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랑스 ‘아트사커’의 창시자 지네딘 지단(44)은 지난 2002년 유럽축구연맹(UEFA) 챔피언스리그에서 레알 마드리드에 우승 트로피 ‘빅 이어’를 안겼다. 유벤투스에서 레알로 이적한 첫 시즌이었다. 당시 레버쿠젠과의 결승에서 전반 종료 직전 터진 지단의 왼발 하프발리 슈팅 득점은 역대 챔스 명장면에서 빠지지 않는다. 이 골로 레알은 2대1로 이겨 통산 9번째 유럽 챔피언 타이틀을 따냈다.
14년의 세월이 흘러 지단은 레알의 감독으로 다시 챔스 결승 무대에 섰다. 레알의 우승으로 끝나면 지단은 선수로, 감독으로 빅 이어를 들어올리는 7번째 기록을 쓴다. 앞서 미겔 무뇨스(스페인), 지오반니 트라파토니(이탈리아), 요한 크루이프(네덜란드), 카를로 안첼로티(이탈리아), 프랑크 레이카르트(네덜란드), 페프 과르디올라(스페인)만이 이룬 대기록이다.
아틀레티코 마드리드와의 라이벌전으로 열릴 2015-2016시즌 챔스 결승은 29일 오전3시45분 이탈리아 밀라노의 산시로 스타디움에서 펼쳐진다. 결전을 앞두고 지단은 “레알의 우승을 위해 뛰던 순간이 가장 기억에 남는다”며 14년 전의 기분 좋은 기억을 끄집어냈다.
올 시즌은 지단의 감독 데뷔 시즌이다. 레알 사령탑에 앉은 지 5개월도 채 되지 않았다. 지단은 그러나 취임 후 스페인 프리메라리가 20경기에서 승점 53점(17승·63골)을 조련했다. 리그 우승은 물 건너갔다던 레알을 우승팀 바르셀로나에 1점 뒤진 2위로 이끌었고 챔스 우승 문턱에 데려다 놓았다.
지단이 감독 첫 시즌을 챔스 우승으로 마무리하려면 역시 크리스티아누 호날두의 활약이 필요하다. 호날두는 올 시즌 챔스 16골로 득점왕을 예약했다. 결승에서 2골을 보태면 한 시즌 최다골 신기록도 쓴다. 현재 기록은 2013-2014시즌 호날두 자신의 17골이다. 최근 팀 훈련 중 허벅지 통증을 호소해 레알 팬들의 가슴을 내려앉게 했지만 곧 “문제없다”며 웃음을 보였다.
아틀레티코는 껄끄러운 상대다. ‘전술가’ 디에고 시메오네 감독의 지휘 아래 거함 바르셀로나와 바이에른 뮌헨을 차례로 잡고 올라왔다. 2년 전 결승에서는 레알에 1대4로 졌지만 3골은 연장에 내준 것이었다. 올 시즌 리그에서 아틀레티코는 레알에 1승1무로 앞섰다. 아틀레티코는 첫 챔스 우승, 레알은 11번째 우승을 노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