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가 오는 6~7월 통화정책회의에서 금리 인상을 할 가능성이 가시화되면서 유럽·일본 등 각국 중앙은행들의 고민이 깊어지고 있다. 연준이 기준금리를 올릴 경우 내외 금리 차 확산으로 정책적인 운신의 폭이 좁아질 수밖에 없지만 도무지 경제지표가 나아질 기미를 보이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30일 블룸버그의 정보에 따르면 시장 전문가들은 유럽중앙은행(ECB)이 6월2일 통화정책회의에서 기준금리를 동결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마리오 드라기 총재도 지난달처럼 ECB의 추가 부양 의사를 강조하는 선에서 기자회견을 마무리 지을 것으로 보고 있다.
ECB의 기준금리 동결 전망은 유럽 내에서 마이너스 금리 도입에 신중해야 한다는 의견이 주를 이루고 있기 때문이다. 지난 3월 ECB는 기준금리를 0.05%에서 0.00%로 깎아 ‘제로금리 시대’를 선언했지만 최근 유럽의 주식과 채권 시장에서 자금이 눈에 띄게 빠져나가면서 부작용에 직면해 있다.
픽텟웰스매니지먼트에 따르면 유럽 시장에서 지난 3월 말 기준으로 연간 5,000억유로가 넘는 자금이 순유출됐다. 아울러 유로스톡스50지수가 이달 27일 3,078.48까지 떨어져 연초 대비 5.79% 하락하는 등 주식시장에서도 자금이 빠져나가고 있다.
유럽 시장에서의 자본유출 현상은 미국의 기준금리 인상이 현실화될 경우 더욱 가속화될 것으로 전망된다. 이에 따라 지지부진한 물가 상승률 등 경제지표 개선과 6월23일 ‘브렉시트(영국의 유럽연합 탈퇴·Brexit)’ 국민투표 결과의 불확실성 해소가 절실한 ECB로서는 연준의 결정을 마냥 반길 수만은 없는 처지다. 3월 드라기 총재가 쏘아 올린 화끈한 ‘바주카포’에도 유로존(유로화 사용 19개국) 4월 소비자물가(CPI) 상승률은 전년 대비 -0.2%를 기록했으며 31일 발표될 5월 CPI도 전년 대비 하락세를 면치 못할 것으로 시장에서는 예상하고 있다.
일본은 미 금리 인상 소식을 일단은 호재로 받아들이고 있다. 30일 일본 도쿄 외환시장에서 엔화 가치가 달러당 111.45엔까지 하락하면서 수출기업들의 실적 개선 기대감이 커지는 게 주된 이유다. 일본 닛케이225지수도 전일 대비 1.02% 상승한 1만7,037.31에 장을 마쳐 4월27일 이후 처음으로 1만7,000선을 돌파했다.
하지만 일본 역시 ‘D(디플레이션)의 공포’에서 자유롭지 못하다는 점이 변수다. 27일 총무성이 발표한 일본의 전년 대비 CPI 상승률은 4월 -0.3%로 2개월 연속 내리막길을 걸었다.
더구나 이와타 가즈마사 전 일본은행(BOJ) 부총재 및 글로벌 투자은행들은 일본의 주요 통화완화 수단인 ‘양적·질적 완화 프로그램(QQE)’이 채권 고갈로 내년 중반 한계에 직면할 것이라는 전망을 내놓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기준금리 추가 인하 카드가 묶여버린다면 BOJ는 장기적으로는 정책수단 고갈에 직면할 가능성이 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