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 생활

"주류는 PB 안돼" 낡은 법에 쓴맛 본 '엔조이'

무학·이마트 합작 과일소주

'주류 PB 금지'에 마케팅 발목

"선진국선 PB주류 도입

소비자 선택권 넓혀줘야"

"주류법 개정, 허용을" 목소리

이마트 주류 판매대 핵심 코너에 무학과 이마트가 합작해 선보인 과일맛 소주 ‘엔조이’가 진열돼 있다. /이지윤기자이마트 주류 판매대 핵심 코너에 무학과 이마트가 합작해 선보인 과일맛 소주 ‘엔조이’가 진열돼 있다. /이지윤기자




이마트 주류 판매대 핵심 코너에 무학과 이마트가 합작해 선보인 과일맛 소주 ‘엔조이’가 진열돼 있다./이지윤기자이마트 주류 판매대 핵심 코너에 무학과 이마트가 합작해 선보인 과일맛 소주 ‘엔조이’가 진열돼 있다./이지윤기자


이마트 주류 판매대 핵심 코너에 무학과 이마트가 합작해 선보인 과일맛 소주 ‘엔조이’가 진열돼 있다./이지윤기자이마트 주류 판매대 핵심 코너에 무학과 이마트가 합작해 선보인 과일맛 소주 ‘엔조이’가 진열돼 있다./이지윤기자


국내 3위 소주업체 무학과 이마트가 손잡고 선보인 과일맛소주 ‘엔조이’를 둘러싸고 유통업체의 자체브랜드(PB) 주류 논란이 일고 있다. 주류업체와 대형마트는 시장 활성화와 판로 확대를 위해서라도 PB 주류 도입이 필요하다는 입장이지만 국세청은 현행법상 불가하다며 규제를 고집하고 있다.

25일 주류업계에 따르면 무학은 지난 3월 말 이마트를 통해 과일맛소주 엔조이 5종을 출시하고 본격적인 시판에 나섰다. 이 제품은 이마트의 가전양판점 일렉트로마트의 캐릭터인 ‘일렉트로맨’의 번개 문양을 삽입해 출시하자마자 ‘이마트 소주’라는 별명을 얻었다. 이마트는 단순히 캐릭터 라이선스만 제공한 것이어서 PB 소주가 아니라는 설명이지만 규제를 교묘하게 피해간 사실상의 PB 주류라는 게 업계의 공통된 시각이다.


이마트는 엔조이 5종을 독점 판매하면서 각 점포 주류 판매대의 노른자위에 진열하는 등 마케팅에 총력을 기울였다. 하지만 출시 2개월이 지나도록 엔조이의 판매량은 미미한 수준으로 알려졌다.

다른 대형마트 관계자는 “PB 주류는 대형마트 입장에서 매력적인 상품이지만 현행법에서 금지하고 있어 아무도 시도하지 못했다”며 “이마트 도전에 내심 박수를 보내지만 정부 눈치를 볼 수 밖에 없어서 대놓고 마케팅하기가 쉽지 않았을 것”이라고 말했다.


업계에서는 엔조이의 부진에 대해 제품 자체의 경쟁력이 떨어지는 것보다 PB 주류를 금지한 국세청의 주류법 탓이 크다고 입을 모은다. 현행 주류법에 따르면 주류제조자가 아닌 자가 제조에 관여하거나 특정 유통망에서 주류를 판매해서는 안 된다고 규정하고 있다. 대형마트의 차세대 격전지로 자리잡은 PB 시장에서 술은 원천적으로 제외된다는 얘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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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주류업계와 유통업계는 달라진 시장 환경과 소비자의 선택권 보호를 위해서라도 PB 주류를 허용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전근대적인 시각에 사로잡힌 현행 주류법이 주류업체의 경쟁력을 가로막고 PB 주류를 앞서 도입한 선진국의 사례와도 맞지 않는 처사라는 지적이다.

하지만 국세청은 일반 상품과 달리 주류는 규제가 필요한 제품이라며 기존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국세청 관계자는 “PB 주류가 합법화되면 특정 주류업체와 유통업체가 결탁해 독과점 문제 등 시장이 혼탁해질 여지가 크다”며 “PB 상품이 통상적으로 저렴한 가격을 앞세운다는 점을 감안하면 PB 주류로 술 소비 문화가 확산되는 부작용도 우려된다”고 설명했다.

업계에서는 정부가 PB 주류를 금지하는 명분으로 표면적으로는 시장 공정성을 위한 조치라고 내세우지만 실제로는 세수 확보에 차질을 빚을 수 있기 때문이라고 분석한다. 상대적으로 출고가가 저렴한 PB 주류의 판매가 늘어나면 정부의 세원 마련에도 차질이 불가피하다는 것이다.

주류업계의 한 관계자는 “우유와 음료, 휴지 등 생필품에 이어 탄산음료, 커피, 주스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PB 제품이 나오는데 주류만 예외를 둘 필요는 없다고 본다”며 “PB 주류를 금지하는 것보다 청소년 음주를 막는 체계적인 대책을 수립하는 게 더욱 필요해 보인다”고 말했다.

이지윤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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