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이 한국 내 지주사 격인 호텔롯데 기업공개(IPO)와 관련해 사상 최대 규모의 공모기록을 달성하고 싶다는 뜻을 내비쳤다. 호텔롯데가 다음달 말 유가증권시장에 상장되면 투명·책임 경영 체계를 확고히 갖추겠다는 계획도 밝히면서 직접 공모주 청약 흥행몰이에 나섰다.
신 회장은 30일 서울 소공동 롯데호텔에서 열린 호텔롯데 IPO 설명회를 마치고 나온 뒤 기자들과 만나 “최대 공모 규모를 기록했으면 하는 기대가 있다”고 밝혔다.
신 회장은 이날 기업설명회(IR)에 오전11시20분께 도착해 참석자들과 오찬한 뒤 행사 마지막 일정인 투자자-롯데 간 질의응답(Q&A) 시간까지 자리를 지켰다. 대기업 총수가 IPO 설명회에 직접 나서고 질의응답까지 받은 것은 극히 이례적인 일이다.
호텔롯데가 유가증권 상장을 위해 금융당국에 제출한 증권신고서를 보면 주당 공모가 범위는 9만7,000~12만원으로 이에 따른 전체 공모규모는 4조6,419억~5조7,426억원이다. 다음달 15~16일로 예정된 기관투자가 수요예측을 거쳐 공모액이 10만2,200원 이상으로 결정되면 호텔롯데는 삼성생명(032830)이 지난 2010년 상장될 때 기록한 역대 최대 공모기록(4조8,881억원)을 넘어서게 된다.
신 회장이 기관투자가 수요예측에 앞서 40여 자산운용사의 최고투자책임자(CIO)를 대상으로 진행된 설명회에 직접 참석한 것도 호텔롯데의 IPO를 재계와 자본시장의 상징적인 사건으로 만들고자 하는 의지가 담겨 있다.
신 회장은 “호텔롯데가 그룹 내에서 가장 중요한 회사 중 한 곳인 만큼 직접 기관투자가들에 설명하는 게 좋겠다고 생각해서 참석한 것”이라며 “특히 호텔롯데의 면세점 사업이 앞으로 세계적으로 성장 가능성이 높다는 점을 강조했다”고 말했다.
신 회장은 설명회에서 “호텔롯데가 상장되면 더는 사기업이 아니라 공개된 기업이 된다”며 “개방적인 관리(매니지먼트) 시스템을 바탕으로 투명·책임 경영과 함께 환경·사회책임·지배구조(ESG)와 같은 가치들을 강화해 신뢰 받는 기업으로 나가겠다”고 말한 것으로 전해졌다.
다만 롯데그룹의 지배구조 개선과 관련해 구체적인 방안은 언급되지 않았다고 복수의 참석자들은 전했다. 호텔롯데가 유가증권 상장 후에 완전한 지주사 역할을 하게 될 것인지에 대해서도 신 회장은 “구체적으로 확정된 계획은 없다”고 답했다고 한다. 설명회에 참석한 한 자산운용사의 CIO는 “롯데그룹의 지배구조 개선이나 경영권 분쟁 해결 방안 등 민감한 부분에 대한 질의응답이 이뤄지지 않아 다소 김이 빠진 측면이 있다”고 지적했다.
이날 설명회에는 롯데그룹 쪽에서 신 회장을 비롯해 황각규 정책본부 사장, 이봉철 정책본부 부사장, 송용덕 호텔롯데 대표 등이 참석했다. 호텔롯데 상장주관사단에서는 홍성국 미래에셋대우(옛 대우증권(006800)) 사장, 유상호 한국투자증권 사장, 최현만 미래에셋증권(037620) 수석부회장 등 고위급 인사가 총출동했다.
/유주희·지민구기자 mingu@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