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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구소기업 성공사례] ② 서울프로폴리스 ¦ 프로폴리스 세계시장을 열다

무알코올 수용성 추출공법 개발



꿀벌은 꽃가루를 옮겨 지구상에 존재하는 곡류 대부분과 과일, 채소의 열매 맺게 한다. 꿀과 밀랍 같은 봉산물로도 지구 생태계 유지에 기여한다. 또한 꿀벌은 식물에서 채취한 수지와 효소 등을 섞어 만든 특유의 물질로 벌집을 살균하고 쥐나 말벌 등의 천적으로부터 자신을 방어하기도 한다. 그 물질이 바로 세계적으로 각광받는 천연항생제 ‘프로폴리스’다. 그리고 서울프로폴리스는 국내 최초이자 세계 유일의 프로폴리스 무알콜 수용성 추출공법을 개발한 제16호 연구소기업의 이름이다.

서울프로폴리스는 지난해 10월 미국, 터키, 베트남 등지의 기업과 50만 달러 상당의 프로폴리스 원료 및 제품 수출계약을 체결한 바 있다. 프로폴리스 분야에선 국내 최초의 대규모 수출이었다. 프로폴리스 수입국이었던 한국은 이로써 수출국의 반열에 오를 수 있었다.






권명상 서울프로폴리스 공동대표는 “터키와 동남아 이슬람권 국가들은 알코올로 추출하는 프로폴리스의 사용이 문화적으로 어렵기 때문에 무알코올 수용성 공법으로 만든 우리 제품에 큰 관심을 보이고 있다”면서 “중동과 인도네시아, 말레이시아 등 거대 이슬람 문화권이 우리가 개척해야 할 블루오션 시장”이라고 강조했다.

프로폴리스 대량 소비국인 미국의 제품 구매도 눈여겨 볼만한 대목이다. 이번 수출은 미주와 유럽 시장 대부분을 잠식하고 있는 브라질, 뉴질랜드, 호주, 일본, 캐나다 등 전통적인 프로폴리스 강국들의 견고한 아성을 뚫었다는 점에서 상징적인 의미가 크다. 서울프로폴리스가 지난해 가을 135개국이 참여한 제44회 세계양봉대회에서 프로폴리스 부문 ’금상’을 수상하며 해외 기업과 바이어들의 눈길을 사로잡은 덕분이었다.

수지와 밀랍 때문에 잘 녹지 않는 프로폴리스를 물로 녹일 수 있는 수용성 기술을 개발한 것이 글로벌 시장 진출의 최대 무기였다는 게 권 대표의 설명이다. 그렇게 하면 항균· 항염·항산화 등 유익한 효능을 두루 갖춘 프로폴리스를 기능성 음료, 화장품, 치약, 복합비타민제 등으로 다양하게 활용할 수 있다는 점도 큰 메리트다.

무알콜 수용성 추출공법(WEEP)은 서울프로폴리스가 한국원자력연구원 연구팀과 2년여 공동 연구를 진행한 끝에 지난 2003년 개발에 성공한 기술이다. 알코올 사용 때문에 프로폴리스 추출 과정에서 손실되는 플라보노이드 등의 유효성분을 보호하고 섭취 때 인체 흡수율을 높인 것이 이 기술의 핵심이다. 이 공법은 이듬해 미국 식품의약국(FDA)의 안전성 심사를 통과해 큰 주목을 받기도 했다. 당시 일본과 호주가 근접한 기술 수준에 있었지만 완전한 형태의 무알콜 수용성 기술이 개발된 사례는 없는 상황이었다.



서울프로폴리스는 직원 12명 안팎의 작은 기업이었지만 적잖은 비용이 투입되는 사업화 R&D를 뚝심 있게 밀어붙였다. 그 결과 탄생한 것이 ‘프로비’. 이 브랜드로 생수나 우유에 첨가해 간편하게 마실 수 있는 건강기능식품, 화장품, 생활용품(치약, 비누, 샴푸), 가축용 천연항생제, 프로폴리스 꿀 등 다양한 제품을 출시했다. 대기업들도 관심만 가졌지 선뜻 투자를 하지 못했던 국내 프로폴리스 시장에서 서울프로폴리스가 선두주자로 나서게 된 데에는 공공연구기관과의 협업 연구가 중요한 원동력이 된 것이다.

기술 혁신에 성공한 서울프로폴리스는 여세를 몰아 새로운 생태계 개척에도 심혈을 기울였다. 프로폴리스 관련 논문이 많지 않던 시절에 자연의학 심포지엄을 8차례나 개최해 관련 학계의 연구를 촉진시켰고, 2007년에는 대전에 본부를 둔 세계 유일의 프로폴리스 국제 학술단체 ‘세계 프로폴리스 사이언스 포럼’을 발족시켜 2년마다 국내외를 돌며 포럼을 개최하고 있다.



서울프로폴리스는 2009년 한국원자력연구원 연구소기업으로 전환해 글로벌 무대에서 보다 탄탄한 입지를 구축할 수 있었다. 최근에는 학계 권위자인 권명상 교수가 공동대표로 가세해 기술력과 마케팅을 분담한 투톱 체제로 해외시장 공략을 가속화 하고 있다.

권 대표는 올해로 3년째 서울프로폴리스의 세계화를 진두 지휘하고 있다. 독일 하노버 수의과대에서 면역약리학을 전공한 그는 1990년대 강원대 교수 재직 시절부터 이미 서울프로폴리스와 인연을 맺고 있었다.

프로폴리스라는 단어조차 생소했던 시절부터 세계적인 제품을 만들어보겠다며 야심을 불태운 이승완 공동대표와의 만남이 계기가 됐다.

권 대표의 합류는 프로폴리스에 대한 회사의 전문성을 강화시키는 데 크게 기여했다. 여기에 몇 차례 성공한 굵직한 해외 마케팅 경험까지 더해져 프로폴리스 세계화의 골든타임에서 두각을 나타내고 있다.


권 대표는 “프로폴리스 본산인 호주와 브라질 등으로부터 원료공급과 기술구매 요청이 들어와 현재 검토 중”이라고 말했다. 그는 “최근 2년 간 프로폴리스의 새로운 성장 동력을 만들기 위해 R&D를 진행해왔다”며 “현재는 새로운 아이템인 개별 인정형 건강기능식품의 인증을 받기 위한 마지막 임상시험만 남기고 있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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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INI INTERVIEW] 권명상 서울프로폴리스 공동대표
“급격한 변화 앞서 내실화 진행해야”

하루 종일 화분을 옮기고 꿀을 수확하느라 쉴 틈이 없는 꿀벌처럼, 권명상 대표의 일상은 매우 분주하게 돌아간다.

서울프로폴리스 대표와 강원대 교수를 겸임하느라 춘천과 대전을 빈번히 오가던 그에게 최근 무거운 중책 하나가 더 떨어졌다.

창조경제의 핵심동력으로 떠오르고 있는 연구개발특구 160개 연구소기업의 수장, 즉 연구소기업협의회 회장을 맡은 것이다.

권 대표는 “회원사들이 출연연과 연구소기업 모두에서 경험을 쌓았다는 점을 높이 사주신 것 같다”면서 “우리 회사를 뛰어넘어 모든 연구소기업들을 대변하기 위해 더 부지런히 발로 뛰며 전국에 산재한 회원사들을 직접 찾아갈 계획”이라고 말했다.

최근 그는 친목단체 성격이 짙었던 연구소기업협의회를 보다 진일보한 협력기구인 (사)연구소기업협회로 전환해 미래창조과학부 인가를 받았다.

정부 지원에만 편승하는 것을 넘어 실질적인 파트너 관계로 상호간에 좋은 영향을 주고받기 위해서다.

권 대표는 “연구소기업 수가 곧 500개, 1,000개로 늘어날 것으로 전망되는 지금이 급격한 변화에 앞서 내실화를 진행해야 할 때”라며 “그 동안 선배 연구소기업들이 쌓아온 노하우를 제대로 정리해 죽음의 계곡(Death Valley)을 건너고 있는 후배 기업들이 효과적으로 활용할 수 있게 하는 시스템도 구축해야 한다”고 말했다.

권 대표는 또 연구소기업의 성장과 부침이 활발한 이때가 연구소기업의 선순환 생태계를 정비할 적기라고 판단하고 있다.

그는 “성공하는 연구소기업의 수가 계속 늘어나고 있는 만큼, 다소 애매하게 남겨 놓은 출구전략 등의 문제를 해결해 제2, 제3의 연구소기업 투자로 이어질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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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석|
WEEP
water ethanol extracted propolis

서울경제 파퓰러사이언스 편집부/대덕=구본혁 기자 nbgkoo@sed.co.kr

대덕=구본혁 기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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