버락 오바마 미 대통령이 일본에서 열린 주요 7개국(G7) 정상회의에서 인위적인 환율 조정을 모든 사람을 더 가난하게 만드는 전략이라고 비판하며 일본과 미묘한 신경전을 벌였다.
26일(현지시간) 가디언에 따르면 오바마 대통령은 이날 G7 정상회의가 열리는 일본 미에현의 시마관광호텔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우리는 보호무역주의는 물론 경쟁적 통화가치 절하를 비롯한 ‘이웃 거지 만들기 정책’ 경계의 중요성을 강조했다”고 밝혔다. 이는 외환시장 급변동을 이유로 외환시장에 개입하겠다는 뜻을 밝혀온 일본에 경고의 메시지를 보낸 것으로 해석된다.
미·일간 외환시장 개입을 놓고 이견이 계속되자 G7 정상들은 이날 세계 경제 세션에서 관련 주제에 대한 논의를 아예 보류한 것으로 전해졌다. 27일 회의 종료와 함께 발표할 선언문에도 “우리는 기존 환율 약속을 재확인한다”를 포함할 뿐 구체적인 내용은 빠질 전망이라고 니혼게이자이신문 등이 보도했다.
G7 정상들은 또 보호무역주의 확산을 막고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TTP), 미국·유럽연합(EU)간 범대서양무역투자동반자협정(TTIP), 일본·EU간 경제연대협정(EPA) 등에 대해 논의하며 발효를 위한 절차를 서두르는 데 합의했다. 아울러 글로벌 경제의 심각성과 재정확대의 필요성에 대해서도 인식을 같이 한 것으로 전해졌다.
북한의 핵무기 개발과 미사일 실험에 대한 논의도 이뤄졌다. 오바마 대통령은 “북한은 우리가 논의의 중심에 올려야 할 주제”라며 중국 및 주변국들과 협상을 해야 한다고 밝혔다. G7 정상들은 선언문 초안에도 ‘올해 초 북한의 핵실험과 미사일 발사를 강하게 비난한다’는 내용을 넣었다고 NHK가 전했다.
G7 정상들은 중국의 남중국해 군사기지화에 대해서도 우려를 표했다. 아베 신조 일본 총리는 남중국해 분쟁과 관련해 “보편적 가치에 대한 도전에 맞서 G7이 주도적으로 대응해야 한다”며 중국을 직접 겨냥하기도 했다.
한편 중국 외교부는 이날 정례브리핑에서 “남중국해 문제는 G7 회원국과 아무런 관계도 없다”며 G7의 대중 압박 행보에 우려를 표했다. 아울러 공교롭게 G7 정상회의 개막일에 맞춰 왕이 중국 외교부장 주재로 주요 20개국(G20) 정상회의 설명회를 열어 G7 회의의 의미를 애써 퇴색시키려는 태도도 보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