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삼성물산(패션부문)은 지난해 강민정 작가와 함께 서울 삼청동에 ‘가로수 옷길’을 조성하는 프로젝트를 진행했다. 나무들이 추운 겨울을 견딜 수 있도록 쓰고 남은 자투리 원단을 모아 ‘나무 옷’을 만들었고 이를 삼성물산의 CSR(기업의 사회적 책임) 전용 매장인 하티스트 인근 가로수에 입혀준 것이다. 그동안 ‘쇼핑을 통해 기부한다’는 일률적인 CSR 개념에서 벗어나 예술과 융합한 시도였다.
#2. 애니메이션 ‘뽀로로’ 제작사인 아이코닉스는 회사 분위기를 일변시켰다. 김형관·이민하 작가가 참여한 ‘깊고 무한에 가까운 소일거리’ 프로젝트를 통해서다. 아이코닉스측은 “회사규모가 커지면서 설립 초기 가족 같은 사내분위기가 사라져 갔다”며 “예술과의 소통으로 이제는 많이 변했음을 느낀다”고 말했다. 예술인 파견지원 사업을 통해 파견된 이들 미술 작가 2명은 직원들의 취향과 고민을 공유하며 사내 전시회 등 이벤트를 만들었고 직원들은 이 과정에서 공동체 감정을 키웠다는 것이다.
◇올해 300개 기업에 1,000명 예술인 파견=문화체육관광부는 최근 2년간의 ‘예술인 파견지원 사업’ 시범사업 동안 예술인과 기업·기관의 만족도가 높다고 보고 올해부터 본격적으로 확대하기로 했다. 26일 서초구 더케이호텔에서 ‘예술, 산업을 만나다-2016 예술인 파견지원 사업 출범 행사’를 가졌다.
예술인 파견지원 사업은 한국예술인복지재단을 통해 예술인을 기업·기관에 파견, 이들이 요구하는 예술활동을 하도록 지원하는 사업이다. 프로젝트를 수행하는 6개월 동안 예술인들에게 매달 120만원의 활동비를 준다. 문체부는 참여 예술인을 지난해 515명에서 올해 1,000명으로, 기업·기관을 190개에서 300개로 각각 대폭 확대했다.
올해 파견대상 기업들의 기대도 크다. 사진 관련 예술인의 지원을 받는 네오위즈게임즈는 “게임회사의 특성상 임직원들에게 요구되는 창의력, 혁신, 도전 등의 가치를 키울 수 있는 예술활동을 기대한다”고 말했다. 또 문학 관련 예술인을 기다리는 대웅제약은 “공장이 단순히 제품을 만드는 곳이 아니라 임직원을 위한 치유의 공간으로 재탄생하도록 진행됐으면 한다”고 기대했다.
◇‘산업의 예술화’를 통해 기업혁신 유도=예술인 파견지원 사업은 ‘산업의 예술화’를 통해 창조경제 견인차인 기업의 혁신을 유도하자는 취지다. 기존 제품에 예술성과 창의성을 적극적으로 발휘함으로써 부가가치를 높이도록 한다는 것이다. 예술이란 것을 감상 위주에 머물지 않고 기업활동 자체에 깊이 침투할 수 있도록 돕겠다는 의도다.
이를 위해 올해 기획사업도 진행한다. KOTRA는 예술인을 수출기업에 파견해 예술적 감수성을 입힌 제품을 개발할 수 있도록 하고 또 농협중앙회를 통해서는 지역 특산물의 브랜드화를 돕는 사업을 지원하도록 할 예정이다. 박계배 예술인복지재단 대표는 “지난 2년간의 사업결과 기업담당자의 92%가 조직문화에 긍정적인 영향을 줬다고 답변했다”며 “예술인에게 일자리 제공하고 기업에는 혁신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할 것”이라고 말했다. .
한편 지난해 사업에서 성과를 올린 기업과 예술인에게 시상하는 ‘아름다운 동반자상’에는 아이코닉스(대표 최종일)·김형관, 한국소공인진흥협회(회장 곽의택)·최두수 등 2팀이 각각 수상했다.
김종덕 문체부 장관은 “그동안에도 기업과 예술의 만남이 없지 않았지만 대부분이 메세나 같은 기업의 예술 후원에 머물렀다”며 “이젠 예술인 파견지원 사업으로 예술이 기업에 창의성과 혁신을 불어넣고 창조경제의 성장동력이 되길 기대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