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명운 KIST 계산과학연구센터장
3D 프린팅 기술을 이용한 스마트폰 플랫폼
최근 조립식 혹은 모듈형의 스마트폰이 소비자들의 관심을 모으고 있다. 모듈형 스마트 폰은 개개인의 개성에 맞게 스마트 폰을 조립하여 사용할 수 있는 컨셉으로 메모리, 화면, 카메라, 배터리 등 부품을 원하는 사향으로 바꾸어 하나의 스마트폰에 탑재할 수 있는 것이다. 구글(Google)사가 2013년 10월 발표한 프로젝트 ‘아라’(project ara)의 내용을 살펴보면 모듈형 스마트폰 플랫폼 제조에 3D 프린터를 이용한다는 것이다. 2014년 말에 발표한 구글의 리포트에 따르면 현재까지는 기반이 미비하지만, 앞으로 기술 성숙을 바탕으로 3D 프린팅을 사용한 맞춤형 스마트폰 플랫폼 기술을 선보일 것으로 발표한 적이 있다. 하지만 최근 3D 프린팅 기술에 대한 관심과 언급이 사라지는 동향을 보면서 필자는 과연 상기 제품에 3D 프린팅 기술을 접목할 수 있을 지가 궁금해진다.
이종(異種) 복합 소재 프린팅 기술
얼마전만 해도 3D 프린팅 기술의 한계를 논할 때 속도, 크기, 소재 등이 주요 이슈였다. 작년에 기존 대비 100배 빠른 프린팅 방식이 공개되고, 집과 같은 중대형 건축물을 짓기 시작하면서 속도나 크기의 한계도 없어지는 상황이다. 또한 3D 프린터에 사용 가능한 소재의 폭이 상당히 넓어지고 있으며 친환경, 지속가능한 소재에 대한 연구 개발이 지속되고 있다. 하지만 무엇보다도 3D 프린팅 기술의 기본 컨셉인 조립 공정 없이 사용 혹은 판매 가능한 상품을 프린팅하기 위해서는 이종(異種) 복합 소재를 사용한 프린팅 기술의 발전이 핵심이다. 앞서 구글이 진행 중인 프로젝트 아라의 스마트폰 플랫폼의 경우에도 플라스틱 소재와 금속 소재를 동시에 프린팅할 수 있어야 그 위에 카메라, 화면, 배터리를 연결하여 제 기능을 발휘할 수 있을 것이다. 하지만 플라스틱과 금속 배선을 하나의 프린터로 프린팅할 수 있으려면 두 소재가 가지고 있는 녹는 온도의 차이에 의해서 발생하는 여러 가지 문제점들을 해결해야 한다. 즉, 플라스틱의 녹는점은 300도 미만인데 비해 융점이 낮은 금속은 500도 이상이다. 이 둘을 동시에 하나의 프린터로 프린팅 한다면 플라스틱 부품이 타거나 녹아내릴 것이다. 이러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다양한 아이디어가 나오고 있지만, 아직까지 스마트폰에 적용할 수 있는 수준은 아니다. 최근 필자의 경우에도, 참여하고 있는 실감 의수 3D 프린팅 기술 개발에서, 촉감을 감지할 수 있는 금속 소자를 플라스틱 구조물 위에 구현하는 핵심 기술을 구현하는데 난항을 겪고 있다.
스마트폰, 건축, 드론 등 다양한 분야의 기능성 확보 기술이 절실
이종 복합 소재 3D 프린팅 기술은 스마트 폰을 제작하기 위한 전자나 건축, 의료 등 다양한 분야에서 요구되고 있다. 지난주 두바이에서는 사무실 건물을 3D 프린터를 이용하여 제작하였다는 보도가 있었다. 건물 크기는 면적 250 평방미터 규모의 1층짜리 건물이다. 콘크리트 등의 특수 혼합재를 사용하여 모듈 몇 개를 프린팅한후 조립하는 형태이다. 공사기간은 반으로 줄였고 실제로 인건비는 50% 이상 감축할 수 있었다고 한다. 하지만 넓은 유리창이나, 배선, 마루 등은 여전히 전통적인 제조 방식을 이용한 듯하다. 유리나, 금속 부품을 3D 프린터로 제작하는 기술은 최근 공개되고 있지만 이들을 동시에 프린팅 할 수 있는 공정기술이 개발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의료분야에서도 최근 3D 프린팅 기술을 이용하여 치아나 뼈를 만들기도 하며, 손상된 피부 조직을 직접 재생하는 연구를 활발히 진행 중이다. 실제 우리 치아나 피부가 가지는 복합 물성을 가진 구조를 프린팅하기 위한 복합 물질 프린터에 대한 기술의 발전이 더욱 요구되는 실정이다. 이렇듯 3D 프린터로 드론을 만들거나, 로봇, 혹은 음식을 만들어 낸다는 소식을 많이 접할 수 있음에도 불구하고 현재는 한 종류의 소재를 이용한 부품이나 피규어를 프린팅하는 수준에 머물고 있다. 따라서 이러한 단순한 형태를 넘어서 다양한 분야의 특정 기능성을 가지는 상품을 프린팅하기 위해서는 이종 복합 물질을 프린팅할 수 있는 기술의 개발이 절실한 시점이다.