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고법 형사8부(이광만 부장판사)는 27일 이 전 회장에게 징역 1년 6월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했다. 비자금 조성을 공모한 서모 전 KT 사장도 같은 형량을 선고 받았다.
이 전 회장은 회사 임원들 수당 중 11억6,850만원을 돌려 받아 비자금을 만든 뒤 경조사비 등으로 써 버린 혐의를 받았다. 1심은 KT 관계자 경조사비, 격려금, 거래처 유지비 등 회사 경영에 필요한 용도로 썼다는 이유에서 무죄로 판단했다. 하지만 2심은 비정상적인 비자금 조성 과정 자체에 주목했다.
재판부는 “KT는 공식적으로 대표이사에 업무추진비 등을 주고 있음에도 이 전 회장은 임원들에게 수당을 지급한 뒤 돌려받는 비정상적인 방법으로 비자금을 만들었다”고 지적했다. 이어 “이는 이 전 회장 개인의 체면을 유지하거나 자신의 지위를 과시하기 위한 비용 지출이라 순수하게 회사를 위해 썼다고 볼 수 없다”며 횡령죄를 인정했다.
다만 개인적인 친분 관계가 있는 기업에 특혜를 줬다는 배임 혐의에 대해선 “검찰이 추가로 제출한 증거만으로는 유죄가 입증되지 않는다”며 1심과 같이 무죄로 봤다. 이 전 회장은 2011~2012년 그의 친척 등이 설립한 O사 등 3개 벤처기업의 주식을 비싸게 사들여 KT에 103억원의 손해를 끼친 혐의를 받았다. 검찰은 이 전 회장을 기소하면서 배임 부분을 핵심적인 혐의로 지적했기 때문에 이날 무죄 판단으로 다시 한 번 체면을 구기게 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