록 하고 있다.
화평법의 대상인 위해우려제품은 제품안전기준을 초과하지만 않으면 등록절차 없이 바로 시장에 출시된다는 점 역시 허술한 관리체계를 여실히 보여준다. 화평법 제정 논의 과정에서 완제품이 제외된 데 따른 것이다. 환경부는 화평법을 통해 제2의 가습기 살균제 사고를 얼마든지 막을 수 있다고 자신하고 있지만 보완만으로는 역부족이라는 이야기가 터져 나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